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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10년 만 '전면파업' 강수 둔 현대차 노조, 명분도 찾을까

  • 2026.08.20(목) 06:50

'강성' 이미지서 2000년대 들어서 '귀족' 프레임
글로벌 완성차 경쟁사보다 쟁의강도 높진 않아
수익성 악화·지나친 요구에 '설득력' 부족 지적

현대자동차 노조가 오는 21일 '전면파업'에 나섭니다. 올해 사측과 임금협상을 이어왔지만 주요 요구안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강수를 꺼내든 겁니다.

현대차 노조가 최근까지 매년 파업을 반복했던 것은 아닙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연속 임단협을 파업 없이 마무리하며 화합 무드가 이어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7년 만에 임단협 관련 부분파업이 재개됐고 올해는 파업 수위가 더욱 높아진 상황인데요. 전면파업은 2016년 이후 무려 10년 만입니다.

오랜만의 전면 파업 결정에도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여론은 대체로 곱지 않습니다. 이른바 '강성노조', '귀족노조'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데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하면 쟁의 강도가 높진 않지만 최근 현대차의 수익성 악화 상황을 감안할 때 노조 요구 조건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파업과 화합 넘나든 40년 역사

현대차 노조의 적극적인 쟁의행위는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노조가 처음 출범하는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들이 출범 노조를 '어용노조'라고 비판하면서 첫 파업과 농성이 시작됐죠. 노조 내 의견 대립으로 시작된 파업은 5일간 이어졌다고 합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본격적인 민주화 시기로 접어들면서 근로자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산업계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현대차 노조 역시 1993년까지 장기 전면파업 등 적극적인 쟁의행위를 벌이며 조직의 영향력을 키워나갔습니다.

변화가 나타난 건 1994년입니다. 실리노선을 택한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임금협상을 파업 없이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정치·사회적 현안을 둘러싼 쟁의행위는 있었지만 임단협에서는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됐습니다.

1998년에 또 다른 변곡점이 찾아옵니다. 외환위기(IMF)가 터지면서죠. 당시 현대차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추진했고 노조는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맞섰습니다. 결국 36일간 파업을 벌였죠. 현대차 노조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장기 파업입니다.

IMF 이후 흐름은 또 한 번 바뀝니다. 비정규직과 사내하청 활용이 확대되고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협력사 근로자 사이의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정규직 노조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점차 차가워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성을 확보한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파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본격화합니다. 기존의 '강성노조' 이미지를 넘어 이른바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기 시작한 겁니다.

2016년에는 기본급과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습니다. 노조는 그해 수차례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9월에는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전면파업에 나섰습니다. 같은 해에만 총 24차례나 파업을 했죠. 

다시 흐름이 바뀌며 2019년부터 2024년까지는 6년 연속 임단협을 파업 없이 마무리합니다. 노조 설립 이후 가장 긴 임단협 무파업 기록입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다시 파업이 임금협상 수단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7년 만에 부분파업에 다시 나섰고 올해 역시 기본급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5번째 부분파업에 이어 오는 21일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전면파업에 나설 예정입니다.

'강성'보다는 '귀족'에 초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노조와 비교하면 현대차 노조를 '강성'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강한 교섭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쟁의행위 강도만 놓고 보면 해외에서도 이보다 강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입니다. GM·포드·스텔란티스 근로자를 대표하는 전미자동차노조(UAW)는 2023년 세 회사를 동시에 상대로 6주간 파업을 벌였습니다. 일부 공장에서 시작해 파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었고 막판에는 약 4만5000명이 파업에 참여했죠.

현대차가 사실상 매년 임금협상을 진행하는 반면 UAW는 수년 단위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만큼 단순히 파업 횟수만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갈등이 커질 경우 수만명의 근로자가 수주간 생산을 멈춘다는 점에서 미국 자동차 노조 역시 상당히 강경한 쟁의 방식을 활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일도 비슷합니다. 폭스바겐이 2024년 독일 내 공장 폐쇄와 임금 10% 삭감을 검토하자 근로자들은 대규모 경고파업에 나섰습니다. 첫 파업에서는 독일 9개 공장에서 9만8650명이 2시간씩 작업을 중단했고 이후에는 파업시간을 4시간으로 늘렸습니다.

반면, 일본의 토요타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온건합니다. 매년 임금과 성과급을 놓고 회사와 협상하고 높은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지만 실제 파업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노사 간 대립보다는 고용 안정과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하는 협력적 노사관계가 오랜 기간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해외 완성차 노조 역시 큰 폭의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합니다. 현대차 노조도 임금뿐 아니라 고용안정이나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구안의 성격 자체가 해외 노조와 크게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비교하면 현대차 노조의 쟁의행위 강도 자체는 중간 수준 쯤으로 평가됩니다. 

'귀족 노조' 부각에 옅여진 명분

문제는 '귀족노조'라는 꼬리표입니다.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는 국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임금과 고용안정성을 확보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협력업체·비정규직 근로자와의 처우 격차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기본급 인상과 고율의 성과급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면서 '귀족노조'라는 비판이 더욱 강하게 따라붙는 겁니다.

그래서 올해 전면파업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곱지 않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의 수익성이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조36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 감소했습니다. 절대적인 이익 규모는 여전히 크지만 글로벌 통상환경과 경쟁 심화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입니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도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예고된 파업이 모두 진행될 경우 올해 누적 생산 차질을 판매가치로 환산한 매출 차질 규모가 2조5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옵니다. 

노조의 파업은 법이 보장한 권리입니다. 다만 이미 높은 수준의 처우를 받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어느 수준까지 추가적 보상을 요구하는 게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10년 만의 전면파업을 앞둔 현대차 노조가 이번 쟁의행위 필요성과 명분에 대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는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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