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성가 형제의 난' 당사자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동생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일주일 만에 법정에서 다시 맞섰다. 조현준 회장은 "재산 문제를 해결하고 각자 갈 길을 가자"고 호소했지만 동생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지난주에 이어 추가 녹취록도 등장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의 과거 검찰 진술과 녹취, 당시 행적을 잇달아 대조하며 증언의 신빙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검찰과 조 회장 측은 직접적인 협박 표현만 떼어 볼 것이 아니라 검찰 수사와 구속 가능성 등을 거론한 대화의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각자 갈 길 가자"…조현준, 재산 정리 의사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성열 판사는 지난 28일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에 대한 공판을 열고 조 회장에 대한 2차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이 범행 동기로 보고 있는 비상장주식 문제에 대해 이날도 양측 입장이 엇갈렸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효성 측을 압박해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높은 가격에 처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주식을 비싸게 사달라고 직접 요구한 적 자체가 없다고 맞섰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실제 매각 요구를 받은 적이 있는지 묻자 조 회장은 "직접 요구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법꾸라지같이 강요미수나 공갈·협박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직접 나서지 않고 제3자의 입을 빌린 것"이라며 우회적 요구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조 전 부사장이 직접 협박한 것은 아니지만 협박으로 느꼈다는 것이냐"고 묻자 조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언론인 등 주변인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무릎 꿇게 하려 한 가스라이팅"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조 회장은 증인신문 말미 "재산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끝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돈 때문이라면 돈을 더 달라고 하면 응하겠다"며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노틸러스효성 등 비상장주식도 배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적정하게 평가해 사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 유류분 소송 등 고소·고발과 소송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한다"며 "재산 문제는 변호인끼리 만나 해결하고 각자 갈 길을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과 언론전을 통해 강압적으로 무릎 꿇게 하려는 행위는 그만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가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친 뒤 조 전 부사장에게 직접 형을 신문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조 전 부사장은 "없다"고 답했다.
녹취 속 '검찰·감방'…양측 해석은 정반대
지난 공판에서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과거 단둘이 나눈 대화 녹취가 등장한 데 이어 이날은 2013년 7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 회장과 박 전 대표 등이 나눈 대화 녹음파일이 법정서 재생됐다. 녹취록 전문은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됐다.
조 전 부사장 측은 해당 녹취를 조 회장의 기존 진술과 대조하며 진술의 일관성을 문제 삼았다. 조 회장은 과거 박 전 대표가 공격적인 태도로 자신을 압박, 조 전 부사장 배우자 관련 소문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효성이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해왔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그러나 실제 녹취에는 박 전 대표가 사과를 요구하거나 응하지 않을 경우 조 회장을 '서초동에 보내겠다'고 직접 말한 대목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가겠다'는 언급 역시 조 회장을 처벌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조 전 부사장 배우자 관련 소문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수사의뢰 차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근거로는 조 회장이 먼저 '감방'이라는 표현을 꺼내자 박 전 대표가 "조 전 부사장에게는 그런 생각이 없다"며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 취지로 답한 대목을 제시했다.
반면 검찰은 재주신문에서 같은 녹취의 다른 대목을 짚었다. 박 전 대표가 검찰 수사와 효성 관련 자료, 다른 재벌 총수의 구속 사례 등을 언급하고 '감방'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들었다. 검찰이 효성 관련 자료를 많이 갖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과 대화 말미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도 제시했다.
"내 목소리인지 모르겠다"
다만 조 회장은 이날 재생된 녹음이 자신의 대화인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녹음 상태가 선명하지 않다며 녹취록을 함께 보여달라고 요구했고 "13년 전 일인 만큼 지금 기억보다 당시 검찰과 법정에서 한 진술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증인신문 시간이 제한돼 있고 녹취록 전문도 재판부에 제출된 만큼 필요한 부분만 제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검찰의 재주신문이 끝난 뒤 변호인이 다시 녹음의 진위를 묻자 조 회장은 "아직도 저게 제 녹취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녹취 공방은 공소사실 자체로 번졌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배우자 관련 소문을 효성 측이 만들었다고 단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으면 처벌받게 하겠다는 식의 대화가 녹취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며 검찰에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물었다.
검찰은 "검토 후 의견서 제출하겠다"고 답하며 공소장 변경 여부 등에 대해선 즉각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 측이 접촉을 시도한 시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013년 5월 효성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전까지 별다른 접촉이 없다가 세무조사 이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을 통해 박 전 대표 등을 통해 만나려 한 배경을 문제 삼았다. 조 전 부사장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하거나 효성과 관련한 내용을 진술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이에 조 회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조 전 부사장이 외부에서 효성과 관련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 접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를 만난 것도 당시 그가 형제 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27일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피고인 측이 제기한 위법수집증거 주장과 증거 채택 여부 등을 정리할 예정이다.
효성가 '형제의 난'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3년 효성그룹을 떠났다. 사임을 결정한 당시 그는 부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을 상대로 검찰에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자신이 회사 성장의 주역'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 등을 요구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보도자료 배포를 거부했고 검찰은 2022년 11월 조 전 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회사의 위법·부당한 경영 방침에 반발, 감사를 진행하는 등 내부시정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가족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혔고 이에 사임키로 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사임 이후 추문 등 유포 가능성이 있어 퇴사 관련 보도자료 배포를 요청했을 뿐이란 입장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앞서 2013년 10월 효성 비자금 수사 당시 조현준 회장이 100억원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홍콩 비자금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조서에 쓰인 고 조석래 명예회장 진술이 "홍콩비자금 계좌는 조현문 사장의 것"이라는 내용에 기반한 추측이다. 친형인 조 회장도 "조현문에게 속아 그런 짓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관련 자료가 있어 혐의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서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 효성 계열사 대표들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조 회장도 동생인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며 2017년 맞고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