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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폭주 잡는 K산업]上 삼성·LG, 불붙은 냉각 패권 전쟁

  • 2026.09.24(목) 14:30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비중 내년 60% 성장 전망
삼성, 광주에 2400억 투입…플랙트 생산거점 구축
엔비디아 인증 챙긴 LG, 칠러 매출 1조 달성 눈앞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인공지능(AI) 혁명의 최대 복병은 열(Heat)이다. 초고성능 AI 칩이 뿜어내는 발열과 천문학적인 전력 소비가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한계로 떠오르면서 열을 제어하는 냉각 인프라가 AI 생태계의 핵심 승부처로 부상했다. 공랭식의 한계를 넘어 액체와 특수 오일로 서버를 식히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비즈워치는 조 단위 데이터센터 냉각 공조(HVAC) 시장에 뛰어든 전자업계와 윤활기유 기술력을 이식해 액침냉각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하는 정유업계의 영토 확장 전략을 상·하편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국내 가전 양사의 신성장 격전지가 안방에서 글로벌 데이터센터로 옮겨붙었다. 인공지능(AI) 연산 폭증으로 가열된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공조 설비가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규모 공장 신설과 글로벌 품질 공인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공급망 뻗는 삼성, 수주 보폭 넓히는 LG

9월21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열린 '플랙트그룹 냉난방공조 생산라인 착공식'./사진=삼성전자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공조 사업을 차세대 B2B 핵심 분야로 설정하고 생산 설비 증설과 기술 검증에 집중하고 있다. 가동 안정성이 핵심인 데이터센터 특성상 초기에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공인된 납품 실적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주요 거점에 생산라인을 잇따라 신설하며 공급망을 구체화하는 단계다. 이 회사는 지난 21일 광주사업장 제3캠퍼스에 2400억원을 투입해 유럽 공조 자회사 플랙트그룹의 냉난방공조(HVAC) 신규 생산라인을 착공했다. 연면적 2만1800㎡ 규모인 이번 공장은 오는 2028년 초 가동을 목표로 한다.

플랙트의 15번째 글로벌 거점으로서 액체 냉각 핵심 설비인 냉각수분배장치(CDU)를 비롯해 팬월유닛(FWU), 컴퓨터룸 공기처리장치(CRAH), 공기조화기(AHU)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 8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연간 최대 6500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조 라인을 준공한 데 이어 국내외 공급망 기반을 연달아 확충한 셈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체질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위주이던 개별 공조 사업 구조를 플랙트 인수를 기점으로 대형 중앙공조와 모듈러 냉각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하는 흐름이다. 플랙트의 공조 엔지니어링 역량에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제어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프로를 결합해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 최적화하는 통합 솔루션을 내세웠다. 현장 시공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모듈 단위 공조 설비를 앞세워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수주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장은 "이번 플랙트그룹 신규 생산라인 착공은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인 HVAC 사업의 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광주사업장을 AI 가전과 차세대 HVAC 솔루션을 함께 생산하는 첨단 제조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의 경우 주요 장비의 글로벌 품질 인증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회사는 지난 22일 2.5메가와트(MW)급 대용량 CDU에 대해 엔비디아의 'DSX 레디' 승인을 획득하며 글로벌 데이터센터 공급망 진입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앞서 600kW급과 1MW급 제품의 규격 승인을 마친 데 이어 초대형 AI 팩토리에 필수적인 2.5MW급까지 엔비디아 인증을 확보하면서 소·중·대용량을 아우르는 액체냉각 풀라인업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또 자기부상 원리로 마찰 손실을 줄인 무급유 마그네틱 베어링 기술과 연간 전력 소모를 30% 감축하는 프리쿨링 시스템을 탑재한 공랭식 터보 칠러를 출시하며 프로젝트 공급 기반을 넓히고 있다. 

기술 검증과 맞춤형 장비 출시는 실제 대형 데이터센터 수주 확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가 맞물려 고효율 냉각 설비 수요가 집중되면서 LG전자의 데이터센터용 칠러 수주는 1년 만에 3배로 불어났다. 가파른 수주 잔고 증가세에 힘입어 칠러 단일 품목으로만 내년 연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사장은 "이번 엔비디아 DSX 규격 승인을 계기로 더욱 신뢰성이 높고 효율적인 냉각 솔루션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공급하며 차세대 액체냉각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람에서 물로…각기 다른 공략법

LG전자의 냉각수 분배 장치(CDU)./사진=LG전자

데이터센터 열관리가 필수 과제로 떠오른 배경에는 반도체 집적화에 따른 물리적 발열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랙 단위로 촘촘히 탑재되는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전산 시설에 비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고열을 내뿜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부 온도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칩셋이 스스로 연산 속도를 늦추거나 서버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 위험이 현실화된다. 대형 송풍기로 찬 공기를 불어넣는 기존 공랭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열전도율이 높은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수랭식 설비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실제 전산망을 발주하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CSP) 업계는 이미 액체 냉각이 핵심 인프라로 안착하는 양상이다. 주요 CSP 가운데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구글은 이미 운용 중인 AI 서버의 80% 이상에 액체 냉각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 확산에 힘입어 AI 칩셋의 액체 냉각 적용 비율은 지난해 약 33%에서 올해 53%, 내년에는 60%에 육박할 전망이다. 냉각 방식의 구조적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체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규모 역시 현재 43조원 안팎에서 오는 2033년에는 170조원대까지 4배 이상 불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 선점을 향한 양사의 접근법은 대조를 이룬다. 삼성전자는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진입 장벽을 넘는 속도전을 택했다. 유럽 중앙공조 기업 플랙트그룹을 인수해 상업용 공조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대형 데이터센터 인프라로 확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플랙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등이 미국에 추진 중인 AI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를 비롯해 영국 카오데이터, 싱가포르 스타허브 등에 냉각 설비를 공급한 이력이 있어 초기 진입에 필요한 공급 레퍼런스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오랜 기간 대형 공조 기술을 축적해온 LG전자는 핵심 부품부터 완성 설비까지 자체 기술로 내재화하는 전략을 밟고 있다. 냉각수를 생산하는 칠러부터 유량을 배분하는 장치와 칩을 직접 냉각하는 부품에 이르기까지 냉각 전 과정을 아우르는 독자 밸류체인을 완성해 차별화를 꾀하는 구상이다. 회사는 미국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에 칠러 용량 기준 5만 냉동톤(RT)에 달하는 냉각 설비 공급 계약을 따내며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한 데 이어 평촌 메가데이터센터 등 대형 IDC 구축 이력을 앞세워 북미 하이퍼스케일러와 아시아 시장으로 공급망을 넓혀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차세대 AI 칩이 출시되면서 CSP들이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업그레이드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주요 칩 플랫폼들이 액체 냉각 방식을 전면 도입함에 따라 관련 인프라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기술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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