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성과 쌓아가는 '발전용' 가스터빈…방산으로 저변 넓힐까

  • 2026.09.13(일) 15:00

[테크 따라잡기]
두산에너빌,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상용화…세계 5번째
더 난이도 높은 방산엔진 가스터빈…원천기술 확보 분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 열풍으로 최근 다시 주목받는 설비가 있습니다. 바로 '가스터빈'입니다.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가스발전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스터빈을 찾는 곳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스터빈은 개발과 제작 난도가 매우 높습니다. 발전과 항공·방산 등 일부 산업에서는 핵심 동력원으로 활용되는 전략 기술이기도 합니다. 특히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은 독자모델을 개발한 국가가 손에 꼽힐 정도로 기술장벽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9년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모델을 확보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가스터빈 기술의 영역을 발전에서 항공·방산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개발에 성공한 한국이 전투기와 무인기 등 하늘에서 사용될 가스터빈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을까요. 이를 짚어봅니다.

가스터빈?

가스터빈의 기본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외부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압축기로 강하게 압축합니다. 여기에 연료를 섞어 연소시키면 고온·고압의 가스가 만들어집니다. 이 가스가 터빈의 날개인 블레이드를 밀면서 회전시키는 구조입니다. 발전소에서는 이렇게 얻은 회전력으로 발전기를 돌리고, 항공기에서는 압축기와 터빈을 작동시키면서 뒤쪽으로 고속의 가스를 분사해 추력을 만들어냅니다.

말로만 들으면 '공기를 압축해 불을 붙이는 기계'에 가깝지만 실제 제작 난도는 전혀 다릅니다. 가스터빈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이 터빈으로 들어가는 가스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온도를 계속 높이면 정작 터빈을 구성하는 금속이 이를 견디기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현대 가스터빈에는 니켈계 초내열합금과 단결정 블레이드, 열차폐코팅(TBC), 정교한 냉각 기술 등이 동원됩니다. 블레이드 내부에 복잡한 통로를 만들고 상대적으로 차가운 압축공기를 흘려보내거나 블레이드 표면의 작은 구멍으로 공기를 내보내 보호막을 만드는 '필름 냉각'도 사용됩니다.

역설적이게도 더 높은 성능을 내려면 더 뜨겁게 태워야 하는 동시에 핵심 부품은 더 효과적으로 식혀야 합니다. 여기에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축과 블레이드의 진동을 제어하고 수많은 부품을 오차 없이 제작해야 합니다. 소재와 주조, 코팅, 냉각, 연소, 유체역학과 정밀가공 기술이 모두 집약된 '종합 기계공학'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두산에너빌, 세계 다섯 번째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개발

이처럼 만들기 어려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곳이 두산에너빌리티인데요. 두산에너빌은 2019년 270MW급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모델을 완성했습니다. 이후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초도기를 공급해 실증을 진행했고 2023년 상업운전에 들어갔습니다.

현재는 한 단계 성능을 끌어올린 380MW급 'DGT6-300H S2'까지 라인업을 확대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이 모델의 단순발전 효율은 43% 이상, 복합발전 효율은 63% 이상입니다. 가스터빈에서 나온 뜨거운 배기가스로 증기를 만들고 증기터빈까지 추가로 돌려 버려질 열에너지를 다시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국산화는 수출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 이후 약 1만7000시간의 실증을 완료했고 올해 3월 기준 총 23기를 수주했습니다. 미국에서 확보한 공급계약만 12기에 달합니다.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에서는 이제 '만들 수 있느냐'를 넘어 글로벌 업체들과 수주 경쟁을 벌이는 단계까지 올라선 셈입니다.

더 작지만 더 어려운 '방산용 가스터빈'

가스터빈은 발전소에서만 사용되는 기술이 아닙니다. 가스터빈을 기반으로 한 항공엔진의 역사는 발전용과 거의 동시에 시작됐습니다. 1939년 스위스 뇌샤텔에서 세계 최초의 발전용 산업 가스터빈이 등장했고 같은 해 가스터빈 방식의 제트엔진을 장착한 항공기가 세계 최초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군용 항공엔진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전투기에 들어가는 터보팬도 기본적으로 가스터빈의 일종입니다. 다만 발전용 가스터빈을 단순히 작게 만든다고 전투기 엔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발전용은 무게와 크기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신 높은 효율과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동되는 내구성이 중요합니다.

전투기용은 조건이 완전히 다릅니다. 제한된 크기와 무게 안에서 최대한 강력한 추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상부터 높은 고도까지 온도와 공기밀도가 크게 변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조종사의 요구에 따라 짧은 시간 안에 출력을 크게 높이거나 낮출 수도 있어야 합니다.

결국 단순히 '소형 가스터빈'이 아니라 작은 체적과 무게에서 막대한 출력을 만들어내는 '고출력밀도 가스터빈'을 만드는 문제입니다. 실제 방산용 가스터빈 엔진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정도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독자 개발했다고 곧바로 전투기 엔진까지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압축기와 연소기, 터빈이라는 기본 구성과 고온 소재·냉각·코팅 등 공통 기반기술은 있지만 각각 요구하는 설계와 제작기술의 방향은 상당히 다릅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항공용 가스터빈을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십 년간 군용 항공엔진을 국내에서 생산해왔고 현재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F414 엔진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2028년까지 KF-21 최초 양산분에 들어갈 F414 약 80대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다만 F414의 원천 설계와 기술은 미국 GE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전투함에서 사용하는 LM2500 계열 가스터빈 역시 미국 GE 계열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한국이 전투기와 함정이라는 플랫폼은 만들어내면서도 이들의 핵심 동력원에서는 해외 기술 의존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최근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기업과 개발 중인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 시제를 처음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해외 기술을 바탕으로 엔진을 생산하는 데 머물렀던 국내 항공엔진 산업이 자체 소재와 터빈 블레이드, 열차폐코팅 등을 적용한 독자 엔진을 시험하는 단계까지 진입한 거죠.

발전용 가스터빈을 처음부터 설계해 상용화한 두산에너빌도 저변 확대를 위해 분주합니다. 두산에너빌은 2024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항공엔진 개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대한항공과도 항공엔진 개발 협력에 나서기로 했죠. 또 국방과학연구소와 항공엔진 시험과제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한때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전량 해외에 의존했던 한국은 이제 독자모델을 개발해 미국 데이터센터에까지 수출하는 단계에 올라섰습니다. 다음 도전은 하늘에서 사용할 가스터빈의 핵심 기술까지 얼마나 독자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입니다. 발전소의 심장을 만든 경험이 전투기와 무인기의 심장을 만드는 기술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naver daum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