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중복상장의 원칙적인 금지 계획을 밝힌데 이어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에 대한 상장 심사기준을 마련했다.
경제적 동일체로 인식되는 종속회사 등을 별도로 상장하는 경우를 중복상장 심사대상으로 두고,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라는 3대 원칙을 기준으로 종합적인 심사를 진행한다는 기준이다.
특히 원칙적으로 중복상장을 금지하되 일부 허용되는 예외를 어디까지 둘 것인지 등에 대해 시장의 의견을 수렴해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중으로 심사대상 및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상장규정을 개정예고할 계획이다. 의견수렴을 거친 최종안은 오는 6월부터 시행한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16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서울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의 '중복상장 제도개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물적분할, 인적분할, 설립·인수 후 상장 모두 해당
거래소는 상장세칙에 중복상장 특례를 마련해 심사대상과 심사기준을 규정하고, 상장규정에는 모회사의 주주영향평가 및 주주보호방안 마련 의무를 둘 계획이다.
심사대상에는 지배회사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종속회사(연결재무제표의 연결대상 종속회사)와 동일한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로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를 모두 포함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상장법인이 물적분할(현물출자, 영업양도 등 포함)해 설립한 회사를 신규상장하는 경우,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인적분할한 회사를 재상장하는 경우, 설립·인수한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등이 심사대상이다.
영업·경영의 독립성과 일반주주 동의 여부 확인
심사는 영업 독립성과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의 3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보게 되는데, 하나라도 미충족하면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영업의 독립성 판단에서는 자회사의 영업이 모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지를 보는데, 주력제품이 겹치거나 사업모델이 유사한지 등 영업 유사성도 판단기준이 된다.
경영 독립성 심사에서는 독자적인 인사관리 시스템이 있는지, 모자회사간 인력교류의 실태,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구성의 독립성, 상근 경영진의 존재 등을 따져 본다.
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모회사 일반주주와의 소통, 보호방안의 이행 여부와 함께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 여부 등도 확인하기로 했다.
모회사 이사회는 중복상장이 일반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공시해야 하며, 주주보호방안도 마련해 공시해야 한다. 설문조사나 주주간담회 등을 통해 주주와 소통한 뒤 그 의견을 반영해 자회사 상장에 대한 찬반의견을 결정공시하고 자회사에도 통보해야 한다.
모회사 주주동의 의무에 자회사 소주주 역차별 우려도
거래소가 마련한 중복상장 심사기준에 대해 기업과 투자자, 학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모회사의 일반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규정에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에는 전체 주주의 비례이익의 관점에서 어떤 이유로 중복상장이 좋은 결정이었다고 판단하는지 공시하고, 반드시 모회사 일반주주의 과반동의를 얻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참석한 한서경 부산대학교 투자동아리 SMP부회장은 "영국 등에서는 지배주주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주요 안건에 대해 일반주주 과반수의 별도 승인을 요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중복상장과 같이 일반 주주의 가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서도 이같은 절차를 도입하면 주주권익 보호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춘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단지 일반주주의 동의를 받는 것으로 주주보호가 되는 것인지, 근본적으로 지분가치의 희석부분은 어떻게 보호할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자회사 중복상장 시 모회사 이사회에 대한 주주충실의무 부여도 그 규율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플로어에서 토론에 참여한 한 투자자도 "자회사에도 이사회가 있는데 모회사의 일반주주가 자회사의 상장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상법상 대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냐"고 반문했다.
예외 적용의 범위에 대한 제안도 이어졌다. 안상준 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중복상장 금지는 벤처 생태계의 문제도 있다"며 "벤처기업이 성장하면 IPO(기업공개)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런 벤처 성장고리가 위축될 수 있으니 벤처혁신기업은 (중복상장 규정에서) 예외를 열어두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플로어 토론자는 "대기업에 속해 있지만 물적분할 등의 문제가 없고, 우리사주를 통해 상당히 많은 개인주주들이 있는 비상장사에 근무하고 있다"며 "중복상장 규제로 만약 상장을 못하게 된다면 소액주주들과 회사 직원들에게 피해가 생기는데, 규제가 상대적으로 모회사가 우선되고 있어서 자회사의 소수주주에 대한 보호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중복상장에 규율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다들 동의하지만 속도와 강도에서는 의견차이가 있다"며 "양측에 대해 균형있게 정책에 반영할지를 고민하고 있지만,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주주가치 보호에도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하게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중복상장은 원칙금지와 예외 허용의 기조를 정립해 나가겠다"며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는 충분히 의견수렴을 하고, 제도 시행 이후에도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와 개별 심사 결과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기준의 구체성,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