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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 탔는데'…더 잘 팔리는 LNG선, 가격 하락 왜?

  • 2026.10.09(금) 15:00

조선 3사 LNG 수주량 32척…작년 물량 뛰어 넘어
가격은 하락추세…작년 말 보다 7~8% 떨어져
中 저가 공세에 LNG 공급 지연 등 복합 원인 작용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주춤했던 발주가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곳간도 빠르게 채워지는 중이다. 하지만 실속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수주 확대와는 반대로 LNG선 몸값은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조선업계에서는 LNG선의 '슈퍼사이클'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선가 상승세가 지속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데다 과거 대량 발주됐던 LNG선이 잇따라 시장에 공급되면서 선복 부담도 커지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 되면 수익성이 개선되던 국내 조선사들에게도 부담이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조선 3사, LNG선 수주는 늘었는데 가격은 빠졌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2일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LNG선 2척을 추가 수주하며 올해 LNG선 수주량을 20척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연간 수주량 11척의 두 배에 가까운 물량이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8척이었던 LNG선 수주량을 올해 17척으로 확대했다. 한화오션도 올해 현재까지 LNG선 8척을 수주했다.

세 회사가 올해 확보한 LNG선은 모두 45척이다. 지난해 연간 수주량 32척을 이미 13척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드류리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LNG선 발주량은 37척에 그쳤다.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실적만 놓고 봐도 올해 LNG선 발주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LNG선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2월31일 계약한 LNG선 2척의 총 계약금액은 7211억원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척당 약 3606억원이다. 반면 이달 2일 수주한 LNG선 2척의 계약금액은 총 6722억원으로 척당 약 3361억원이다. 원화 계약금액을 단순 비교하면 지난해 말보다 약 7% 낮아졌다.

한화오션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유럽 선주로부터 LNG선 7척을 2조5891억원에 수주했다. 척당 약 3699억원이다. 지난달 아프리카 선주와 체결한 LNG선 2척의 계약금액은 총 6800억원으로 척당 3400억원이다. 단순 비교하면 약 8% 낮다.

선박 크기, 엔진, 설비 등 세부 사양이나 기자재 구성, 계약 당시 환율 등 원화 계약금액 차이 등의 요인도 있지만 선가 하락 추세가 뚜렷해졌다는 게 조선업계 시각이다. 실제 동일 규격 선박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신조선가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17만4000㎥급 LNG 운반선의 신조선가는 2억4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약 2억5000만달러와 비교하면 1.6%가량 낮아진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LNG 개발 프로젝트가 구체화하면서 LNG선 발주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LNG선 가격이 소폭 하락하는 추세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낮아지는 가격…中 공세에 LNG 개발 지연 

수요가 견조한데도 LNG선 가격이 상승하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로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공세가 꼽힌다.

일례로 아랍에미리트(UAE) ADNOC의 해운 자회사는 지난 7월 중국 장난조선에 17만5000㎥급 LNG선 4척을 발주했다. 척당 가격은 약 2억2500만달러다. 현재 국제 표준 신조선가인 2억4600만달러보다 약 9% 저렴하다.

저렴한 가격은 실제 수주 확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7월 초까지 중국 조선소가 확보한 LNG선은 34척으로 한국의 32척을 넘어섰다. 중국의 LNG선 수주량이 한국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조선소들이 이미 수년치 건조 물량을 확보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른 납기를 원하는 선주들이 중국을 택한 상황도 있지만 LNG선 건조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왔고 가격 경쟁력까지 앞세워 물량으로는 국내 조선업을 따라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LNG 슈퍼사이클 당시 대량 발주됐던 선박들이 잇따라 시장에 투입되고 있는 반면 이를 채울 신규 LNG 공급이 예상보다 늦어진 점도 선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인도된 LNG선은 79척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2년 이후 LNG 가격 급등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 강화 등을 계기로 대량 발주됐던 선박이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한 결과다.

반면 대량 발주의 계기가 됐던 일부 대형 LNG 생산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보다 가동이 늦어졌다. 대표적으로 카타르의 노스 필드 이스트(North Field East) 프로젝트는 당초 2025년 말 첫 생산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첫 생산 시점이 2027년 초로 밀린 상태다. 미국 골든 패스(Golden Pass) LNG 역시 공사 차질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가동이 지연돼 올해 3월에서야 첫 LNG 생산을 시작했다.

다시 말해 실어나를 배는 빠르게 늘어난 반면 정작 배에 실을 LNG 물량의 증가 속도는 예상보다 더뎠던 셈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대량 발주됐던 선박은 예정대로 인도되고 있지만 이 선박을 활용할 신규 LNG 물량 공급은 뒤로 밀렸다"며 "배 공급 시점과 화물 공급 시점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면서 단기적으로 LNG선 선복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주 입장에서는 당장 배가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몇 년 뒤 인도받을 선박에 과거처럼 높은 가격을 지불할 유인이 줄어든 셈"이라며 "LNG 생산설비 증설에 따른 장기적인 선박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단기적인 선복 부담은 신조선 가격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NG선 가격 하락, 조선업계 타격은

당장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최근 조선 3사의 높은 수익성을 이끌고 있는 LNG선 상당수는 조선업 호황기에 높은 가격으로 수주한 물량이기 때문이다. 과거 확보한 고선가 선박이 건조되면서 본격적으로 매출과 이익에 반영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선가 조정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다. 신규 수주 물량의 가격이 낮아지면 현재 건조되고 있는 고선가 물량이 소진된 이후 수익성 개선세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LNG선 수요가 다시 늘고 있는데도 중국의 저가 공세와 선복 공급 부담으로 선가가 오르지 못한다면 국내 조선사들이 그동안 누려온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 중국 조선사들이 낮은 가격으로 수주를 늘리는 동시에 건조 경험까지 축적한다면 현재 형성된 '한국산 프리미엄'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 가격 하락은 배가 팔리지 않아서라기보다 LNG선을 만들 수 있는 공급자가 함께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가격 조정에 가깝다"며 "과거에는 누가 LNG선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품질과 납기를 유지하면서 더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느냐까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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