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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로봇 '감량'하는 K-첨단소재

  • 2026.08.21(금) 06:50

로봇 무게 줄여 효율 높일 소재 개발 경쟁
로봇 뼈대로 복합소재·슈퍼 플라스틱 부상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감량'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려면 키는 170cm대로 키워야 하지만 두 다리로 하중을 버티려면 몸무게는 50~60kg 이하로 묶어둬야 하기 때문인데요. 팔다리 끝 몇백 그램(g)을 덜어내는 기술이 로봇의 체력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면서 국내 소재·화학사의 고강도 탄소복합재와 특수 플라스틱이 로봇의 새 뼈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벼워야 더 오래 일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은 200여 개 1차 협력사에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계획을 공유하며 신규 공급망 구축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로봇 공급망 조성이 본격화되자 기존 차량 부품사 외에도 휴머노이드 로봇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기술을 가진 소재 기업도 분주해졌는데요. 새로 판이 짜이는 휴머노이드 공급망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진입해야 장기적인 납품과 시장 선점 효과를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출처= 영상 캡처

바퀴 네 개가 차체 무게를 분산하는 자동차와 달리 사람의 외형을 닮은 휴머노이드는 두 다리의 관절이 전신 하중을 고스란히 지탱해야 합니다. 특히 몸통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팔다리 끝이 무거울수록 움직일 때 회전 관성이 커지는데요. 이 경우 관절 모터에 과부하가 걸려 열이 발생하고 배터리 소모량이 급증해 작동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팔다리의 회전 부하를 낮추려면 극단적인 감량과 탄탄한 강성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기존 철이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재 대신 항공기나 슈퍼카에 쓰이던 고강도 복합소재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소재가 탄소섬유입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7분의 1에 불과하지만 무게는 강철의 4분의 1에 그치고 강도는 10배 이상 높아 로봇 골격을 가볍고 단단하게 지탱할 수 있죠.

고성능 탄소섬유를 자체 개발해 원재료부터 직접 생산하는 HS효성첨단소재는 우주항공과 수소탱크 분야에서 검증받은 독자 브랜드 탄섬을 앞세워 로봇 외골격과 프레임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도레이첨단소재 역시 글로벌 도레이그룹의 탄소섬유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과의 모빌리티 소재 협력을 로봇 구조재 분야로 넓혀가는 중이고요.

사지 관절의 반복적인 충격을 흡수하고 부품을 대량으로 찍어내기 위한 특수 복합소재 경쟁도 활발합니다. 애경케미칼은 부품 성형 시간을 크게 줄인 초고속 경화 프리프레그와 탄소섬유 복합소재(SMC) 기술을 앞세워 로봇 외장재와 구조 부품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몸값 낮추는 특수 플라스틱

LG 데이터팩토리에서 LG전자 휴머노이드 로봇 'LG 클로이드(CLOiD)'가 세탁기 제조 공정을 수행하며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다./사진=LG전자

중국발 증설로 기초유분 공급과잉과 구조적 불황을 겪는 석유화학사는 금속을 대체하는 고기능성 플라스틱에서 새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일반 플라스틱보다 열과 마찰에 강한 폴리에테르에테르케톤(PEEK) 등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Super EP)은 모터 내부 기어와 관절 하우징(부품을 감싸는 보호 케이스)의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테슬라가 개발 중인 옵티머스 2세대 로봇 역시 주요 관절 부품에 고기능 플라스틱을 대거 채택하며 초기 모델 대비 무게를 약 10kg 줄였습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금속 수준의 단단함을 내면서도 무게를 대폭 덜어낼 수 있는 고기능 컴파운딩(서로 다른 수지와 첨가제를 섞어 성능을 높인 소재)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모터에서 발생하는 고열을 견디는 특수 플라스틱을 공급해 대당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에 달하는 로봇 제조 원가를 2만~3만 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데 기여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 투입 속도를 높이는 열쇠는 초경량 하드웨어 몸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탄소섬유부터 슈퍼 플라스틱 등에 이르기까지 제조 생태계를 갖춘 국내 화학·소재 기업들이 새로운 글로벌 로봇 공급망에서 어떤 입지를 다져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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