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 2차 평가 결과 공개 후 관심은 다음 단계로 쏠린다. 이른바 '국가대표 AI'가 될 최종 2개의 정예팀 선정을 앞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모델 성능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독파모 프로젝트에도 변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3차 단계평가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후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들의 독자 AI 모델이 글로벌 프런티어급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 계획을 전면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3차 단계평가 '예정대로'…그 다음은
독파모 프로젝트는 정부가 해외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기술로 독자 AI 모델을 확보하는 '소버린 AI'를 위해 추진해온 국책 사업이다. 총 3단계의 평가를 거쳐 최종 2개 정예팀을 선정, 'K-AI 기업' 명칭을 부여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대규모 자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 1차 단계평가, 상반기 2차 단계평가를 거쳐 SK텔레콤과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등 3개 정예팀이 선정됐다.
하지만 AI 발전속도와 각국의 대응은 예상 수준을 뛰어넘었다.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AI 모델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고 미국과 중국 등 AI 2강 국가들이 자국 기업들의 AI 모델을 국가 안보 전략자산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수출을 금지한 바 있고, 중국 정부 역시 이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우리 정부도 최상위급 독자 AI 모델 개발 필요성을 인식하고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독파모 프로젝트의 계획도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3차 단계평가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올 하반기 평가 과정을 거쳐 내년 초 최종 선정된 2개 정예팀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주목할 부분은 그 다음이다. 애초 독파모는 최종 2개팀이 2027년(4단계) 한 해 동안 정부 지원을 통해 글로벌 최상위 모델 수준까지 성능을 개선한다는 구조로 설계됐는데, 3단계 이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원 대상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눈에 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금처럼 LG와 SK, 업스테이지 같은 개별 기업 단위의 경쟁 구조가 아닐 수 있다"며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하나의 컨소시엄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파모 프로젝트를 통해 특정 기업의 AI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게 아닌 국내 AI 기업 생태계 전반의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등 대상과 규모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걸음 가까워졌지만…프런티어급 모델 '95%' 수준 목표
정부가 독파모 프로젝트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는 배경에는 이번 2차 평가에서 확인된 우리나라의 AI 모델 위상과 한계가 동시에 자리한다.
이번에 공개된 4개 정예팀 AI 모델은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에포크AI의 '주목할만한 AI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기준 이 목록에 모델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 한국뿐이다.
벤치마크 평가 점수에 반영된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인텔리전스 인덱스(Artificial Analysis Intelligence Index, AAII)' 기준 4개 팀 모두 31점 이상을 기록했다. 유럽과 캐나다 등 주요 AI 모델을 모두 뛰어넘었다.
국가별 최고 수준 언어모델 성능을 비교했을 때도 미국과 중국에 이은 3위에 위치하고 있다. 2차 단계평가에선 사용성과 확장성 등이 경쟁팀에 밀려 떨어진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AI모델 '모티프3'는 AAII 최고 득점 AI모델에서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1차 평가 대비 최상위 모델과 격차는 축소됐지만 여전히 차이가 크다. 1차 평가 당시(1월) 최상위 모델과 국내 정예팀 최고점의 차이는 19점(GPT-5.2 51점, 국내 정예팀 32점), 8월 기준으로는 16점(클로드 오퍼스5 63점, 국내 정예팀 47점)이다.
정부는 독파모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최종 2개 정예팀이 4단계(2027년) 한 해 동안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프런티어급 모델 성능의 95% 수준까지 도달한다는 청사진을 그린 바 있다. 현 상황에선 미국과 중국에 이은 3강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제외하면 절대적 격차를 좁히는 속도는 더딘 셈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지원 규모에서 여러 기업이 나누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빅테크 AI 모델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파모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AI 기업들이 경쟁해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효과는 거뒀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다.
류 차관은 "정예팀으로 참여한 기업들도 새로운 경쟁의 판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며 "정부 내에서도 재정 지원의 가능성과 실효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개의 기업을 지원할지가 아닌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