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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이 기폭제…모바일 지갑 '열린다'

  • 2020.12.29(화) 16:28

[일상의 디지털]
결제 이어 신분증·전자고지서 흡수
연말정산 대목, 서비스 알리기 총력
공인인증 대체할 사설인증 경쟁 후끈

휴대폰 케이스에 플라스틱 카드 한두개쯤 넣고 다니실 겁니다. 요즘에는 삼성페이나 페이코 같은 간편결제를 널리 사용하기 때문에 현금, 신용카드는 안들고 다니지만요. 운전면허증이나 학생증 등 신분증은 챙기고 다니시죠?

각종 신용카드와 현금, 신분증 등을 빼곡히 넣느라 두께가 꽤 두툼했던 예전 가죽 지갑을 생각하면 '요즘 지갑'은 그나마 많이 홀쭉해진 건데요.

앞으로 더욱 슬림해질 것 같습니다. 신용카드에 이어 신분증마저 스마트폰 속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NHN 등 인터넷 기업과 통신 3사 등이 신분증을 대체하는 인증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상에서 이른바 '쯩'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상에서도 본인인증이 가능한데요. 이를 넘어 카드명세서나 통신요금 고지서 등 각종 생활청구서를 받는다거나 주민등록등초본을 떼고 열람 및 제출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달랑 들고 다녀도 되는, 폰이 지갑의 사실상 모든 기능을 대체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관련 업계에선 다가오는 연말정산을 계기로 이러한 '모바일 지갑'이 대중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1월부터 공인인증서 말고도 민간 인증 서비스를 통해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국민 대다수가 인증 기능을 포함한 모바일 지갑의 편리함을 제대로 체험하면서 비로소 서비스가 꽃을 피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지갑' 만드는 ICT 기업들

얼마전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각종 신분증이나 자격증, 증명서를 보관 및 관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지갑'을 선보였습니다. 이 서비스는 말 그대로 지갑처럼 생활에 필요한 인증서나 자격 증명, 신분증을 한 곳에 담는데 활용됩니다. 

카카오는 당장 내달부터 연말정산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인증 서비스를 도입하고요. 아울러 별도로 선보였던 전자출입명부 'QR체크인'이나 모바일 운전면허확인 서비스, 국가기술자격증, 대학교 학생증이나 회사 사원증 등을 순차적으로 지갑에 집어 넣는데요. 

카카오가 이달 16일 선보인 카카오톡 지갑. 지갑 내 인증서를 통해 연말정산때 본인확인을 간단히 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각종 신분증, 자격증, 증명서를 카카오톡에서 보관, 관리할 수 있다.

카카오 뿐만 아니라 NHN과 네이버 등 다른 인터넷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를 내놓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인증과 전자문서 두가지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선 간편결제 페이코를 운영하는 NHN은 '페이코 인증서'와 '페이코 전자문서함'이라는 별도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개를 제각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문서관리 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톡 지갑 서비스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NHN은 페이코 인증서를 국세청과 정부24, 국민신문고 등에 적용한 상태입니다. 또한 지방세나 카드명세서, 통신요금 고지서 등의 생활청구서를 수납 및 결제할 수 있거나 주민등록초등본과 건강보험자격 확인서, 운전경력증명서를 보관·열람·제출할 수 있는 전자문서함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NHN은 '페이코 인증서'와 함께 각종 생활 청구서를 수납 결제할 수 있는 '페이코 전자문서함' 서비스를 별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지갑이라는 명칭의 서비스는 아직 없지만 여기에 들어갈 웬만한 서비스를 갖춰놨습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별도의 명칭을 붙여 완성형의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네이버는 현재 국민연금 가입이나 납부 내역, 예상노령 연금액 조회를 비롯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공하는 각종 안내문을 받아볼 수 있는 전자문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사이버대학과 손을 잡고 내년 상반기부터 네이버앱으로 모바일 학생증부터 등록금 고지서 알림까지 확인할 수 있는 인증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네이버는 특히 인증서와 전자문서를 금융권에 적용시켜 활용도를 높이고 있는데요. 내년 2월부터는 SC제일은행과 신한금융투자에 인증 서비스를 적용, 네이버 인증서로 로그인부터 각종 금융거래를 가능케 한다는 계획입니다. 네이버 인증서를 진입장벽이 높은 제1 금융권에 도입, 범용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네이버는 서울사이버대학과 손을 잡고 차세대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서울사이버대 재학생들은 네이버 인증서 로그인만으로 수강신청과 강의 수강을 이용할 수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모바일 학생증을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유봉석 네이버 총괄이 이달 16일 이은주 서울사이버대학교 총장과 온라인으로 MOU를 체결하는 모습이다.

이 외에도 통신 3사가 제공하는 'PASS 인증서'는 본인확인 기능에 충실한데요. 현재 공공 분야를 비롯한 대형 금융기관 및 핀테크 업계에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주요 보험사의 가입문서를 간단히 조회할 수 있거나 미래에셋대우가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선보인 전자투표 시스템에도 PASS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직장인 몰리는 연말정산 '대목 잡아라' 

모바일 지갑은 높은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업체들이 제각각 제휴처를 확대하는 과정이고 사용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달 15일부터 시작하는 국세청 연말정산을 계기로 민간 인증 서비스가 빛을 발하면서 이 기능을 담은 모바일 지갑이 조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었던 공인인증서는 지난 10일자로 폐지됐습니다. 공인인증서는 1999년 전자서명법 제정과 함께 도입, 21년 동안 일종의 전자 인감도장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요

앞으로는 '공인'이라는 지위를 잃고 이름이 '공동인증서'로 바뀝니다. 공인인증서가 여러 민간인증서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게 되는 겁니다. 아울러 내달 근로자 연말정산은 공인인증서 대신 민간업체 인증으로 이용이 가능해집니다. 

연말정산이 가능한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로는 카카오 인증서를 비롯해 페이코 인증서, 패스(PASS) 인증서, 삼성 패스 인증서, KB모바일인증서가 있는데요. 

이용자는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간편서명 로그인을 선택하고 원하는 전자서명 서비스를 선택해 접속하면 됩니다. 이전처럼 각종 플러그인 및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부팅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증 서비스 업체들에게 내달 연말정산은 '대목'이나 마찬가지인데요.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연말정산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의 1년을 마무리하는 행사다 보니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인증 서비스 업체들은 연말정산을 기회로 시장을 선점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총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사 서비스로 전자문서를 신청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 등으로 이용자 모으기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자인증 서비스 시장은 약 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특히 10일 전자서명법 시행으로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면서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궁극적인 목표는 결제, '지갑의 완성' 

네이버와 카카오, NHN 등의 인터넷 기업들이 인증을 포함한 모바일 지갑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요. 이들 주요 인터넷 업체들은 5~6년 전에 서로 경쟁하듯 'OO페이' 등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간편결제는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 PC나 모바일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결제를 할 수 있어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는데요.

모바일 지갑은 간편결제의 출발점이자 궁극의 서비스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 지갑 기능 가운데 하나인 전자문서 서비스는 통신비나 세금 등 각종 생활 문서를 차곡차곡 받아놓을 수 있는데요.

여기에 결제 서비스를 붙이면 편의성이 더욱 높아지겠죠.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대학 수업료나 자동차세, 보험료 등의 사용 내역을 손쉽게 받아보고 결제까지 하나의 서비스에서 끊김없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만 해도 내년 상반기부터 네이버앱으로 서울사이버대 모바일 학생증부터 등록금 고지 알림까지 활용이 가능해집니다. 

모바일 지갑은 잘만 활용하면 인터넷 서비스의 생태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카카오 사례를 보면요. 이 회사는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프로필 기능을 업데이트할 계획인데요. 즉 자신의 친구가 누구냐에 따라 여러 개의 프로필을 만들고 각각 내가 원하는 정보를 담아 어떤 상대에게 노출할 지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도 모바일 지갑의 인증 기능이 탑재되는데요. 이를 활용하면 모르는 사람이 참여하는 오픈 채팅방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는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의사나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면허증을 카톡 프로필에 등록해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죠. 카톡 채팅방으로 유료 상담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모바일 지갑은 생활과 금융, 공공으로 영역을 확장해 사용자의 일상 깊숙히 들어간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내달 연말정산을 계기로 어느 업체가 초반 승기를 가져갈 지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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