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을 고소한 이유는 주주권 행사를 넘어선 주주권 남용으로 선을 넘었다고 판단해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유령 같은 조직 경영협의회 탓에 이사회가 형해화됐다'고 주장하는데, 태광산업 측은 이사회를 허수아비처럼 표현하며 근거없는 주장으로 경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태광산업은 황성택·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 등 3명을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펀드를 통해 태광산업 지분 1.3%를, 특수관계인 OK캐피탈을 통해 태광산업 지분 3.18%를 각각 보유한 2대 주주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20년 태광산업 주식을 사들인 이후 7차례가량 주주서한을 보내며 목소리를 키웠는데, 태광산업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기한 주주서한을 보면 △배당정책 △자사주 매입·소각 △액면분할 △이호진 고문의 등기임원 선임 △유통주식 전량 자사주 매입 후 상장폐지 등으로 경영방식개선과 주가부양을 위한 제안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주제안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주주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송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3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에 보낸 '이른바 그룹 경영협의회에 관한 사실확인 질의 및 조치 요구'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이다.
이 주주서한은 경영협의회에 대해 "태광그룹에는 계열사 대표들이 매달 모여 그룹의 주요 경영사안을 논의하는 경영협의회가 늦어도 2014년부터 운영돼 왔다"며 "유령과도 같은 기구가 법적·공시 체계 바깥에서 (태광산업) 장래를 좌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인 실체가 없는 조직이 지위와 권세만으로 이사회를 형해화한다"고 지적했다. 형해화는 내용 없이 뼈대만 있게 된다는 뜻으로, 태광산업 경영협의회 탓에 이사회가 허수아비가 됐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태광산업은 '경영협의회가 존재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경영협의회는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이 운영한 과거의 조직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의장은 태광산업 대주주인 이호진 고문이 수감됐을 때 '경영 대리인'을 맡았던 인사로, 현재 태광산업과 소송전을 벌이며 관계가 틀어졌다.
작년 8월 태광산업은 경영협의회 명칭을 경영지원협의체로 변경했다. 회사 측은 "경영지원협의체도 계열사 간 협력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구성된 협의기구일 뿐, 계열사의 경영 관련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트러스톤은 김 전 의장 때 경영협의회의 전횡을 현재의 일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주주서한을 통해 태광산업 이사에게 "경영협의회의 개입과 이를 방치하는 이사회에는 각각 법적 책임이 따른다"며 "실손해를 끼치는 외부 개입을 알면서도 견제하지 않는 것은 감사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책임 있는 이사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등도 예고했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이사들을 압박한 것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기업활동 및 이사회 업무를 위력으로 방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태광산업 이사진은 사내이사(정인철 대표·이부의 대표·정안식 전무)와 독립이사(서병선 고려대 교수·김대근 단국대 교수·안효성 세종 파트너·오윤경 동덕여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다.
회사 관계자는 "엄연히 독립이사가 존재하고, 이사회를 통해 경영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데 이사회를 허수아비처럼 표현하고 있다"며 "주주권 명분은 이해하지만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의 본질은 주가를 올려 엑싯(투자회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