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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글로벌 1위 기업 모으는 SKT, 탈통신할 수 있을까

  • 2020.12.02(수) 15:46

SKT, 작년 컴캐스트·그랩과도 JV 설립
올해는 우버·아마존과 협력, 구체적 그림은 아직

SK텔레콤의 광폭 행보가 눈에 띕니다. 우버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아마존과 손을 잡습니다. SK텔레콤이 해외 기업과 손을 잡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최근 몇 년사이에 두드러집니다. 지난해에는 그랩, 컴캐스트와 손을 잡았죠.

SK텔레콤, 글로벌 기업과의 다양한 협력

우선 SK텔레콤의 행보를 보면 지난달 아마존과 협업을 통해 e커머스 계열사 11번가 고객들에게 아마존 상품을 직접 구매(직구)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더해 11번가의 IPO(기업공개) 등 향후 사업 성과에 따라 아마존은 미리 정해진 특정 가격에 11번가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리가 주어지는 내용의 지분참여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10월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 물적 분할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모빌리티회사 우버와 함께 '택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다고 밝혔습니다.

SK텔레콤의 T맵 플랫폼, 지도 및 차량 통행 분석 기술과 우버의 글로벌 운영 경험, 모빌리티 기술을 결합해 소비자 편의를 높인 택시 호출(e-hailing)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버는 티맵모빌리티에 약 5000만달러(약 550억원)를, 택시JV에 1억달러 이상(약 1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SK텔레콤, 우버, 티맵모빌리티
SK텔레콤의 '티맵모빌리티'에 대한 우버의 투자 계획.[자료=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난해 1월 동남아 최대 모빌리티 회사 그랩과 '그랩 지오 홀딩스' 조인트 벤처를, 지난해 10월엔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그룹 컴캐스트와 함께 글로벌 e스포츠 전문기업 'SK텔레콤 CS T1'를 설립한 바 있습니다. 

부담 줄이고 시너지 내기 위한 협력

해외 기업과의 JV나 협력은 기업 전략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JV는 재무적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각사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시너지도 낼 수 있고 협력하는 기업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도 있죠.

특히 신기술 분야나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 때 기업들은 JV나 협력 체계를 많이 활용합니다. 

한때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자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JV 설립을 장려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JV를 했다고 해서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서로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므로 틀어지는 경우도 있고 처음엔 야심차게 출범했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SK텔레콤-우버, 서로가 필요한 상황

다시 SK텔레콤 사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SK텔레콤은 '탈통신'을 선언하며 통신사업 외에 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를 주력 신사업으로 내세웠습니다.

SKT 사업부

SK텔레콤이 통신분야에서는 국내 1위이지만 아무래도 혼자 힘으로 다른 분야를 새로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기존에 잘하고 있는 기업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죠. 

모빌리티 분야는 택시호출 서비스에서 카카오에 밀린 상황이긴 합니다. T맵 택시가 국내 2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 중 직접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덕분이기도 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사업은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더 이상 밀릴 수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우버는 글로벌 상위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이지만 아시아 시장에선 죽을 쑤고 있습니다. 우버는 2013년 한국에 들어와 '우버X'를 제공했지만 불법 논란에 싸이면서 사업을 철수했습니다. 현재 우버택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존재감은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디디추싱에 밀려 서비스를 매각했고 동남아에선 그랩에 사업을 넘겼습니다.

이번 결정은 모빌리티로 더 빠르게 성장하고자 하는 SK텔레콤과 아시아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우버의 생각이 서로 들어맞았던 것입니다.

아직은 부족한 11번가

SK텔레콤의 e커머스인 11번가도 오랫동안 서비스를 해왔지만 여전히 밀리고 있습니다. 쿠팡이나 SSG 등 기존 유통 경쟁사 외에 최근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고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한 무신사, 29cm 등 새로운 경쟁자들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1번가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영업수익은 5305억원, 영업이익은 14억원입니다. 전년도 678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했으나 매출 외형은 전년(6744억원)에 비해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0.27%에 불과합니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사모펀드운용사인 H&Q코리아 등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다만 투자 유치 조건으로 '향후 5년 내 IPO 추진'이 달려 있습니다. 

5년 내면 지금부터 슬슬 IPO 준비를 해야 합니다. 더 빠른 성장과 함께 수익성도 다져야 할 시기인 셈이죠.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글로벌 강자이지만 한국 진출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아마존의 국내 진출설은 돌았지만 이뤄지지는 않았죠.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미 강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국내 고객들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고 로컬라이제이션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아마존 입장에서는 섣불리 한국으로 발을 내딛기가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아마존은 11번가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상황을 살펴보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SK텔레콤은 성공할 수 있을까

SK텔레콤은 강력한 우군을 얻은 만큼 신사업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컴캐스트와 손을 잡았던 SK텔레콤 CS T1는 e스포츠 구단 'T1' 등이 여전한 인기를 누리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국내 스포츠 구단으로서는 처음으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인 BMW그룹과 스폰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나이키코리아와도 선수 지원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반면 그랩과 출범한 그랩 지오 홀딩스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랩 지오 홀딩스는 맵 및 내비게이션 사업을 위한 JV입니다. 당시 SK텔레콤은 SK텔레콤의 T맵 서비스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첫걸음이자 글로벌 통신·교통망 빅데이터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T맵 기반의 '그랩 운전자 전용 내비게이션'을 선보일 계획이었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출이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버와 아마존과는 SK텔레콤이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랩과의 JV처럼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지 T1처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지는 조금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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