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원료 효과로 상반기 실적 반등을 이뤄낸 국내 주요 석유화학 4사가 한 분기 만에 다시 수익성 악화 위기에 직면했다. 원가 부담 가중으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요 제품 가격 담합 수사와 사업재편 지연 등 안팎의 악재가 더해져 하반기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전쟁이 일으킨 반등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금호석유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국내 석유화학 4곳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5310억원으로, 1년 전(8556억원)보다 78.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실적 반등은 업황 회복이라기보다 중동발 변수가 만든 착시 흑자로 풀이된다. 지난 2월 말 발발한 미·이란 전쟁 초기에 저가로 확보한 나프타 원료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재고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와 수급 불안에 따른 제품가 일시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기업별로는 LG화학의 올해 상반기 전사 연결 영업이익이 5499억원으로 배터리 부문 실적 둔화 여파에 따라 전년 동기(9145억원) 대비 감소했다. 다만 석유화학 부문은 직전 분기인 1분기 497억원의 영업손실을 딛고 2분기 영업이익 4265억원을 올리며 전사 실적의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3984억원을 거두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4% 급증했다. 특히 2분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3390억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3770억원의 영업손실에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83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 영업이익 1101억원을 올려 전분기에 이어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은 상반기 영업이익 3991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201.5% 불어났다. 올해 2분기 전체 영업이익3065억원 가운데 약 28.4%에 달하는 871억원을 케미칼 부문이 거두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하반기 불확실성 큰데… 안팎 악재 산적
상반기 숨통을 틔웠지만 하반기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3분기부터 고가에 사들인 원료가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반면 전방 수요 둔화로 제품 판매가는 떨어져 마진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달 말 기준 톤당 100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이는 업계 손익분기점인 톤당 250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톤당 55.15달러에 그치며 침체된 업황을 보여줬던 에틸렌 스프레드는 4월 전쟁 초기 수급 불안으로 평균 314.86달러, 한때 500달러 이상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초기 수급 불안감이 가라앉고 가격이 점차 안정되면서 마진 역시 빠르게 줄어드는 모양새다.
여기에 중국발 공급과잉의 늪은 더 깊어지고 있다. 중국 석화기업들이 원가 경쟁력이 높은 석탄화학(CTO)과 에탄화학(ECC) 설비를 대거 신·증설하면서 에틸렌 자급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해외 수출까지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 여파로 인한 글로벌 공급과잉 압박이 2~3년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실적 반등을 이끈 전쟁 여파가 소멸 국면에 접어들면서 하반기 이익은 다시 과거 레벨로 회귀할 전망"이라며 "3분기 역래깅 효과 본격화와 환율 하락, 내년 초 샤힌 프로젝트 가동 불확실성이 맞물려 석화업종 전반의 상승 모멘텀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구조조정 역시 속도가 더디다. 정부가 제시한 설비 감축 목표치는 270만~370만톤 수준이지만 현재 파악된 감축 규모는 249만톤에 머물러 있다. 여수·울산 등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 내 참여 기업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통합, 후속 사업재편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여파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폴리염화비닐(PVC) 등 8개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담합 혐의로 LG화학과 한화솔루션 등 기업을 압수수색하면서 법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지정학적 변수와 원가 부담으로 업황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실적 반등이 업황 개선에 따른 결과가 아닌 만큼 업황 회복 지연에 대응해 설비 통폐합과 사업 재편 등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