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했다. 아직 공정위 전원회의 결론이 남았고, 미래창조과학부의 최종 판단도 미정이라 M&A 무산이라고 결론 내리긴 이르다. 하지만 공정위 사무처의 불허방침이 현 정부의 전체적 입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M&A 성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때문에 공정위 사무처 방침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공정위 판단에 따른 각 이해관계자와 소비자의 입장을 살펴봤다.[편집자]

"비유하자면 약혼까지 했는데 막판에 강제 파혼된 셈이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하자 나온 주변 반응이다.
공정위는 지난 4일 SK텔레콤 측에 발송한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심사보고서를 통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주식취득 행위를 해서는 안되며,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행위를 해서도 안된다"고 통보했다. 그 배경으로 합병법인이 출범할 경우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최종 결정은 오는 15일 열릴 전원회의에서 나오지만, 사무처의 이 같은 의견이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
때문에 SK텔레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SK텔레콤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은 미디어 플랫폼 육성을 위해 CJ헬로비전 M&A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뚜렷한 대안은 안나오고 있다.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M&A 조건이 붙을 것에 대한 시나리오는 만들었지만, 불허됐을 경우를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SK텔레콤은 공정위 전원회의 때까지 입장을 반영시키려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 SKT·CJ헬로 반발 "불허사유 이해 안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위의 불허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현재 유료방송시장은 1위인 KT(29.4%)가 2위 CJ헬로비전(14.8%) 보다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합병할 경우 거대 독점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양사 가입자를 합해 KT에 이은 2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양사의 합병이 불허됨으로써 KT의 독주 체제가 굳어져, 사업자간 경쟁촉발을 통한 서비스 개선의 기회가 저해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공정위가 말하는 '권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른 경쟁제한' 판단은 이미 IPTV 등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료방송 시장 흐름과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애플TV, 유튜브 등 글로벌 사업자들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는 방송통신시장의 흐름으로 볼 때, 공정위의 이번 판단 기준은 철지난 잣대이며,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방송산업 규제완화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된다는 생각이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다채널 유료방송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후생 증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입장이 왜 갑자기 변경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작년 방송법 및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영업활동의 자유 및 자유로운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특수관계자 합산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1 초과 금지)를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검토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또 공정위는 2012년 '다채널 유료방송 시장분석' 보고서를 통해 케이블TV 지역사업권을 광역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사후규제를 통해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고 설명이 돼 있는데, 이번 인수합병 심사에서는 이례적으로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에 권역 점유율을 주 요인으로 내세웠다는 지적이다.
◇ '공정위 시각은 산업발전 아닌 독과점 피해방지'
반면 방송통신시장의 흐름이니 방송산업 규제완화 정책이니 하는 것은 산업측면의 시각일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시각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즉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에서 제1 기준으로 삼는 것은 산업발전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번 공정위의 판단근거가 이상하다면서 설명하는 내용들이 우선 순위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조에는 '이 법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기반으로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공정위 입장에서 산업발전을 판단의 우선순위로 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고 밝혔다.

| ▲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불허를 밝힌 직후인 지난 6일 서울 중구 T타워 앞에 'STOP멈춤'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SK텔레콤 비상대책 마련중
만약 오는 15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M&A 불허가 확정되면, SK텔레콤이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의신청이다. 이의신청에서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이 발견되면 전원회의를 다시 열 수 있다.
이의신청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걸 수 있다. 공정위 판단이 옳은지 여부를 법원에서 판결받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소송은 통상 6개월에서 길게는 2년여까지 소요된다. 그만큼 오랜 기간이 걸리는 문제로, 한시라도 빨리 M&A를 해야하는 SK텔레콤 입장에선 별로 도움이 안된다. 만약 행정소송으로 2년여뒤 공정위 결과가 번복된다 하더라도, 그 사이 CJ헬로비전 기업가치가 달라질수도 있고 방송통신시장 환경이 급변해 M&A의 필요성이 사라질수도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행정소송의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마지막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검토의견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방법이다. 미래부는 공정위와 달리 방송통신산업 환경변화 등을 고려해 M&A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공정위가 불허한 사안을 미래부가 승인하기란 쉽지 않다. 공정위가 7개월이란 장고 끝에 결론을 내린 배경에는 분명 정부차원의 정책 방향성이 결정됐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