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코딩노예·컵라면은 옛말' 달라진 테크 업계 위상

  • 2021.03.02(화) 18:32

카카오 김범수 창업주발(發) 기부 릴레이
목소리 높아진 임직원, 몸값 당당히 요구
성과급·연봉↑, 내부 보상안 제시 활발해

인터넷과 게임 등 테크 업계의 위상이 부쩍 커지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수혜에 힘입어 대부분 IT 기업들이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에 힘입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은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합류하는 등 경제단체 요직을 맡고 있다. 

자수성가한 창업주들은 최대 수조원대 기부에 나서고 있기까지 하다. IT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국내 산업의 무게추가 전통적 제조업에서 IT로 옮겨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IT 기업의 임직원 '몸값'이 크게 뛰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이 연봉 인상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과거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사무실 한켠에서 쪽잠을 자며 개발에 나섰던 1세대 벤처 때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달라진 IT 업계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차원이 다른 기부'다. 김 의장은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그의 보유주식 가치는 약 5조원에 달한다.

기부 발표 후속 조치로 김 의장은 지난달 25일 판교 카카오 사옥에서 임직원들과 온오프라인 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기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날 김 의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을 만들어 빈곤 퇴치, 보건의료 확대 등 여러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게이츠식 기부법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을 시작으로 IT 기업 창업주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18일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기부 금액은 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를 비롯한 주요 IT 기업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속 역대급 실적을 거둔 바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이른바 '이익 공유제'를 요구하는 등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기도 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과거 김정주 NXC 대표가 1000억원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하는 등 창업주를 포함한 IT 기업의 기부는 꾸준히 이뤄졌다"며 "다만 최근 들어 IT 기업 위상이 커지면서 그 움직임이 더 돋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IT 기업이 승승장구하면서 과거 '코딩 노예'로 불리던 업계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도 옛말이 되고 있다. 프로그래머 등 IT 직원들은 본인들이 속한 기업의 달라진 위상에 걸맞은 자신들의 몸값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양대 포털업체인 네이버, 카카오의 노조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8년 나란히 출범한 두 노조는 회사에 더 큰 성과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와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달 25일 각각 임직원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나란히 개최, 성과급과 관련한 직원들의 질문 세례를 받기도 했다.

네이버가 올해 직원 3253명에게 총 111만4143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카카오가 모든 직원에 자사주 10주씩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에도 임직원들이 그간 공로에 비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에선 노조와 사측간 지속적인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일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회사 측이 평가 제도 개편 등에 대해 구체적 실행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카오를 포함한 IT 임직원들의 높아진 목소리는 실제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임사 넥슨,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은 전 직원 연봉 800만원 인상이라는 파격 보상안을 내놨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개발·비개발직군 모두 1500만원 이상 연봉을 올렸다. 아울러 신임 대졸 입사자의 연봉으로 5000만원 이상을 책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직원 연봉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게임사를 포함한 IT 업계는 최근 들어 평균 임금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보상안 수준에 대해 임직원, 회사 간 간격이 존재했다"며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연봉 인상 이슈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