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우량하거나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별도로 관리하는 코스닥 상장사 중 상당수가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우려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종가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 1000원 미만으로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는 115개 상장사 중 25개사가 거래소의 코스닥 우량기업부와 벤처기업부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는 상장법인의 기업규모와 재무상태, 경영성과, 업종 등 특성 및 투자자보호를 고려해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로 소속부를 구분해 지정·관리하고 있다.
이 중 우량기업부는 코스닥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기업군이다. 기업규모와 정기심사를 통해 재무요건, 건전성 등에서 우수하다고 인정되는 기업을 지정한다.
하지만 우량기업부에 속한 우리이앤엘하루틴, 체리부로, 한국캐피탈, 서한, 인지디스플레, 덕신이피씨 6개사가 12일 기준 동전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기업부 다음 그룹인 벤처기업부 소속에서도 19개사가 1000원 미만 동전주에 머물러 있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 피플바이오, 진영, 이엠앤아이, 라온피플, 우듬지팜, 파루, 이브이첨단소재, 디알텍, 세림B&G, 비투엔, CG인바이츠, 모비데이즈, 누보, 아틀라스링크, 쎄노텍, 부방, 아이비젼웍스, 앱코 등이다.
벤처기업부 역시 거래소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골라서 구분 관리하는 곳이다. 혁신성장성과 시장 지배력을 갖춘 기업으로 매년 선정하는 '라이징스타' 기업이 필수로 들어간다. 벤처인증과 이노비즈인증을 동시에 보유했거나 녹색인증을 보유한 기업, 그리고 R&D 비율이 5% 이상인 기업만 소속될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가 상대적으로 우량하거나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 구분한 이들 상장사도 상장폐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상장폐지 개혁방안에 따라 7월 1일부터 연속해서 30거래일동안 주가가 1000원 미만에 머무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일 이상 연속해서 1000원 이상에 머무르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된다.
또한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 기업은 200억원 미만이 30거래일 연속이면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200억원 이상에서 머무르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되는 시총 퇴출기준도 7월 1일부터 시행중이다.
실제로 12일 종가기준 시총 200억원이 미달되는 코스닥 상장사는 110곳에 이르는데, 이중에서도 1곳은 우량기업부 소속이고, 20곳은 벤처기업부 소속으로 집계됐다.
벤처기업부 소속에선 주가 1000원 미만에도 포함됐던 모바일어플라이언스와 피플바이오, 진영, 이엠앤아이가 시총 기준에도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케스피온, 파인텍, 지니틱스, 부스타, CS, 유아이디, 미디어젠, 뉴보텍, 플라즈맵, 우진비앤지, 브이씨, 비스토스, 이미지스, 에스에스알, 엘디티, 비츠로시스도 시총 2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우량기업부에서도 패션플랫폼이 시총 200억원 미만에 속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는 13일자로 주가 및 시가총액이 미달하는 코스피 9개사와 코스닥 27개사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코스닥 중에선 27개 중 15개 기업이 중견기업부였고, 패션플랫폼은 우량기업부임에도 30일 연속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오명을 썼다.
거래소가 우량하거나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 구분한 기업중에서도 상폐 대상이 속출하면서 상폐기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우량기업부에 집어 넣었으면 기본적으로 성장성은 인정한 기업이라는 건데, 그런 기업도 상폐대상에 들어갔다는 건 거래소가 자기를 부정하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주가 1000원, 시총 200억원이라는 게 부실기업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맞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침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기준일이었던 지난 1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도 제도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최근 코스닥 시장의 큰 변동성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실적이나 재무상태와 시가총액이 낮아지거나 동전주가 돼 상폐 위험에 처해 있다"며 "시장 변동성으로 어려워진 중소기업에 대해선 옥석을 가려 구제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으로의 수급쏠림과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 최근 중소형주는 실적이나 펀더멘털에 관계 없이 소외되고 있다"며 "다소 이례적인 이런 시장상황에서 상향된 시총 기준을 바로 적용하는 것은 중소형주에 지나치게 가혹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벤처기업 업계 관계자는 "올초 시장이 좋을 때 시총기준을 200억원으로 당기고 동전주 퇴출기준까지 만들었는데, 막상 시장이 흔들리니까 상폐대상이 갑자기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가 생겼다"며 "단순하게 시총이나 주가만으로 상폐 대상을 정하는 지금의 방식이 왜 문제가 되는지 확인이 된 만큼, 정말 심도 있는 논의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