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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N% 성과급'에 칼 댄 정부…행정지침으론 부족한 이유

  • 2026.09.08(화) 06:50

삼성·SK 노사갈등 커지자 '노동쟁의 기준' 구체화
기업이익 배분·공장 신설 반대는 파업 명분서 제외
전문가 "행정지침으로 급한 불…후속 기준·법 개정 필요"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정부가 노동쟁의의 '마지노선'을 그었습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거나 공장 신설·이전, 인공지능(AI) 도입 같은 경영상 판단 자체는 원칙적으로 교섭·쟁의 대상에서 빼기로 한 건데요.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 성과급과 대규모 투자 계획까지 노사 갈등의 의제로 번지자 기업의 경영권과 노동권이 맞닿는 지점을 정부가 보다 분명히 정리한 셈입니다.

다만 선을 그었다고 논란까지 정리된 것은 아닙니다. 공장 가동이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배치전환·근무지 변경 등 인력 운영 문제가 구체화하면 다시 노사 협상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 기준이 법률이 아닌 '행정지침'에 그쳐 사법부를 구속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남습니다. 현장의 혼선을 줄이는 데는 도움 되겠지만 투자와 노사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완전 걷어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가 정한 '교섭의 선'

고용노동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2월 개정 노동조합법(이하 노란봉투법·노봉법) 시행을 앞두고 내놓은 법 해석지침을 바탕으로 성과급과 공장 신설·이전, 사업 매각·인수, 신기술 도입 등이 어디까지 교섭·쟁의 대상이 되는지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한 겁니다.

정부가 추가 지침까지 내놓은 배경에는 최근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확산한 노사 갈등이 있습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년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했었죠. 완제품(DX) 부문 조합원이 다수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도 반도체(DS) 부문과의 성과급 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집단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고요.

특히 동행노조는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위대한 제품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GREAT PRODUCTS BEGIN WITH PEOPLE)", "우리도 아직 여기 있습니다(WE ARE STILL HERE)"라는 광고를 내걸었습니다. 오는 18일부터는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열 계획입니다.

동행노조는 지난 5월 체결된 임금협약에서 DS 부문에는 특별경영성과급이 추가된 반면 DX 부문은 기존 제도가 유지되면서 보상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주장합니다. DX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과 전사 성과의 일정 비율을 활용한 공통 재원 마련, 기본급 인상률의 전사 동일 적용 등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임금협상 당시 2000여 명 수준이던 동행노조 조합원은 현재 3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노동부는 먼저 '기업이익의 N%' 요구에 선을 그었습니다.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며, 노동쟁의 조정이나 쟁의행위의 대상에도 원칙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근거는 기업이익을 곧바로 노동의 대가로 볼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매출액은 원가와 판매·관리비 등을 빼기 전 금액, 영업이익 역시 이자·법인세·배당 등을 지급하기 전 이익입니다. 당기순이익에도 이자·배당금 수익처럼 근로자의 노동 제공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이익이 포함됩니다.

노동부는 "기업이익은 연구개발·설비투자·배당 등 다양한 경영 판단에 활용되는 재원"이라며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미리 배분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제약하고 국가·주주 등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노사가 협의하는 것까지 막은 것은 아닙니다. 법적으로 반드시 교섭해야 할 사안은 아니지만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상해 합의할 수 있습니다. 이미 단체협약 등을 통해 기업이익과 연동한 성과급 지급에 합의했다면 기존 합의도 유효합니다. 연봉이나 기본급의 일정 비율처럼 지급 기준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정해져 근로조건으로 볼 수 있는 성과급도 종전처럼 교섭 대상입니다.

경영권은 지켰지만…

정부는 기업의 투자 결정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했습니다. 공장 신설·이전이나 해외 투자, 생산기지 이전, 사업 매각·인수, AI·자동화 설비 도입 같은 경영상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닙니다. 노조가 공장 신설 철회를 요구하거나 투자 지역·시기에 개입하는 것, 사업 매각을 막거나 인수자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 AI나 자동화 설비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 등은 원칙적으로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 여부 자체를 노조가 교섭이나 파업으로 저지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초기업노조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를 내년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정부가 투자 결정 자체는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에 해당한다고 못 박은 셈입니다.

하지만 투자 결정이 실행 단계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공장 신설이나 이전에 따라 배치전환·근무지 변경 등 인력 운영 계획이 구체화하고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관련 사안은 다시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계획을 최종 확정하거나 외부에 공식 발표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배치전환이나 정리해고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마련하고 있거나 사내 공지와 노사협의회 자료, 단체교섭 과정에서의 사용자 발언 등을 통해 계획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경영진의 추상적인 언급이나 노조의 일방적인 추정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 공장 이전 과정에서는 배치전환과 근무형태 변경뿐 아니라 수당·통근비·이주비 지원 등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업 매각 과정에서도 고용승계 범위나 정리해고 계획이 구체화하면 고용안정 대책과 기존 근로조건 유지 등을 놓고 교섭할 수 있고요. AI 등 신기술 도입으로 직무나 근무형태가 바뀌면 근무시간 조정·배치전환·작업 방식 변화에 따른 안전보건 대책 등도 대상이 됩니다.

결국 '어디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는 경영권의 영역으로 남기되 그 결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근로조건 변화가 현실화하면 노사 협상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투자엔 숨통, 법엔 구멍…'노봉법 재개정론'

재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 '경계선'입니다. 투자 결정 자체는 보호받지만 신규 공장을 가동하거나 AI 등 신기술을 도입하려면 인력 재배치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지면 투자 자체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은 남습니다.

특히 반도체와 AI는 투자 시점과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입니다. 생산시설만 짓는다고 곧바로 가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기존 생산거점의 숙련 인력을 새 공장으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인력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길어지면 대규모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번 지침이 이런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낸 것도 아닙니다. 노동위원회의 조정·행정지도·부당노동행위 판단 등에 활용될 수는 있지만 법률이나 시행령과 달리 사법부를 구속하지는 못합니다.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가면 노동부와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현행 개정 노조법에는 노동쟁의 대상의 세부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할 근거가 없어 시행령으로 곧바로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결국 남은 제도적 공백을 메우려면 노란봉투법 자체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부의 입장을 이전보다 분명히 하고 시장에 '영업이익 N%를 이유로 파업하는 것은 어렵다'는 시그널을 줄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것이 한계"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법에 직접 명시하거나 노조법에 대통령령 위임 근거를 두고 시행령에서 세부 기준을 정할 수 있다"며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국회가 노란봉투법을 다시 손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선 서남권 반도체 투자 등 정부 주도 대규모 프로젝트의 투자 일정에 노사 변수가 끼어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서두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지침은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노사 리스크를 사전에 줄이고 기업의 의사결정을 보호하려는 정책적 성격이 분명하다"면서도 "경영 판단과 근로조건 변화의 경계가 개별 사건마다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 정부가 경영권과 교섭권의 범위를 보다 세밀하게 구분하는 후속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노동계는 정반대 입장입니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넓힌 노동쟁의 범위를 정부가 행정지침으로 다시 좁히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데요. 경영상 판단이라도 고용과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면 노사 교섭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성과급 논란은 노사를 넘어 주주 측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지난 7일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원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임원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추가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단체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미리 배분하는 것은 주주총회에서 결정해야 할 이익처분 영역이라고 주장합니다. 앞서 전영현·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도 같은 취지로 고발했었죠. 다만 이는 주주단체 측 주장으로 실제 위법 여부는 수사와 사법 판단을 거쳐 가려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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