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명문(名門)’ 한국투자증권이 모든 증권사들을 발아래 뒀다. 올해 정상 등극을 위해서는 반드시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마침내 그 목마름을 해갈했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1위 등극을 위해 펼치고 있는 시소게임에도 가세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이 명언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21일 자기자본 1조원(2015년 말 연결 기준) 이상 국내 증권사의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분석 대상 11개사(3월결산 신영증권 제외)의 순이익(연결 기준)은 499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4780억원) 보다 4.4% 성장했다. 2015년 3분기(5310억원)에 비해서는 6.0% 감소했다.
현대증권이 흑자로 급반전하며 2분기 보다 497억원 확대됐다. 이어 한국투자증권(248억원), 미래에셋대우(78억원), 신한금융투자(65억원)의 순으로 가파른 이익 신장을 보였다. 반면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대우 연결전 순익 기준), 메리츠종금증권 등 5곳은 뒷걸음질쳤다.
올 후반기들어 증권업황은 녹록치 않았다. 7~9월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1000억원으로 2분기(8조6000억원) 대비 6.1% 감소했다. 8월 1일부터 주식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됐지만 별 효험이 없었다. 증권사 주수입원인 위탁매매수수료 감소로 이어졌다. 국고채 3년 금리가 0.01%포인트 오르는 등 금리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며 채권평가이익이 줄었다.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2000선 안팎을 헤매는 통에 자기매매수익도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이후 발목을 잡았던 주가연계증권(ELS)이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았다는 것 정도가 위안거리다. 올 6월 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악재에도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안정됐다. ELS에 직격탄을 날렸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H지수)도 꾸준히 반등해 조기상환이 이어졌고, 헷지운용 이익이 개선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우승에 목말라있다. 2014년만 하더라도 모든 증권사 중 순익 2위, 2015년에는 3위다. 작년 이후 6분기 동안에도 2등만 3번을 겪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서의 흐름은 한국투자증권의 것이다. 안팎으로 비우호적인 변수가 쏟아진 가운데서도 691억원을 벌어들였다. 2분기 6위로 잠깐 삐끗했던 순위는 최상위로 치솟았다.
가장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자기자본 1위 NH투자증권이 3분기에도 이름값을 했다. 678억원 2위로 순위표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과의 차도 13억원에 불과하다. 분명 대단히 좋은 경영성과다. 다만 효율성이 떨어진다. 지난 9월 초 한국거래소 지분 8.26% 중 2% 매각 차익 430억원이 반영돼 있는 수치임을 감안하면, 결과는 좋았지만 과정은 신통치 않았다.
덩치는 10위에 머무는 메리츠종금증권은 변함없이 기세등등이다. 지난해 전체 순익 2위로 동화의 주인공이었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들어서도 재미와 내용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 3분기도 마찬가지다. 2분기 1위에서 2계단 내려오기는 했지만, 순익 630억원으로 NH투자증권과의 차가 48억원 밖에 안돼 흠 잡을 만한게 못된다. 현재 폼을 감안해 봤을 때는 올해는 예외없이 돌풍 ‘시즌2’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대단한 시소 게임이다. NH투자증권이 먼저 기선을 잡고 넉넉하게 앞서가는가 싶더니 메리츠종금증권이 반격하며 그 격차를 좁히는 저력을 보였다. 올 1~9월 두 증권사의 순익은 1990억원, 1964억원으로 격차는 26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이 1770억원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충분히 막판 뒤집기가 가능한 수준이다. 3인방의 승부는 막판이 되어서야 갈릴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처럼 이토록 상대를 압도하는 증권사는 몇 안 된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순익 1위에 견주어 올해 성적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듯하다. 3분기도 518억원으로 4위에 랭크했다. 그렇다고 현재 모습을 보고 부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챔피언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트로피를 지키는 건 더 힘든 법이다. 특히 작년 12월 미래에셋을 새 주인으로 맞은 후 1년간의 통합 과정이 진행되는 와중이라 화력을 집중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값지다.
‘자산관리의 명가’ 삼성증권도 선방했다. 순익으로 500억원을 벌어들이며 5위에 올랐다. 금융상품 판매 부문의 선전으로 금리 변동성 확대로 인한 상품운용 및 금융수지의 부진을 메우고도 남았다. 현대증권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KB금융지주를 새 주인으로 맞아 ELS 평가방법이나 현대그룹 계열 주식·채권 등에 대해 깐깐하게 회계 잣대를 들이댄 탓에 2분기 135억원 적자를 냈던 현대증권은 362억원 흑자로 급반전하며 가뿐히 예전 기량을 회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