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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완성차 기업이 PHEV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

  • 2026.08.17(월) 15:00

반세기 넘게 연구된 PHEV…배터리 '경제력'에 고배
치명적인 가격 장벽…'애매한 포지션'에 대중화 더뎌
달라진 흐름…연이은 PHEV 출시에 가격까지 내려간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도전이 다시 확대되고 있습니다. 순수전기차(BEV) 전환 속도가 지역별로 엇갈리는 가운데 충전 부담을 줄이면서도 전동화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PHEV가 다시 하나의 선택지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판매 흐름입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PHEV 판매량은 약 270만대로 추산됩니다. 전체 신차 시장의 약 7% 수준으로 순수전기차의 17%와 비교하면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더욱이 PHEV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도 완성차 기업들은 앞다퉈 새로운 PHEV를 내놓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PHEV의 발목을 잡았던 '가격' 장벽이 조금씩 낮아질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과연 PHEV는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사이에서 새로운 대중차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반세기 넘게 연구된 PHEV

PHEV는 최근 갑자기 등장한 기술이 아닙니다. 완성차 업계가 반세기가 넘도록 연구해온 분야 중 하나입니다.

현대적인 PHEV와 유사한 초기 모델로는 1969년 GM이 선보인 XP-883이 꼽힙니다. 이 차에는 2기통 가솔린 엔진과 DC 전기모터, 6개의 납축전지가 탑재됐습니다. 외부 전원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 뒤 전기만으로 달릴 수도 있었죠.

다만 당시 납축전지는 무겁고 에너지밀도가 낮았던 데다 전동화 부품 역시 가격 경쟁력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XP-883은 실제 양산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토요타 프리우스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승용차가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외부 충전을 통해 일상 주행의 상당 부분을 전기로 해결하려면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훨씬 큰 배터리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배터리 가격과 에너지밀도로는 이를 대중차 가격에 구현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PHEV가 본격적으로 양산차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8년입니다. 중국 BYD가 세계 최초의 양산 PHEV로 평가받는 F3DM을 출시했습니다. 외부 충전과 순수 전기주행, 엔진을 이용한 장거리 운행을 하나의 차량에서 구현한 겁니다.

BYD는 태생이 배터리 회사였던 만큼 PHEV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배터리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했습니다.

이후 2010년 GM이 전기모터 중심의 쉐보레 볼트를 선보였고, 뒤이어 하이브리드 강자인 토요타가 프리우스 PHEV를 출시하면서 PHEV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즉 최근의 PHE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기술 자체가 최근 갑자기 좋아진 것이 아니라 반세기가 넘도록 존재했던 기술을 대중차 가격에 구현할 수 있는 원가 구조가 이제야 갖춰지기 시작했다는 거죠.PHEV의 아킬레스건 '가격'

PHEV는 순수전기차의 장점과 내연기관차의 편의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나 순수전기차와 비교하면 시장 확대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입니다. PHEV에는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연료계통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구동모터와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큰 배터리, 인버터, 외부 충전을 위한 충전 시스템까지 추가됩니다. 결국 내연기관과 전기차에 필요한 부품을 상당 부분 동시에 탑재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업계에서 PHEV를 두 개의 파워트레인 비용을 중복 부담하는 차량으로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그동안 PHEV는 동급 하이브리드보다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 비싸게 책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이 애매했습니다. 초기 구매비용을 줄이려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고,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 아예 순수전기차를 구매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글로벌 PHEV 판매량은 약 270만대로 추산됩니다. 전체 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입니다. 순수전기차가 약 17%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올해 상반기 PHEV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신차 출시는 늘고 있지만 판매 성장세는 오히려 주춤한 셈입니다.

유지비 측면에서도 무조건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PHEV는 배터리를 꾸준히 충전할 경우 일상적인 단거리 운행에서 연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전을 자주 하지 않을 경우 무거운 배터리와 모터를 싣고 엔진으로 주행해야 해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엔진과 전기차 양쪽의 유지관리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PHEV는 지금까지 HEV나 BEV에 비해 차종과 판매량 확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습니다.-

흐름이 달라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아우디가 PHEV 확대에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A5와 A6, Q5, Q3 등에 새로운 PHEV 파워트레인을 잇따라 적용했습니다. 폭스바겐과 BMW, 시트로엥, 지프, 포드 등도 PHEV 모델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강자인 토요타 역시 RAV4를 비롯해 알파드와 벨파이어 등으로 PHEV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KG모빌리티는 내년 초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중형 SUV 신차 SE-10에 PHEV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BYD입니다. BYD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씨라이언 6 DM-i의 가격은 3750만원입니다. 18.3kWh 용량의 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했고 국내 인증 기준 전기만으로 약 70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차체 크기는 투싼보다 크고 쏘렌토보다 조금 작은 수준인데 가격은 국내 하이브리드 SUV와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PHEV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가격 프리미엄을 수백만원 수준까지 낮춘 셈입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BYD가 PHEV를 저렴하게 출시할 수 있는 데에는 배터리 셀 생산단가가 낮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며 "중국이 전기차 생산 인프라와 부품 공급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PHEV 역시 이 같은 원가 경쟁력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가격 하락 흐름이 중국 업체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핵심은 중국산 PHEV가 글로벌 시장의 가격 기준을 낮추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중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PHEV를 유럽과 동남아, 중남미, 한국 등 해외시장에 잇따라 투입하면 기존 완성차 기업들도 가격 경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기존 완성차 기업들이 PHEV에 공용하고 배터리 조달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원가 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특히 LFP 배터리 적용 확대와 전동화 부품의 통합, 생산량 증가가 이어진다면 하이브리드와 PHEV 사이의 가격 격차도 지금보다 좁아질 수 있습니다.

결국 PHEV 대중화의 열쇠는 기술보다는 가격에 달려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먼저 무너뜨리기 시작한 가격 장벽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PHEV가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사이의 새로운 대중차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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