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 초 게임 친화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3'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대표적인 e스포츠 경기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도 참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계속됐던 '게임 패싱'에 실망을 거듭했던 게임업계지만, 유 장관 취임 후 변화된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빠듯한 일정 속 지스타·롤드컵 참석
유 장관은 지난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의 전야제 격인 행사다. 유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전 확률형 아이템 언급도 하시고 게임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정책적인 배려를 해주고 있다"면서 "정치권의 관심과 애정이 현장에서 꽃 피울 수 있도록 뛰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지난달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지스타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약속했던 것과 달리 유 장관은 16일 열린 지스타 개막식에는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이 잡혀있어, 게임대상 시상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대신 지스타2023 현장을 방문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위메이드의 '판타스틱 4 베이스볼'을 비롯한 신작 게임을 직접 체험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유 장관은 특히 2009년 지스타 당시 제작된 기념점퍼를 입고 나타나 게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14년만의 지스타 참여"라며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 이 자리에 와 보니까 훨씬 더 규모도 커지고 아주 다양하다"며 방문 소감을 전했다.
유 장관은 나흘뒤인 지난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러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도 깜짝 방문했다. 이른바 '롤드컵'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e스포츠게임 행사다. 한국에선 2018년 이후 5년만에 열렸다. 그는 "롤드컵이 매년 한국에서 열렸으면 좋겠다"면서 "14년전에도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노력했고, 14년만에 다시 왔으니 게임산업이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尹 정부 아래서 게임은 '뒷전'
게임산업 소관부처인 문체부 장관이 지스타 현장을 직접 방문한 건 2019년 박양우 장관 이후 4년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대로 개최되지 못했다지만,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22에서도 박보균 장관이 외부 일정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다양한 게임산업 관련 공약을 내세웠지만 당선 후에는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 직후 발표한 110가지 국정과제에서도, 경제정책 비전인 '신성장 4.0 전략'에서도 게임은 뒷전이었다.
문체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임자인 박 장관이 이끌던 문체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게임을 누락하거나 잘못된 지표를 인용했다. 박 장관은 지스타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과 관련된 주요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게임산업 진흥에도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유 장관은 '친게임' 행보를 펼치며 전임자와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 장관은 취임 전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게임산업에 친화적인 입장을 보였고, 국정감사에서도 "게임물 심의등급은 자율심의가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취임 후 바로 게임산업 종사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고 지스타, 롤드컵 등 굵직한 행사에도 여럿 참석했다.
'액션'으로 끝나진 말아야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유 장관의 행보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전임 장관과 비교해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력직'인데다 취임 직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스타2023 개막식에 영상축사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한 것도 한 몫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액션도 없었다. 윤 대통령 당선 전 업계에서 기대가 높았는데, 정책도 변변치 않았고 공약도 이행된 게 없었던데다 규제만 늘어난 게 사실"이라면서 "문체부 장관이 바뀌고 움직이는 걸 보면서 드디어 게임산업에 신경을 써주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가 든다"고 했다.
신임 문체부 장관의 행보가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게임업계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문체부는 중국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발급부터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까지 주요 현안에 눈을 감아왔다. 게임물과 메타버스 구분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유 장관의 호언장담처럼 정치권의 관심과 애정을 보여줄 수 있는 육성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