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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줍]주식시장 광풍?…'다시 보자 루보사태'

  • 2020.07.31(금) 10:13

이번 주 당신이 바빠서 흘린 이슈, 줍줍이 주워 드려요

올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에는 '광풍'이 연이어 불고 있고 있어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됐던 3월에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가,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4월에는 '원유 레버리지 ETN'가 뜨거운 감자였는데요. 최근에는 삼성중공업 우선주(삼성중공우)를 필두로 각종 우선주들의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죠.

이렇게 과열된 종목에 투자하기 전, 꼭 다시 살펴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과거 사례가 있어요. 아직까지도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루보 주가조작 사태' 이야기예요.

루보? 루보가 뭐야

루보는 여러 기계에 들어가는 베어링 부품을 만드는 작은 회사였어요. 1978년 (주)한도양행으로 설립, 1996년에 사명을 루보로 변경하고 2001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죠.

무슨 일이 있었어?

루보가 증시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06년. 당시 루보는 2006년 3분기 기준 매출액 54억원, 2억2000만원 영업 적자를 기록했어요. 투자자들이 그다지 매력을 느낄만한 기업은 아니었죠. 2006년 10월 1일 기준 주가는 1185원에 불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루보 주가가 쭉쭉 오르기 시작했어요. 갑작스러운 주가 급등을 의심한 한국거래소가 루보측에 “주가가 오를만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주가가 급등할 만한 사유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죠.

루보 주가 상승세는 폭주기관차처럼 멈추지 않았어요. 2007년 4월 16일 주가는 5만1400원을 기록했어요. 단 6개월 만에 주가가 43배나 오른 거죠.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뭐야?

당연히 경영 실적이 극적으로 개선됐거나, 엄청난 기술을 개발해 가치가 오른 건 아니었죠. 루보 주가 급등 뒤에는 소위 '작전세력'이 있었어요.

다단계 업체 제이유 그룹의 부회장 김모씨 형제는 2006년 10월부터 몇몇 주가 조작 전문가와 결탁하고 '작전'에 들어갔어요. 우선 상호저축은행과 사채업자 등을 이용해 자금을 끌어모았어요. 투자설명회를 열어 수백명의 투자자들도 모집했죠. 주식 계좌 수익률을 보여주며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방식이었어요.

이렇게 모은 자금만 약 1500억원. 작전세력은 풍부한 자본금으로 루보 주식을 마구 사들였어요. 금융 당국의 눈을 속이기 위해 700여개의 차명계좌까지 동원했죠. 시중에 유통되는 루보 주식 물량은 점점 줄어들었고, 주가는 계속해서 상승할 수 밖에 없었어요.

루보 주식은 결국 어떻게 됐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루보 주가는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했어요. 눈먼 자금이 계속 유입됐고, 주가는 더욱 상승하고, 이걸 보고 다른 투자자들도 뛰어들었죠. 일확천금의 욕심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사이에 작전세력은 모았던 루보 주식을 조금씩 팔며 차익을 실현했어요.

투기판에 마지막까지 남은 건 개인투자자였어요. 어느새 작전세력은 빠져나가고, 개미들끼리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를 열심히 끌어올렸죠. 하지만 최고가를 경신했던 2007년 4월16일 장마감 후 루보 주가조작 세력을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다음날부터 루보 주가는 거짓말처럼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루보 주가는 11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2007년 10월에는 2000원 아래로 떨어졌어요. 주가가 43배 폭등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딱 1년 걸린 셈이에요. 그 사이에 루보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건 말할 것도 없죠.

지금 루보 사태를 돌아보는 이유는 뭐야?

요즘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형태가 루보 사태 당시와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에요.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는 주변 이야기에 혹해서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것 말이에요.

물론 루보 사태의 책임은 주가조작 세력에 있어요.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루보 주식을 사기 전에 주력 제품은 무엇인지, 연 매출은 얼마나 되는지, 적자를 보진 않았는지 조금만 공부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겠죠. '묻지마 투자'는 도박과 다를 바가 없어요.

개인 투자자를 유혹하는 주가 조작 행위는 주식 시장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거예요. 당장 루보 주가조작을 주도했던 김모씨만 해도, 8년형을 선고받고 지난 2015년 출소한 뒤 또 다시 주가조작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있었거든요.

그러니 주식투자는 기업을 잘 살펴보고, 이것저것 따져본 뒤 해야죠(줍줍을 꼼꼼하게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잘못된 투자로 발생하는 모든 손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라는 걸 절대!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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