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수 AM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잇달아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차세대 AI 가속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넘어 파운드리와 패키징 등 반도체 공급망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내비쳤다.
지난 3월 방한 이후 약 7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양사 경영진을 모두 만난 것으로,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전략적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수 CEO는 전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과 만났다. 수 CEO는 취재진이 회동 의제를 묻자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과 조상연 삼성전자 DSA법인장 등이 직접 수 CEO를 맞았다.
양측은 차세대 AI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AMD는 지난 3월 차세대 AI 반도체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인스팅트 MI455X'에 들어가는 6세대 HBM인 HBM4를 공급, 랙 단위 AI 서버 플랫폼 '헬리오스'와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에 쓰이는 고성능 DDR5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AMD는 MI455X용 HBM4 우선 공급업체로 삼성전자를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가속기 출하가 늘면서 안정적인 HBM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진 AMD와 차세대 HBM 고객사를 넓히려는 삼성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메모리에서 시작된 협력이 파운드리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수 CEO는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MD 게이머 데이’에서 "삼성은 여러 영역에서 좋은 파트너"라며 "파운드리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계속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MD가 AI 가속기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만큼 향후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을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 역시 AMD를 대형 고객사로 확보할 경우 파운드리 가동률을 높이고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날 수 CEO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과도 만났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가속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HBM4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 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단순 공급업체가 아닌 '장기 전략 파트너'로 언급했다. 그는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차세대 AI 가속기 출하 과정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로부터 HBM4 지원을 받고 있다"며 "한 세대에 그치지 않고 여러 세대에 걸쳐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팀 스포츠"라며 "1~3년의 단기 계획보다 3~5년 이상을 내다보는 중장기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려면 주요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MD가 한국 반도체 업체들과 장기 협력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AI 가속기 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엔비디아에 이어 AMD도 AI 가속기 출하 확대에 나서면서 HBM4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메모리 업체와의 협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고객사가 엔비디아에서 AMD 등으로 다변화될수록 HBM 사업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
수 CEO는 시스템 부품·웨이퍼·패키징 등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한국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삼성전자와의 관계가 HBM과 DDR5를 넘어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AMD는 한국 내 AI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수 CEO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내 AI 반도체·소프트웨어·메모리·스토리지·클라우드 업체 등 13개 기업과 간담회를 열고 연내 한국에 'AMD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센터에는 수백명의 AI 전문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수 CEO는 "한국의 AI 생태계는 AMD의 공급망과 파트너십 모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에서 수백명의 AI 연구자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