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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품격]트러스톤, 행동주의는 빙산의 일각...진정한 힘은 '주식형 강자'

  • 2026.06.09(화) 08:00

독립계운용사 인터뷰⑥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각자대표
만도에서 태광산업까지...주주관여활동 13년 눈에 띄는 행보
강한 리서치로 조기 발굴한 HD현대일렉트릭 주가 3300% 급등
수익률 1등보단 꾸준한 상위권 지향, ‘싱크탱크형 주주활동’ 추진

운용사는 수익률이 아닌 철학을 파는 곳이란 말이 있다. 철학은 곧 돈을 맡긴 투자자와의 약속이다. '저평가 가치주' '혁신 성장주' '주주 행동주의' 등 저마다의 투자 원칙과 철학을 기반으로 투자자가 맡긴 자금을 굴려 경쟁력을 입증해야한다. 연일 오르내리는 시장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런 시장을 바라보는 철학은 운용사의 몫이다. 증시 초호황의 시대, 수많은 카피상품이 존재하는 현 시점. 고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어온 독립계 자산운용사를 만나봤다. [편집자]

2013년 만도(현 HL만도)는 자회사 한라마이스터를 통해 부실 계열사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우회 지원하기로 했다. 만도가 한라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지원하고, 그 자금으로 마이스터가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한 방식이다. 이러한 우회 지원의 배경에는 정몽원 회장의 지배력을 지탱하는 한라그룹의 순환출자가 있었다. 주주가치 훼손 논란 속에 만도 주가는 급락했고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반대에 나섰다. 유상증자 참여를 막지는 못했지만, 이후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만도 경영진으로부터 계열사 편법지원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았고 만도 주가도 다시 상승했다.

이처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행동주의'로 불리는 주주관여활동의 사실상 첫 국내 성공사례를 만들어낸 곳이다. 트러스톤 이전에도 행동주의는 존재했지만 의미 있는 성공사례를 찾기 어렵다. 

"당시 만도 경영진에게 계열사 편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요청했고 회사를 감시할 수 있도록 우리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받아달라고도 요구했는데 만도 측에서 모두 받았다. 이후 만도 주가가 다시 올라서면서 펀드 손실을 만회했고, 만도 역시 떨어졌던 신뢰를 회복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주주관여활동 방식이 유효하다는 성공 경험을 쌓았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각자대표는 그때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행동주의 명가’ 타이틀은 전체의 일부분

이성원 대표는 한화증권과 매일경제를 거쳐 2012년 트러스톤자산운용에 합류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만도 주주관여활동 당시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일하면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만도에 투자한 펀드 손실을 줄이고, 만도는 주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경험을 주도했다. 이후 ESG운용부문 대표를 거쳐 올해 각자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가 회사에 몸담고 있는 동안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주주관여활동 분야에서 눈에 띄는 족적을 남겼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17년 독립계 운용사 최초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BYC와 KCC 같은 주주관여활동 성공사례도 만들어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22년부터 BYC에 주가 부양을 위한 여러 활동을 요청해왔다. 2024년에는 정기주주총회에 주식 유동성 확대를 위한 주식 10대 1 액면분할 안건을 상정해 가결을 이끌어냈다. KCC에는 올해 2월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의 유동화 계획 수립 및 임직원 보상을 제외한 자사주 소각 계획을 요청했다. KCC는 그해 3월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했고, 삼성물산 보유 지분의 유동화를 약속하는 공문을 트러스톤자산운용에 보내는 것으로 화답했다.

태광산업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진행 중인 주주관여활동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2024년 정기주총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2명과 사내이사 후보 1명의 추천 안건 가결을 이끌어냈다.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 소속인 윤상녕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했다가 부결됐으나 49.8%라는 의미 있는 찬성률을 얻어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만도 이후에도 주주관여활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다른 주주도 우리가 '먹튀'가 아니라 진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을 안다"며 "그래서 태광산업 때도 소액주주가 우리에게 힘을 많이 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런 주주관여활동 행보만으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을 모두 설명할 순 없다. 이 회사는 6월 4일 기준 전체 펀드 순자산총액 및 투자일임 평가액을 합친 운용자산(AUM)이 32조6103억원에 이른다. 500여곳이 넘는 국내 자산운용사 중 17위 수준이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주주관여활동 펀드 비중은 3~4% 수준이다. 이 대표는 "우리를 단순한 행동주의 운용사로만 생각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보는 격"이라며 "우리가 주주관여활동을 계속 하는 것은 '바꾸고 싶은 의지'가 강한 것이고 다른 방식으로 훨씬 많은 자산을 관리하면서 고객에게 수익을 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익률 3357%'의 비결은 강한 리서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1998년 전신인 IMM투자자문 설립 이후 연기금 투자일임 및 국내주식형 펀드로 이름을 알렸다. 2003년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운용하기 시작했고 2012년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GPFG) 자금을 유치하는 등 의미있는 투자일임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지금도 6월 4일 기준 투자일임 평가액이 24조2490억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74%를 차지한다.

2008년에는 자산운용사로 전환 직후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트러스톤 칭기스칸' 펀드를 내놓았다. 이 펀드의 2008년 6월 27일 설정일 이후 올해 6월 7일까지 누적 수익률은 1042.82%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377.03%의 2배를 훌쩍 넘어선다.

다른 국내주식형 공모펀드의 수익률도 두드러진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표방하며 2011년 5월 2일 내놓은 '트러스톤 ESG제갈공명 펀드'는 설정일 이후 누적 수익률 610.58%를 기록했다. 역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70.56%)을 2배 가까이 웃돈다.

이외에 △트러스톤 밸류웨이 펀드 △트러스톤 핀셋코어 펀드 △트러스톤 ESG지배구조레벨업 펀드도 코스피 상승률을 웃도는 설정일 이후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성원 대표는 투자일임 확대 및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 유지의 원동력으로 리서치를 꼽았다. 1분기 말 기준 트러스톤자산운용 전체 임직원 104명 중 약 30% 수준인 30여명이 리서치 업무에 종사한다. 이들이 진행하는 리서치 회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투자 철학 기반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장기적으로 가치를 상승시킬 자산에 투자한다'는 철학을 지키고 있는데, 이 자산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리서치 회의를 통한 검증이다. 

이 대표는 "우리의 리서치는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더불어 "리서치의 힘을 바탕으로 기업가치가 내재가치보다 낮게 평가된 주식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투자하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발굴한 투자 성공 사례 중 하나가 코스피 상장사 HD현대일렉트릭이다. 전력기기 기업인 HD현대일렉트릭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본 기업이었다. 그러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리서치 회의를 통해 이 종목을 검증한 뒤 2022년 8월 1일 운용 펀드에 HD현대일렉트릭을 처음 편입했다. 

당시 HD현대일렉트릭 종가는 2만7650원이었는데, 2025년 6월 5일 종가는 95만6000원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전력망 투자 확대 흐름을 타고 3년 10개월 만에 주가가 3357.5% 급등했다. 이 기업에 일찌감치 투자한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이 대표는 "2008년에 미국의 생산경제 전환으로 변압기 교체 수요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봤고 HD현대일렉트릭도 적자 시절 적극 투자를 했기 때문에 당시 주가가 내재가치 이하인 상황이라는 판단 아래 투자를 결정했다"며 "HD현대일렉트릭 경영진이나 변압기 관련 실무진 미팅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한 매우 큰 확신도 얻었다"고 회고했다. 

‘꾸준한 수익률 상위권’ 목표 아래 ‘싱크탱크’ 지향

막상 이 대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수익률 1등'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수익률, 우리 방식으로 표현하면 초과수익(알파)의 지속 가능성"이라며 "꾸준한 수익률로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굳이 따지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주주관여활동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행동주의를 하기 위해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사업 모델이 훌륭하고 자산 가치가 탄탄한데, 오로지 '나쁜 지배구조' 때문에 억울하게 저평가를 받는 기업에 투자한다"며 "거버넌스 정상화 이후 수익률이 수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입의 근거"라고 강조했다. 

때마침 이번 정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법으로 상법 개정을 비롯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놓고 이 대표는 "상법 개정을 지켜보면서 '게임의 규칙'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도 느꼈다"며 "과거에는 개별 기업과 싸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형 주주관여활동'을 지향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올해 각자대표로 취임한 것도 싱크탱크로서 대외활동에 나서겠다는 다짐과 연관이 있다. 이 대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ESG 및 주주관여활동 업무를 오랫동안 수행했다. 회사 합류 전에는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쌓았다.

그는 "기자 시절 어떤 것이 기사거리인지 선택하고 사실 여부를 체크하면서 독자 반응이 어떨지 고민하면서 상황 판단력을 쌓았다"며 "이것이 자산운용사로 와서 우리가 투자한 기업의 대응을 가늠하고 경영진과 소통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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