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를 이용할 때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챙기는 것 중 하나가 마일리지입니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다른 업권의 포인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항공기 이용 후 잊지 않고 적립하는 것이 일반적이 됐습니다. 항공 마일리지 적립을 위한 전용 신용카드가 인기리에 발급될 정도로 이제 마일리지는 은행 이자처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혜택 중 하나가 됐죠.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의 마지막 관문 중 하나였던 공정거래위원회의 마일리지 통합방안 심사까지 마무리되면서 항공사 마일리지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어떤 기준으로 쌓이는지, 어떻게 써야 높은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짚어봅니다.
반백살 향해 가는 '항공 마일리지'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항공기가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항공업계에서는 1950년대 후반 보잉 707을 비롯한 제트 여객기의 상업운항이 시작되면서 장거리 항공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했고, 1970년대 들어 대형 여객기 보급과 함께 항공여행이 대중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봅니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이런 항공산업 대중화의 역사와 함께합니다. 미국 텍사스 인터내셔널항공이 1979년 탑승거리를 기록해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현대적인 마일리지 프로그램의 초기 형태가 등장했습니다.
이후 1981년 아메리칸항공이 'AAdvantage'를 선보이면서 지금과 같은 마일리지 제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항공기를 많이 이용할수록 마일을 쌓아주고 이를 무료 항공권 등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 방식입니다. 효과는 컸습니다. 고객이 특정 항공사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가 나타나자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등 경쟁 항공사들도 잇따라 유사한 상용고객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대한항공은 1984년 마일리지 제도인 '상용고객우대제도(FTBS)'를 도입했습니다. 탑승거리에 따라 마일을 쌓고 일정 수준 이상 모으면 항공권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이러한 마일리지 적립 방식을 도입한 건 최초였죠. 이후 대한항공은 1995년 프로그램의 이름을 '스카이패스(SKYPASS)'로 바꿨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마일리지 제도가 항공업계 전반으로 확산됐지만 국제 항공시장이 커지면서 개별 항공사만의 노선망으로는 고객의 이동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한 항공사가 전 세계 노선을 직접 운항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데다 국가별 운수권 등 규제 장벽도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항공사들은 다른 항공사와 노선망을 연결해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처럼 운영하는 방식을 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일리지도 중요한 연결고리가 됐습니다. 제휴 항공사를 이용하더라도 자신이 가입한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적립·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고객을 개별 항공사가 아닌 '동맹 전체'에 묶어두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겁니다.
1997년 에어캐나다와 루프트한자, SAS, 타이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5개사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항공동맹인 '스타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습니다. 이어 1999년에는 아메리칸항공과 영국항공, 캐세이퍼시픽, 콴타스, 캐네디언항공 등 5개 항공사가 '원월드' 서비스를 시작했고 회원사 항공편에서 마일리지를 적립·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00년에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가 '스카이팀'을 결성했습니다.
마일리지는 어떻게 적립될까
항공사 마일리지의 가장 전통적인 적립 방식은 '표 가격'보다 '항공기로 이동한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겁니다. 거리 기반 프로그램에서 적립률이 100%라면 1마일(약 1.609km)을 비행할 때 1마일이 쌓이는 구조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약 1609km를 비행할 경우 1000마일을 적립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일리지(Mileage)'라는 어원이기도 하죠.
실제 적립량을 결정할 때 항공권 가격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거리를 이동하고 같은 일반석에 앉더라도 어떤 조건의 항공권을 구매했느냐에 따라 적립되는 마일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실제 탑승거리에 항공권의 '예약등급'별 적립률을 곱하는 겁니다. 정상운임에 가까운 항공권은 비행거리의 100%를 적립해주는 반면 할인운임은 50~75% 수준으로 낮아지거나 일부 특가 항공권은 아예 마일이 쌓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비즈니스석이나 퍼스트클래스처럼 높은 운임을 지불하는 좌석에는 기본 비행거리보다 높은 비율의 마일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비행거리보다 고객이 항공권 구입에 얼마를 지출했는지를 직접적인 적립 기준으로 삼는 항공사도 늘고 있습니다. 같은 노선을 이용하더라도 저렴한 할인항공권을 산 승객보다 비싼 항공권을 구매한 승객에게 더 많은 마일을 주는 방식입니다. 마일리지라는 이름과 달리 단순히 '얼마나 멀리 날았느냐'보다 '항공사에 얼마를 지불했느냐'가 중요해지는 셈입니다.
마일리지, '혜자'라는 이유
마일리지와 비슷한 건 카드사나 간편결제 기업의 '포인트' 일 겁니다. 결제 금액의 일정 %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방식인데요. 하지만 적립률이 1% 안팎인 경우가 많아 효용을 느끼려면 상당히 많은 금액을 결제해야 하죠.
반면 항공사 마일리지는 카드사이 '포인트'와 비교하면 그 혜택의 가치가 더욱 크다고 느껴집니다. 장거리 비행 시 마일리지만 잘 사용하면 수십~수백만원짜리의 좌석을 포인트로 확보할 수 있어서죠.
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인천~싱가포르 노선을 살펴보면 10월 기준 왕복 일반석은 60만~70만원대인 반면 프레스티지석은 약 275만원부터 판매됩니다. 하지만 평수기에 보너스 좌석을 확보하면 7만 마일로 프레스티지석 왕복 항공권을 발권할 수 있죠. 세금과 유류할증료 등은 별도로 부담해야 하지만 수백만원에 판매되는 좌석을 이용 가능한 겁니다.
따져봐야 할 건 7만 마일을 '얼마나 써야' 적립할 수 있느냐죠. 7만 마일은 100% 적립 항공권만 이용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인천~도쿄 노선을 약 47차례 왕복해야 모을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의 인천~도쿄 왕복 일반석 최저 운임이 약 46만원이라는 점을 단순 적용하면 항공권 구매액만 약 2160만원 입니다. 이렇게 모은 7만 마일로 약 275만원에 판매되는 인천~싱가포르 프레스티지석을 이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현금가치로 환산한 혜택은 구매액의 약 12.7%에 해당합니다.
물론 실제 계산은 이보다 복잡합니다. 최저운임 항공권은 적립률이 100%에 미치지 못할 수 있고 보너스 항공권을 발권할 때 세금과 유류할증료도 별도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 비율은 12.7%보다 낮아집니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카드 포인트 적립률이 1%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일리지는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일반 포인트보다 수배 높은 체감가치를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마일리지를 사용처에서 '막' 쓰게 된다면 이같은 효율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항공권 처럼 현금 가격이 높은 상품에 쓰면 마일 당 가치가 급상승하지만 생활용품, 할인 바우처, 라운지 이용권 등에 쓰면 마일당 가치가 카드사 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질 수 도 있습니다. 소비자가 얼마나 잘 쓰냐에 따라 체감도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는 겁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 자체의 가치가 높다기 보다는 소비자가 가치가 높은 사용처를 골라 쓸 수 있기 때문에 체감 혜택이 높은 것"이라며 "항공사, 시기 등 다양한 조건 등이 모두 갖춰져야 최고의 효율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사용하면 그 어떤 고객 혜택보다 효율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