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를 낮게 유지해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는 행위를 막자는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물코(예외 조항)를 지나치게 넓혀서는 안된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작년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지칭하는 것이다. PBR이 0.8배 미만인 상장주식에 보충적 평가방식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충적 평가방식은 시장 주가만으로 가치를 산정하지 않고, 기업의 순자산·수익가치를 함께 반영해 주식가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주가가 순자산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기업에는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을 설정, '의도적 저평가=절세'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이 담겨있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세제개편안에도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평가 기준을 담을 예정인 가운데 일부에서는 업종별로 PBR 기준을 달리 적용하거나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예외를 두는 방안을 거론하는 상황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보고서에서 "입법 취지에는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가 공감을 할 것이나, 작년에 법안이 발의됐을 때부터 개정 내용의 한계점이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있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 지적 사항은 △업종별 고유한 특성을 무시하고 모든 업종에 동일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시가 평가 원칙을 훼손하고 특정 재무지표(PBR)를 평가가액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업황·국제 분쟁·경기 등의 요인 때문에 단기적·일시적으로 주가 조정을 받고 있는 기업에 상속·증여세를 부과할 때 과세표준이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다.
엄수진 연구원은 "이러한 지적 내용들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지만, 업종에 따라 적용되는 PBR 기준에 차등을 두고 이를 법에 명문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규제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엄 연구원은 "업종 내에서도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세부적인 사업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업종내에서 또 차등을 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순자산가치의 80%라는 기준이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이미 현행법령에서 비상장주식에 대해 업종에 관계 없이 적용하는 하한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통 제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 부동산이 아닌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과다해서 PBR이 낮은 사례가 업종에 상관없이 발견될 뿐 아니라, 부동산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아 취득원가로 가치를 집계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설득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엄 연구원은 또 "오너 경영 기업의 경우 수익성이나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장기간 저평가되어 있는 사례가 국내에 흔하고, 이것이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도 지속적으로 언급되어 왔다"면서 "법안 발의가 벌써 1년이 지났고, 부작용이 다소 우려가 되더라도 우선은 일괄적인 기준을 전체 상장회사에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 전에 비해 세금 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나 현실적으로 단기간내 현금 마련이 어렵거나, 업종 고유 특성 때문에 주가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강력한 사유가 있는 기업의 경우 별도 신청으로 감독당국·유관기관과 세액 산정을 협의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