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에 설립해 '국내 1세대 게임사'로 분류되는 액토즈소프트는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넥슨(1994년)과 엔씨소프트(1997년)에 비해 존재감이 크게 떨어진다. 지난 20여년간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모바일'을 내걸고 몸집을 불려 각각 연매출 2조, 1조원을 앞둔 대표 게임사로 도약했으나 액토즈소프트는 최근 수년째 연매출 1000억원대에 머무르며 이렇다 할 흥행 후속작이 없기 때문이다.
간판 온라인게임 '미르의전설' 외 별다른 인기작이 없고 10여종 이상의 모바일 신작을 쏟아냈으나 도드라진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모회사인 중국 샨다게임즈측 인사들로 채워지는 잦은 경영진 '물갈이'가 사업 역량을 모으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샨다가 산 아이덴티티 '몸값' 2년만에 5배↑
액토즈소프트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경영인이 모회사인 중국 샨다게임즈의 영향권에 놓이다보니 경영과 관련한 주요 사안에서 샨다측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장면이 종종 목격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온라인게임사 아이덴티티게임즈 지분 고가 매입 논란이 꼽힌다.
액토즈소프트는 지난 2012년 샨다게임즈 인터내셔널(Shanda Games International PTE)로부터 100% 자회사 아이덴티티게임즈 보통주 53만주(20.5%)를 1135억원에 사들였다. 매입액은 주당 21만3350원으로 액면가(500원)의 427배에 달한다. 아이덴티티게임즈 기업 가치를 5410억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액토즈소프트에 앞서 샨다게임즈가 아이덴티티게임즈에 대한 지분 인수에 나섰는데 이 때 매긴 '몸값'과 이후 액토즈소프트가 책정한 기업가치 차이가 너무 크게 난다는 점이다.
샨다게임즈의 자회사인 샨다게임즈 인터내셔널은 2010년에 아이덴티티게임즈 지분 100%(보통주 162만주·우선주 91만주)를 9500만달러(당시 한화 1113억원)에 사들였다. 이때 매입가(주당 4만3889원)가 2년 후엔 무려 5배로 불어난 것을 봤을 때 액토즈소프트가 아이덴티티게임즈 주식을 지나치게 비싸게 주고 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 하다.
실적만 봐도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성장성이 고평가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액토즈소프트가 지분 투자에 나선 2012년 아이덴티티게임즈 매출은 531억원으로 전년 610억원에 비해 13% 감소했고, 영업이익 역시 276억원으로 전년(410억원)에 비해 33% 줄었다.
2007년에 설립한 아이덴티티게임즈는 간판 온라인 '드래곤네스트' 외 뚜렷한 후속작이 없어 액토즈소프트 지분 인수 시기를 기점으로 매출이 매년 뒷걸음질치고 있다. 2013년에 매출 408억원을 기록한 이후 331억→273억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고, 이 기간 영업이익 역시 117억→23억→27억원으로 빠지고 있다.
급기야 액토즈소프트는 아이덴티티게임즈 실적 등을 바탕으로 이 회사에 대한 지분투자주식의 장부가액(1077억원)이 회수가능액(577억원)에 못 미친다며 그 차액인 500억원을 2014년 말에 손상차손(재무상 손실)로 털어내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액토즈소프트는 2014년 대규모 순손실(690억원)을 내면서 전년 151억원의 순이익에서 적자전환했다.
◇ 성장세 답보, 신사업 성과 미미
액토즈소프트 자체도 내세울 만한 흥행작이 없어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3분기 연결 매출은 187억원으로 전년동기(301억원)에 비해 38% 감소했다. 작년 1~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같은기간(723억원)보다 19% 줄어든 588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 30억원으로 전년동기(14억원)에 비해 두배 증가하긴 했으나, 이 기간 순손실 8억원을 내면서 전년동기 6억원의 순이익에서 적자전환했다.
연간 단위로 봤을 때 매출은 지난 2013년(1394억원)을 정점으로 1028억→1008억원으로 해마다 뒷걸음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4년에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이듬해 51억원의 흑자로 돌아섰으나 예년과 같은 큰 폭의 성장은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올해로 서비스 16주년을 맞이한 간판작 '미르의전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액토즈소프트는 주력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의전설을 비롯해 '라테일' 'A3' '천년' '다크블러드' '티르온라인' 등 6종 이상의 온라인 장르를 국내외 시장에 서비스하고 있다.

| ▲ 미르의전설2 중국 분기 매출 추이. |
아울러 미르의전설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만든 모바일게임 '열혈전기' 등으로부터도 수익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는 IP 사업을 비롯해 '확산성 밀리언아서' '파이널판타지' '원포일레븐' 등 14개 이상의 모바일게임을 서비스 하고 있다.
총 20종 이상의 게임을 선보였으나 흥행작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액토즈소프트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게임 매출 가운데 절반 가량인 290억원을 미르의전설2,3와 라테일 등에서 거뒀다고 소개하고 있으나 게임 업계에선 미르의전설 매출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매출(295억원)에서도 대부분을 열혈전기 IP 부문이 채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상 미르의전설이 주된 매출원인 셈이다.
미르의전설 시리즈는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출시돼 약 75만명의 동시접속자 신기록을 세울 정도의 공전의 히트를 친 게임이나 올해로 서비스 16주년(미르의전설2)을 맞이하면서 초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진 않고 있다.
이 게임 공동 소유권을 가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국 미르의전설2 분기 매출은 2100만위안(한화 36억원)으로 전년동기(2800만위안)에 비해 27% 감소했다. 매분기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성장세가 완전히 꺾인 모습이다.
액토즈소프트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2015년 3월 모바일게임 사업부문과 온라인 '파이널판타지14' 퍼블리싱 부문을 물적분할해 아이덴티티모바일이란 신설법인을 세웠으나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이덴티티모바일의 2015년 연간 매출은 354억원, 영업손실 101억원, 순손실 17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