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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대신 공기로 난방을?…삼성·LG가 '히트펌프'에 꽂힌 이유

  • 2026.09.20(일) 15:00

[테크따라잡기]
가스 태우는 대신 공기열 활용…고효율 난방 주목
삼성·LG, 히트펌프 앞세워 냉난방·온수 효율 높여
스마트홈·HVAC까지 연결…AI로 에너지 사용 최적화

집을 따뜻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흔히 가스를 태우거나 전기로 열을 만드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보일러나 전기히터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최근 조금 다른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직접 열을 만드는 대신 바깥 공기에 있는 열을 끌어와 실내로 옮기는 건데요. 바로 '히트펌프(Heat Pump)'입니다.

이름 그대로 열을 퍼 올리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펌프처럼 외부의 열을 필요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원리죠.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에도 열에너지는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모아 난방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16~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도 히트펌프가 주요 기술로 등장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란히 고효율 히트펌프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개별 가전의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서 나아가 냉난방과 온수 등 집 전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렇다면 히트펌프는 어떻게 적은 전기로 많은 열을 얻을 수 있는 걸까요.

냉난방부터 온수까지…공기열의 변신

히트펌프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우선 냉장고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냉장고는 내부의 열을 밖으로 빼내 음식물을 차갑게 유지합니다. 냉장고 뒤쪽이 따뜻한 것도 내부에서 가져온 열을 외부로 내보내기 때문입니다.

히트펌프도 기본 원리는 비슷합니다. 난방할 때는 바깥 공기의 열을 실내로 가져오고, 냉방할 때는 반대로 실내의 열을 밖으로 내보냅니다. 전기는 열 자체를 만드는 데 쓰이기보다 열을 이동시키는 장치를 작동하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높은 에너지 효율의 비결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기히터처럼 투입한 전력을 곧바로 열로 바꾸는 것과 달리 주변에 이미 존재하는 열까지 끌어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G전자가 이번 박람회에서 선보인 'LG 써마브이 히트펌프 보일러'는 투입 전력 대비 약 4~5배 수준의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전기에너지 1만큼을 투입해 히트펌프를 가동하면 외부 공기의 열까지 끌어와 4~5만큼의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식입니다. LG전자는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와 비교해 에너지 비용을 약 40~6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삼성전자도 같은 원리를 활용한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선보였습니다. 자연 상태의 공기열과 전기를 활용해 실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제품입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EHS 올인원'입니다. 실외기 하나로 냉방·난방·급탕을 모두 해결합니다.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을 하고 사계절 내내 온수까지 공급하는 설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은 셈입니다.

히트펌프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에너지 소비가 큰 냉난방과 온수를 하나의 고효율 전기 시스템으로 통합할 수 있어서입니다.

히트펌프 핵심 원리./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집이 통째로 '에너지 절약모드'

이번 박람회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보여준 또 다른 흐름은 여러 기기를 연결해 공간 전체의 에너지 소비를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식기세척기·인덕션 등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가전을 전시했습니다. 스마트싱스 기반의 'AI 절약모드'도 소개했는데요. 가전의 사용 환경과 패턴에 맞춰 작동을 조절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에너지 관리의 범위는 가정을 넘어 건물과 데이터센터로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수한 플랙트그룹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냉각부터 첨단 산업단지, 대형 빌딩에 적용되는 냉난방공조(HVAC) 제품군도 선보였습니다.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냉각은 새로운 에너지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수많은 AI 가속기가 연산 과정에서 막대한 열을 내뿜고 이를 식히는 데도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의 연산 성능 못지않게 발생한 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식히느냐가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과 운영비를 좌우하게 된 겁니다.

LG전자는 집 전체를 하나의 에너지 시스템처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AI 가전과 냉난방공조 기술을 집약한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가 대표적입니다.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하나로 연결하고 전력 효율을 고려해 통합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전기를 덜 쓰는 디스플레이 기술도 선보였습니다. LG전자는 기존 디지털 사이니지보다 소비전력을 99% 이상 줄인 'LG 이페이퍼 디스플레이'와 대기모드 소비전력을 0.5W 이하로 낮춘 'LG 스탠바이미 2 맥스'를 전시했습니다.

제품 사용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비뿐 아니라 제조에 들어가는 자원도 줄이고 있습니다. 올레드 TV에는 가벼운 복합섬유 소재를 적용해 같은 크기의 액정표시장치(LCD) TV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40%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LG전자는 올해 올레드 TV 제조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LCD TV와 비교해 약 1만5000톤 적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 박람회에서 보여준 방향은 닮아 있습니다. 히트펌프와 AI를 앞세워 냉난방·온수·가전·공조 설비를 하나로 묶고 에너지 사용을 통합 관리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겁니다.

가전업계의 경쟁 기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제품 하나의 효율보다 집과 건물 전체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제어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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