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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매출 1조 눈앞…삼성, 이번엔 기업 고객 잡는다

  • 2026.09.28(월) 12:17

가전 구매자 3명 중 1명 구독…달라진 소비 공식
기업엔 48시간 긴급 출동·전담 엔지니어 배치
신혼·시니어 맞춤 서비스로 개인 고객도 세분화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스토어 청담에서 열린 '삼성 AI 구독' 미디어 브리핑에서 구독 서비스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가전 구독 사업의 영토를 개인 소비자에서 기업간거래(B2B) 시장으로 넓힌다. 신혼부부와 시니어 등 개인 고객에게는 생애주기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 병원·호텔·금융기관 등 기업 고객에게는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대신 장기간 제품 관리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주요 가전 구매자 3명 중 1명이 구독을 선택할 만큼 시장이 빠르게 커지자 제품 판매를 넘어 배송·설치부터 관리·애프터서비스(AS)까지 아우르는 '서비스형 가전'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집 밖으로 나온 '가전 구독'…병원·호텔·은행 공략

삼성전자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스토어 청담에서 '삼성 AI 구독 2주년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기존 'AI 구독클럽'을 '삼성 AI 구독'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삼성전자로지텍·삼성전자판매 등의 역량을 결집해 제품 구매부터 배송·설치·사용·관리·AS 등 전 과정을 하나의 구독 서비스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의 가전 구독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체 유통 채널 기준 주요 가전 구매 고객 3명 중 1명가량이 구독을 선택하고 있다. 자체 조사에서 구독 서비스 인지도는 2024년 44%에서 올해 7월 71%로 뛰었다. 향후 삼성 가전을 구매할 때 구독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응답도 75%에 달했다. 지난 2년간 구독 해지율도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가전 구독 매출은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지난해 9월 '블루패스'를 본격 도입한 지 불과 1년 만이다. 블루패스는 방문 관리와 무상수리는 물론 AI 사전케어 알림, 스마트싱스 설정, 시간맞춤 설치, AS 패스트트랙 등을 제공한다. 기존 가전 구독이 제품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블루패스는 배송·설치부터 사용, AS까지 제품을 쓰는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개편을 계기로 구독 사업을 B2B 시장으로 본격 확대한다. 새로 선보이는 'B2B 삼성 AI 구독'은 기업이 냉장고·에어컨·정수기 등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매달 구독료를 내고 제품과 관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방식이다. 한꺼번에 목돈을 들여 가전을 구매할 필요 없이 초기 투자비를 운영비로 돌릴 수 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면 초기 투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구독을 이용하면 초기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AI 기능을 통해 전기료 등 운영비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공략 대상은 공공임대주택과 기숙사·숙박시설이다. 이후 병원·요양시설 등 의료기관과 은행 등 금융기관, 공공기관과 사무실 등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병원·약국·은행에는 정수기·공기청정기·에어컨·소형 냉장고 등을, 호텔과 오피스에는 시스템에어컨과 PC·모니터·공기청정기·에어드레서 등을 구독 형태로 공급할 수 있다.

B2B 전용 관리 서비스도 붙인다. ''B2B 블루패스'를 통해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로지텍의 전문 엔지니어가 사업장별 환경에 맞춰 제품을 관리한다. 기업이 원하는 시간과 기간에 제품을 점검하는 '시간맞춤 집중케어', AS 접수 후 영업일 기준 48시간 안에 방문하는 '48시간 긴급 출동', 지역별 전문 엔지니어를 지정하는 '엔지니어 담당제' 등을 제공한다. 무상 AS 기간은 최대 6년이다.

특히 제품 고장이 곧 영업 차질로 이어지는 사업장을 겨냥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고객이 적은 시간대를 골라 점검받을 수 있고 상시 위생 관리가 필요한 병원 등 의료시설에는 긴급 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안이 중요한 사업장은 담당 엔지니어를 지정할 수 있다. 여러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스마트싱스 프로'를 통해 각 지점에 설치된 제품의 사용 현황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다.

임 부사장은 "제품 및 성능의 문제는 매출과 직결될 수 있다"며 "긴급 대응 체제를 갖추는 데 많은 투자가 필요해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제품보다 '경험'…구독에 힘 싣는 이유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생애주기별로 세분화한다. 신혼부부와 1인 가구를 위한 '신혼 패스'에는 이사 후 전문 엔지니어가 가전 상태를 살펴주는 '이사 안심점검', 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 등을 설치하거나 철거한 뒤 가구장을 복원해주는 '가구 원복', 야간이나 공휴일에도 전문 세척팀이 방문하는 '시간맞춤 세척' 등이 포함된다.

시니어 고객을 위한 '이지케어 패스'도 선보인다. 상담사가 정기적으로 전화해 소모품 교체 시기와 제품 사용법을 알려주는 '안심케어콜'을 제공, 고객의 말하는 속도에 맞춰 안내하는 등 시니어 맞춤형 상담 채널도 운영한다. AI 가전과 스마트싱스를 활용하면 떨어져 사는 부모의 생활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정수기 사용 여부 등 가전 이용 패턴의 변화를 감지해 부모의 일상을 살펴보는 식이다. 

가격 부담을 낮춘 구독 상품도 추가했다. 기존 무상수리·셀프케어·방문케어에 '방문케어 라이트'를 더해 관리 방식을 4가지로 늘렸다. 전문적인 점검은 엔지니어가 맡되 필터 등 간단한 소모품은 고객이 직접 교체하는 식이다. 제품에 따라 6년 구독 기간 중 엔지니어 방문을 1~2회로 줄이는 대신 AI가 제품 상태를 살펴 이상 징후를 미리 알려준다.

비스포크 AI 에어드레서는 방문케어 라이트를 선택하면 6년 구독 기준 월 구독료가 기존 방문케어보다 약 13% 낮아진다. 사람의 방문을 줄인 자리를 AI가 채우면서 관리 비용을 낮추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구독 사업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가전 시장의 경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제품의 가격과 성능만으로 승부하던 데서 벗어나 배송·설치부터 사용과 관리, AS까지 구매 이후의 경험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 부사장은 "제품의 가치가 하드웨어 자체의 기능과 성능, 교체·관리에서 벗어나 전체 편의성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만으로 미디어 행사를 하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며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당장 구독 자체를 별도의 플랫폼 사업으로 키워 수익화할 계획은 없다. 구독 확대 역시 단기적인 매출이나 수익성 개선보다는 가전을 사고 쓰는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통신 3사 등 외부 사업자와 구독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발생한 냉장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오류와 관련해 피해 고객의 97%에 대한 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나머지 고객에 대해서도 일정을 조율해 조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임 부사장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관련 프로세스를 전면 재점검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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