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증권이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원화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해외 기관투자자로부터 3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재원을 확보해 재무건전성을 뒷받침하고 글로벌 IB·기업금융 등 사업 확대에 필요한 투자 여력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7일 하나증권 반기보고서와 회사 측 설명을 종합하면 하나증권은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원화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달러화 표시 신종자본증권 3억달러를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과 자본의 성격을 함께 가진 금융상품이다. 채권처럼 이자가 붙지만 발행사가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을 미룰 수 있는 등의 조건을 갖추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반대로 채권자가 상환을 요구할 권리를 갖고 회사가 이에 응해야 하는 구조는 원칙적으로 부채로 분류한다.
이번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며 회사 판단으로 만기를 무제한 연장할 수 있다. 하나증권은 이번 발행분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발행 5년 뒤부터는 하나증권이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도 붙었다.
특히 해외 시장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는 국내 증권사 최초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이 2021년 2억7000만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지만 신한금융지주가 전액 인수하는 사모 방식이었다. 그룹 내부에서 자본을 지원받은 신한과 달리 하나증권은 해외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모아 자본을 확충했다는 차이가 있다.
하나증권은 국내외 발행 여건을 비교한 뒤 금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해외 시장을 택했다. 2024년 첫 해외 공모 한국물 발행 이후 쌓아온 조달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일반 달러채를 통한 자금 확보에 더해 해외에서도 자기자본을 보강할 수 있는 조달 수단을 마련한 것이다.
발행금리는 연 6.50%로 확정됐다. 미국 5년물 국채금리에 가산금리 169bp(1bp=0.01%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수요예측에는 세계 120여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해 발행액의 약 6배인 17억달러의 주문을 넣었다. 최종 금리는 최초 제시금리보다 0.30%포인트 낮아졌다. 발행 증권은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다.
앞서 진행한 원화 발행도 자본 확충과 투자 재원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증권은 지난 6월4일 공모로 2700억원을 조달하고 같은 달 11일 사모로 2300억원을 확보했다. 두 건 모두 금리는 연 5.30%였다. 반기보고서에 기재한 자금 용도는 각각 '자본확충 및 투자자금 확보'와 '자본확충'을 위한 운영자금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상반기 자기자본 증가에도 상당 부분 기여했다. 하나증권의 연결 기준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6조112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6조8035억원으로 6914억원 늘었다. 이 중 5000억원이 신종자본증권 발행분으로 증가액의 약 72%를 차지했다.
자본 확충과 함께 자산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하나증권의 연결 기준 총자산은 지난해 말 67조498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5조5455억원으로 11.9% 증가했다. 대출채권은 같은 기간 7조250억원에서 8조1448억원으로 15.9% 늘었다.
이 같은 자본 확충은 사업 확대에 대비해 투자 여력을 늘리려는 증권업계 흐름과 맞닿아 있다. 최근 하나증권뿐 아니라 주요 증권사들도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본을 보강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6월 2000억원을 발행했고 메리츠증권도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4650억원을 조달했다. 사업 확대에 필요한 투자 재원과 재무건전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하나증권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 여력을 글로벌 IB와 기업금융·모험자본 공급 등 미래 성장사업과 생산적 금융에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 대출과 직접투자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면서 사업 확대에 따른 위험에 대응할 자본 여력도 높인다는 취지다.
김정훈 하나증권 FICC부문장은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으로 투자자 수요가 분산될 수 있는 발행 환경이었음에도 발행 전부터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안정적인 투자 수요를 확보하고 발행에 성공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강화해 자본조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