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7년째다. 그사이 새로운 게임이 쏟아졌지만 어릴적 오락실 게임 느낌의 액션 RPG(역할수행게임)라 그런지 '던파(던앤파이터)'를 대체하진 못한다. 퇴근 후 짬을 내 5분만 즐겨도 부담도 적다. 게임만 하는 게 아니다. 게임 내 길드에 가입하고,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도 친해진다. 내 결혼식에 초대했고, 지방이었지만 길드원 결혼식에 가는 것도 당연했다. 던파는 내 삶의 일부다.
지금도 던전앤파이터를 즐긴다는 대학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한 때는 '게임에서 만났는데 결혼식도 가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던파는 이 친구의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 됐습니다.
넥슨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최근 넥슨은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개선을 선언했습니다. 과감한 사업재편의 이면에는 던파와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넥슨의 프랜차이즈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넥슨의 핵심자산 '커뮤니티'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은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본시장 브리핑(CMB)에서 "넥슨은 다른 회사들에게는 없는 자산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내세운 핵심가치는 돈 잘 버는 게임을 넘어 이용자들의 삶 속에 침투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쇠더룬드 회장은 던파와 메이플스토리 등을 예로 들며 "(넥슨의 주요 IP는) 수십년에 걸쳐 이용자들과 관계를 형성해온 매우 드문 특징이 있다"며 "커뮤니티, 친구 관계, 수십 년에 걸친 기억이 쌓여 있다. 이는 돈으로 살 수 없고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던파와 메이플스토리는 글로벌 누적 이용자가 각각 8억5000만명, 2억5000만명에 달합니다. 이에 따라 '던파 갤러리', '메이플 인벤'와 같은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있는데요.
신규 패치 후 이용자들의 평가가 가장 먼저 이뤄지고, 새로운 캐릭터나 아이템이 출시되면 수치적으로 효율을 분석하는 등 온갖 정보를 커뮤니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게시판을 넘어 이용자들의 실시간 반응을 살피는 장(場)이자 소통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는 거죠.
넥슨 역시 이곳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게임 운영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삶과 함께하는 게임
넥슨의 지향점은 이 강력한 IP 생태계를 더 넓고 촘촘하게 확장하는데 있습니다.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살아있는 생태계로 발전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방치형 게임인 '메이플 키우기'를 통해 신규 유입을 늘리고 이용자 콘텐츠 플랫폼인 '메이플월드'를 중심으로 지역과 플랫폼 확장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던파는 중국에서 대형 업데이트를 진행합니다. 메이플과 마찬가지로 던파 키우기를 통해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입니다. 여기에 2009년 버전을 기반으로 한 리부트인 '던파 클래식'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며, 올드 유저와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넥슨이 만들어가는 콘텐츠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평생 이어질 수 있는 열정이 될 수 있는가?"
체질 개선을 선언한 넥슨이 프랜차이즈 IP와 커뮤니티의 힘을 토대로 글로벌시장에서 퀀텀점프를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