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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코스닥 입점하는 제주맥주, 증권신고서 읽어보기

  • 2021.04.21(수) 07:01

수제맥주 가운데 '4캔 1만원' 가장 먼저 진출
공모가 2600~2900원.. '테슬라요건'으로 상장
공모투자자에게 3개월간 환매청구권 주어져

제주맥주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어요. 공모 규모만 따지면 흔히 얘기하는 '대어'급은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회사인 동시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수제맥주를 전문으로 하는 첫 상장사례이죠.

그래서 오늘 공시줍줍에서는 제주맥주가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402페이지짜리 증권신고서 공시를 최대한(?) 요약해봤어요.

증권신고서는 어떤 회사가 증권(주식·채권 등)을 팔아 돈을 마련하려고 할 때 금융당국과 시장투자자에게 신고하는 서류. 10억원어치 이상의 증권을 발행해 50명 이상의 불특정 다수에게 팔려면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해요. 이후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이상 없음' 판정을 내려야 회사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증권을 사달라고 권유할 수 있어요. 

제주맥주 증권신고서 읽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맥주회사인 건 알겠는데

제주맥주는 우리말로 '수제맥주'로 직역하는 '크래프트맥주'를 만드는 곳. 

미국양조협회가 정의한 크래프트맥주는 연간 생산량 6백만 배럴(9.54억 리터) 이하, 대기업자본 25% 이하의 시설에서 전통적 제조 방법으로 만드는 맥주를 뜻한다고 하네요. 다시 말해서 대기업자본이 아닌 중소규모의 제조사가 만드는 맥주란 뜻. 다만 실제로는 생산 규모보다는 대기업이 대량으로 만드는 맥주와 달리 다양한 원재료로 독창적으로 만든 맥주를 뜻하는 용어로 널리 쓰이죠.

우리나라 맥주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0.3% 성장률에 그쳤어요. 이마저도 국산맥주는 역성장(마이너스 1.3%)했고, '4캔에 1만원'의 대명사인 수입맥주가 연평균 24.2% 성장한 결과인데요. 

반면 크래프트맥주 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3.8%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어요. 그만큼 맥주 소비자들이 다양한 맥주 맛을 찾고 있다는 점. 이런 흐름에 힘입어 크래프트맥주 제조업체도 지난해 기준 150개로 늘었다고 하네요.

제주맥주는 반도체나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완제품 형태의 맥주를 만드는 회사여서 불가피하게 제품명을 소개해야 하네요.(PPL 아님)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제주슬라이스 3가지가 제주맥주의 메인 브랜드.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죠. 국산 대기업 맥주나 수입맥주는 회사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제품명을 내세우지만, 제주맥주는 '제주**에일'처럼 제주란 지명을 회사의 브랜드로 사용하네요. 

회사는 이와 관련 "소비자들이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로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게끔 노력하는 것"이라 설명했어요. 메인브랜드 외에 다른 업체와 콜라보레이션 제품도 출시하는데 백록담에일 성산일출봉에일, 생활맥주, 아워에일, 금성맥주가 있어요.

맥주는 소비 형태별로 맥주 전문점과 치킨 매장에서는 생맥주, 일반식당은 병맥주, 가정용은 500ml 캔 맥주가 주로 유통되죠. 제주맥주는 이 중 캔맥주 시장 주력하는 곳이에요. 2020년 주세법 개정과 함께 크래프트맥주 가운데 가장 먼저 ‘4캔 1만원’ 시장에 진입했어요. 

그러나 아직은 국내에서만 판매하고 수출실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국내 맥주시장의 4배인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와 함께 지난해 1월 베트남 양조장 업체와 손잡고 생산을 진행하려다 코로나19로 중단했어요. 중국 수출도 계획했으나 역시 코로나19로 중단. 미국시장도 아직은 계획만 하는 중. 

# 맥주 말고 어떤 주식을 팔겠다는 거?

제주맥주가 어떤 회사인지 대략 살펴봤으니 이젠 본격적으로 주식 이야기를 해볼게요. 제주맥주처럼 기업공개(IPO)할 때 주식을 파는 3가지의 방법이 있어요.

①신주모집: 새로운 주식(신주)을 발행해서 투자자에게 파는 방법
②구주매출: 기존 주주의 지분 일부를 투자자에게 파는 방법
③신주모집과 구주매출 섞어서 파는 방법

제주맥주는 ①번. 공모주 836만2000주를 모두 신주로 발행해서 판매해요. 이렇게 하면 공모주를 판 돈이 모두 회사로 들어가죠. 이 돈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는 뒤에서 설명.
 
# 주식을 얼마에 팔겠다는 거?

기업공개를 하려는 회사는 대행사(상장주관 증권사)와 협의해 기업가치를 평가한 후 '얼마에 주식을 팔고 싶다'는 희망가격을 제시해요. 보통 상한과 하한을 정하기 때문에 '희망공모가밴드'라고도 불러요. 
 
제주맥주는 공모주 1주당 2600원에서 2900원 사이의 가격대로 주식을 팔고 싶다고 밝혔어요. 이 가격은 희망가격이고 아직 확정은 아니에요. 나중에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이라고 하는 사전수요조사(4월 26~27일)를 해서 확정 가격을 결정해요. 수요조사 때 높은 가격에 사고자 하는 기관투자자가 많다면 희망공모가격의 상단에서 결정하겠죠.

# 2600원~2900원 어떻게 결정한 거? (어렵지만 중요한 대목!)

1주당 2600원에서 2900원 사이의 희망공모가격은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일반적인 공식에 따라 정한 가격인데요.

기업의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는 ①절대가치 평가법(사업성, 자산 등 회사 자체의 가치만 평가하는 방법) ②상대가치평가법(비슷한 사업을 하는 다른 회사와 종합 비교해서 가치를 매기는 방식)이 있는데 기업공개 때는 주로 ②번을 사용해요. 

상대평가를 위해선 '상대'가 있어야겠죠. 제주맥주는 앤호이저 부쉬 인베브(Anheuser-Busch InBev), 하이네켄(Heineken), 워털루 브루잉(Waterloo Brewing) 그리고 베트남 최대 맥주회사 사이공맥주(Saigon Beer)를 비교 대상으로 꼽았어요.

아니! 왜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카스(오비맥주), 테라(하이트진로), 클라우드(롯데칠성음료)와 비교하지 않고, 죄다 외국 맥주회사와 비교하냐고요? 

제주맥주 비교 대상을 선정할 때 몇 가지 조건을 정했어요. ①주식시장에 상장한 회사와 비교하기 위해 일단 상장회사가 아닌 곳(오비맥주) 제외 ②상장회사라도 맥주 매출 비중이 80% 미만인 곳(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제외. 참고로 하이트진로는 소주가 더 많아 팔리고, 롯데칠성음료는 탄산음료가 주력. 제주맥주 시각에선 국내 대기업 맥주회사는 자기네들과 성격이 다른 회사라고 본 것이죠. 

아무튼 제주맥주는 기업가치를 비교하기 위해 외국계 4개 회사를 선정했고, 그다음 할 일은 어떤 기준으로 비교할 것인가. 직장에서 인사평가를 할 때 업무능력, 협동심, 근무태도 등을 따진다면 기업을 비교할 때는 PER(주가수익비율), EV(기업가치)/EBITDA(상각전 영업이익), PSR(주가매출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의 개념이 있어요. 
 
이 중 제주맥주는 EV/EBITDA란 개념을 이용해 비교하기로 했어요. 용어가 다소 어렵죠? 이왕 길어지는 분량. 조금 더 공부하고 넘어가기로 해요.

EV는 '기업가치'를 뜻해요. 좀 더 정확히는 내가 회사를 온전히 소유하기 위해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설명하는 개념. 만약 A회사의 주식 전부를 더한 금액이 100억원이고, 회사가 갚아야 할 빚 20억원, 회사 금고에 현금 10억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렇다면 온전히 A회사를 소유하기 위해선 110억원이 필요해요. (빚 20억원-현금 10억원= 갚아야할 빚 10억원). 따라서 A회사의 EV는 110억원.

EBITDA는 '세전영업이익'이란 개념인데 영업활동을 통해 얻는 이익의 규모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A회사의 1년간 세전영업이익이 10억원이라면, 결과적으로 A회사의 EV(110억원)/EBITDA(10억원)는 11배라는 숫자가 나오죠. 

11배라는 숫자는 일반적으로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EBITDA)으로 몇 년이 지나야 회사를 완전히 지배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해석하는 기준이기도 해요. A회사는 11년이 걸린다는 얘기.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어 있다고 봐요. 

제주맥주는 EV/EBITDA를 상대평가 기준으로 사용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어요.

EV/EBITDA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비교가치를 산정하므로 기업의 수익성을 잘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업활동의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연결해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또한 EV/EBITDA에 의한 가치 평가는 PER에 의한 가치 평가 때 야기되는 감가상각방법 등 회계처리 방법, 이자율, 법인세, 주세 등의 차이에 의한 가치 평가 왜곡을 배제한 상대 지표입니다.

제주맥주가 비교 대상으로 꼽은 4개 회사의 평균 EV/EBITDA는 17.84배로 나왔어요.

*앤호이저 부쉬(13.54배), 하이네켄(17.7배), 워털루 브루잉(23.21배), 사이공맥주(16.92배)

이제 이 숫자를 제주맥주에 대입하면 되죠. 그런데 문제 발생! 

제주맥주는 지금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회사라는 충격적 사실! (이익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뻔뻔스럽게 상장할 생각을 하느냐는 분들을 위해 이 내용은 뒤에서 설명해요)

제주맥주는 현재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대신 2023년에 237억원 가량 이익(EBITDA)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올해 기준으로 환산한 금액(108억원)을 산출했어요. 그리고 이 금액에 4개 회사 평균 EV/EBITDA 17.84배를 곱한 후 총발행주식으로 나눴어요. 그 결과 1주당 3783원이라는 숫자가 나왔죠. 즉 4개 회사와 비교 평가를 해보니 우리 회사의 적정 주식가격은 1주당 3783원이라고 결론 내린 것.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3783원에서 추가로 31.27%에서 23.34%까지 할인한 가격을 희망공모가격으로 정했어요. 그 결과 최종적으로 2600원(3783원에서 31.27% 할인)에서 2900원(3783원에서 23.34% 할인)이란 공모가격이 나온 것이죠. 상당히 설명이 길었는데 다시 한번 표로 정리해드릴게요!

제주맥주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하이네켄, 앤호이저 부쉬, 워털루브루잉, 사이공맥주와 기업가치를 비교.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공모자금 어디에 쓰겠다는 거?

제주맥주는 이번 상장공모로 217억원(공모가 2600원 기준)에서 242억원(공모가 2900원 기준)의 현금을 확보해요. 

공모자금은 양조장 설비투자에 77억원, 해외 진출을 위한 마케팅 비용과 연구개발에 70억원, 차입금(빚) 상환에 67억원을 사용한다고 밝혔어요.

# 제주맥주 공모주 청약 어떻게 해?

제주맥주 공모주 청약은 5월 3일과 4일 대신증권에서 진행해요. 청약일 전날(주말 제외, 4월 30일)까지 계좌를 보유해야 청약 자격이 있어요.

최소 청약 단위는 100주라는 점(10주가 아님). 100주를 청약하기 위해선 절반인 50주에 해당하는 금액을 청약할 때 증거금(보증금)으로 넣어야 해요. 이후 본인의 수량만큼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했다면, 5월 7일(납입일=환불일) 잔액을 돌려받아요.

제주맥주는 전체 공모주 836만2000주 가운데 25%인 209만500주를 일반투자자에게 배정해요. (우리사주조합 우선배정이 없어서 추후 늘어날 수 있어요)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 중 절반인 104만5250주는 청약자 인원수에 따라 나누는 균등배정, 나머지 절반은 청약증거금에 따라 나누는 비례배정 방식. 1주당 공모가격은 낮지만, 공모 물량 자체는 많은 편이죠.

# 잠깐!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한 회사라면서?

제주맥주가 몸담고 하는 크래프트맥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작년부터 술에 매기는 세금이 출고 가격 기준(종가세)에서 양을 기준(종량제)으로 바뀌면서 제주맥주의 마진율도 올라갔어요. 다만 세금 기준 변경은 맥주시장 전반에 새로운 업체가 진입하는 계기도 되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점도 생각해야 해요. 

앞서 제주맥주는 아직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회사라고 했어요.

코스닥 상장 자격시험(상장예비심사)에는 우리나라도 테슬라 같은 기업을 키워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한국형테슬라요건(이익미실현 기업 특례)이 있어요. 2018년 2월 코스닥에 상장한 인터넷쇼핑몰 솔루션업체 카페24가 테슬라요건으로 상장한 1호 기업이고, 제주맥주도 테슬라요건으로 상장하는 사례예요.

테슬라요건을 둔 이유는 지금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기업이지만, 주식시장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해 투자를 늘리면 미래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벤처기업에도 기회를 주자는 취지. 

제주맥주 측은 올해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예상해요. 다만 상장을 하고 투자를 늘렸다고 모든 회사가 이익을 낸다는 보장은 없죠. 만약 적자 상태가 계속되면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상장 이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제주맥주처럼 테슬라요건으로 상장한 회사는 상장일로부터 3개월간 일반투자자가 보유한 공모주를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이를 환매청구권이라고 해요. 이때 투자자의 공모주를 되사줄 의무는 회사가 아닌 상장주관 증권사(대신증권)에 있어요. 

#제주맥주, 공모청약까지 점검해야 할 일정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은 제주맥주가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모두 들어있어요. 증권신고서 원문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남은 일정을 살펴볼게요. 제주맥주는 지난 15일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공모일정도 애초 5월 3~4일에서 5월 13~14일로 늦췄어요.

-5월 8일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금융감독원이 제주맥주의 증권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이상없다'고 판단하면 효력이 생기는 날. 만약 증권신고서에 중요한 문제가 생겨서 정정해야 한다면 효력 발생이 미뤄지고, 뒤에 설명하는 일정도 모두 연기돼요. (이미 한차례 효력 발생이 연기됨)

-5월 10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회사가 제시한 희망공모가격(주당 2600원~2900원)을 놓고 기관투자자로부터 사전수요를 받는 날. 이를 통해 시장 수요를 가늠해서 최종 공모가격을 결정해요.

-5월 12일 최종공모가격 발표일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한 최종공모가격을 발표하는 날. 기존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는 방식으로 발표해요.

-5월 13~14일 공모주 청약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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