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컨더리(Secondary) 투자 지원방안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가 1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세컨더리 투자는 당초 지난 6월말 세부 운영방안까지 나올 계획이었지만 시기를 지나쳤고, 10월에야 관련 업계 의견취합을 시작한다.
금융투자업계가 세컨더리 펀드 조성방안을 꺼낸 건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모험자본 역량강화를 위해 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지난 5월이다. 세컨더리 펀드 조성을 놓고 손에 잡히는 성과 없이 6개월여를 보낸 셈이다.
1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오는 8일 '코리아 프리미엄위크 2026' 행사의 일환으로 '벤처 회수시장 활성화' 세미나를 연다. 협회는 이자리에서 업계 의견을 듣고, 세컨더리 펀드의 운용사 선정문제도 처음으로 논의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세컨더리펀드 투자는 아직은 진행하는 것이 없고, 다음주(10월 8일) 회수시장 관련 세미나를 한 이후에 구체적으로 운용사 선정공고 등을 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실적 관리는 내년 1월 1일부터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컨더리 펀드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를 진행중인 펀드나 출자자(LP)의 지분을 사 오는 펀드다. 기존 투자자에게 회수기회를 열어주고 그 자금이 다른 투자로 흘러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IPO에 과도하게 쏠린 회수 시장의 대안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의 세컨더리 펀드 투자는 업계가 회수시장의 유동성 공급자로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출자자로 꼽힌 증권사들의 출자금액은 미리 정해졌지만, 펀드의 설계방식과 운영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금투협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금융투자업계의 세컨더리 펀드 투자액은 향후 3년간 총 1조원 규모이며, 증권사 개별투자방식으로 7000억원, 공동펀드방식으로 3000억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7000억원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하는 증권사들이 분담한다. 당초 8월말 발표에선 6185억원 규모였지만, 최근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서 7000억원 규모로 분담금이 확대됐다. 나머지 3000억원은 공동펀드로 다시 증권사들에게 배분한다.
펀드를 어떻게 설계할지, 운영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 출자금액 배분부터 이뤄지면서, 실제 출자 당사자로 꼽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세컨더리 펀드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가 충분한지에 대한 문제부터 해소되어야 할 것"이라며 "아직은 어떤 방향으로 투자를 진행할지에 대해 논의하거나 전달받은 게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다음주에 회수시장 세미나를 한다는 사실조차 전달받지 못했다"며 일방적인 행사진행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최근 별도로 1조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 참여를 선언한 유관기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4개 금융위 유관기관은 향후 3년간 1조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 조성 계획을 30일 공개했다. 앞선 금융투자업계 투자계획과 합하면 세컨더리 투자액은 2조원 규모로 늘어난다.
유관기관들은 혁신 벤처기업의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정책에 등떠밀린 모습이 역력하다.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세컨더리 펀드는 회수시장을 지원하는 방안이지만, 그 지원금액의 회수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IPO가 안되는 물건들이 나온 것이 세컨더리 펀드여서 말 그대로 '공익적' 펀드 역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또 다른 유관기관 관계자는 "말이 투자이지 '사회공헌'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모험자본시장 전문가의 평가도 긍정적이지 않다. 모험자본 섹터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정책자금을 투입할 때, 제일 만만한 곳이 세컨더리 쪽이기도 하다"며 "표면적으로 자본의 투입이 바로 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선택했겠지만, 투자했을 때 실제 ROE(투자대비이익)가 나오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마켓컬리나 토스 같은 회사의 지분을 세컨더리로 사고파는 용도로 펀드를 만든다는 것이지만 그렇게 좋은 기업이면 누가 세컨더리로 물량을 내 놓겠냐"며 "세컨더리 물량은 상당부분 레몬마켓(정보 불균형 시장)이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