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링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오우라(Oura)가 삼성전자의 안방에 상륙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링 후속작을 내놓지 않은 사이 5세대 제품과 12년간 축적한 건강 데이터를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제품 가격은 최대 78만원. 여기에 개인별 건강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멤버십 이용료로 월 9400원을 별도로 받는다. 국내 소비자에게 다소 낯선 '유료 건강관리' 모델이 통할지가 한국 시장 안착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속도보다 완성도"…5세대 링으로 한국 첫발
오우라는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5일부터 '오우라 링 5'를 국내에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핀란드에서 출발한 오우라가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우라는 스마트링 시장을 개척한 선두 업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링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약 7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인도 울트라휴먼은 각각 9%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0% 증가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넘어섰고 유료 회원은 500만명에 달한다.
한국 진출이 다소 늦어진 데 대해서는 '속도보다 완성도'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조지 애벗 오우라 유럽·중동·아프리카 및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빠르게 진출하는 것보다 제대로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제품·마케팅·고객 지원 등을 한국 시장에 맞게 충분히 현지화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5세대 제품인 오우라 링 5 출시가 한국 진출의 적기라고 봤다"고 부연했다.
오우라 링 5는 너비 6.09㎜·두께 2.27㎜의 반지형 웨어러블 기기다. 전작보다 크기를 약 40% 줄였다. 심박수·심박변이도(HRV)·체온·혈중산소 등을 바탕으로 수면·활동·스트레스·여성 건강 등 50개 이상의 건강 지표를 분석한다. 한 번 충전하면 최대 7일간 사용할 수 있으며 최대 수심 100m 방수도 지원한다.
크기를 줄이면서 센서 신호 경로는 전작보다 적어졌지만 측정 성능은 유지했다. 브라이언 린치 오우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더 강력한 LED를 적용하고 제품이 얇아지면서 센서를 피부에 더 가까이 배치할 수 있게 됐다"며 "알고리즘과 센서 구동 효율도 높여 신호 경로를 줄이고도 기존 수준의 품질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오우라가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단순 생체정보 측정을 넘어 장기간 쌓인 데이터를 개인별 건강 인사이트로 바꾸는 데 있다. 수면·활동·회복 상태를 점수화하고 평소와 다른 생체 신호가 감지되면 질병 가능성을 미리 알리는 '증상 레이더'를 제공한다. 스트레스는 15분 단위로 추적해 하루 동안 긴장과 회복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특히 수면 분야에서는 12년간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온도·광용적맥파(PPG)·움직임 등 여러 생체 신호를 종합해 수면 상태를 분석,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수면다원검사(PSG)에 근접한 수준의 정확도를 목표로 알고리즘을 고도화해왔다.
여성 건강 기능도 차별화 요소다. 월경 주기부터 호르몬 피임에 따른 변화, 임신 기간의 생체 지표, 완경(폐경)까지 생애주기에 걸친 건강 정보를 제공한다. 오우라는 1만건 이상의 임신 데이터를 토대로 생리학적 변화도 연구했다. 태아 성장에 초점을 맞춘 일반적인 임신 관리 서비스와 달리 산모의 몸이 임신 기간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손가락 위 건강 비서…국내 스마트링 판 커질까
오우라의 진출로 삼성전자와의 스마트링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첫 스마트링인 '갤럭시 링'을 출시했지만 아직 후속 제품은 내놓지 않았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신제품을 선행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주기적으로 신제품을 찍어내듯 내놓지는 않겠다. 소비자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완성됐을 때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우라는 갤럭시 링과의 차별점으로 12년간 축적한 건강 데이터·센싱 기술·운영체제(OS) 호환성을 내세웠다. 장기간 쌓은 생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건강 신호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사이트로 바꾸는 데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iOS와 안드로이드를 모두 지원, 하드웨어를 교체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건강관리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애벗 총괄은 "당사는 스마트링 시장을 만든 기업이자 시장의 선두주자"라며 "센싱 정확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오우라는 높은 기술 수준과 건강에 대한 관심을 한국 시장의 강점으로 꼽았다. 바쁜 업무와 사회생활로 스트레스 관리 수요가 높은 만큼 관련 건강관리 기능에 대한 관심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안착의 최대 변수는 가격과 구독료다. 오우라 링 5의 국내 판매가는 블랙·실버 63만원, 골드·스텔스·브러시드 실버·딥 로즈 78만원이다. 여기에 개인별 건강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를 이용하려면 월 9400원의 멤버십에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연간 11만2800원이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 링은 별도 구독료 없이 삼성 헬스의 건강 분석 기능을 제공한다. 국내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낯선 '기기+구독' 구조를 안착시키는 게 오우라의 승부처인 셈이다.
오우라는 한국에서도 기존 구독 모델을 고수할 방침이다. 애벗 총괄은 "한국 시장을 위해 구독 모델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며 "하드웨어를 구매하지만 실질적인 가치는 앱과 그 안에서 제공하는 건강 인사이트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독 모델을 진입장벽이라기보다 한국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설명해야 하는 도전 과제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우라는 높은 구독 유지율을 자신감의 근거로 제시했다. 멤버십을 1년간 이용한 고객 가운데 80% 이상이 이후에도 유료 구독을 이어가고 있으며, 회원의 51%는 가족이나 친구의 추천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독료는 연구개발(R&D)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오우라는 멤버십 수익을 기반으로 R&D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동시에 이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제3자에게 판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국 개인정보보호법(PIPA)과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등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다만 국내 스마트링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웨어러블 시장의 중심이 여전히 스마트워치에 머물러 있는 데다 스마트링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와 활용도도 높지 않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링 후속작 출시에 신중한 입장이다. 글로벌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오우라의 가세가 국내 스마트링 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