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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의결권 제한?…업계 "탁상공론"

  • 2026.09.08(화) 07:40

금융사와 달리 대주주 지분율 높아 실효성 없어
"강제 재편 말고 제도화 과정서 분산 유도해야"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주요 쟁점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방안이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최근 지분 대신 의결권을 제한하는 안까지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현실을 모르고 '탁상공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가상자산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아직 제출하지 않은 가운데, 논란이 됐던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대신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대주주 의결권을 20%나 34%로 제한하는 식이다.

지분 제한 대비 완화된 방식인 의결권 제한을 추진하는 것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퇴로 엄격했던 기조가 다소 누그러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결권 제한도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을 나오고 있다. 금융사는 소유분산 구조가 정착되고 재무적투자자(FI), 소액주주 등 다양한 주주들로 구성돼 의결권 제한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가상자산거래소의 지배구조는 금융사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지분 분산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한 코인원을 제외하면 빗썸, 디지털엑스(코빗), 고팍스 등은 대주주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면 오너 회사나 중소사업자의 경우 지분율이 낮거나 검증되지 않은 2대주주가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빗썸의 경우 최대주주는 빗썸홀딩스(73.56%)이며 나머지는 비덴트(10.22%), 티사이언티픽(7.17%) 등의 주주가 지분을 보유 중이다. 만약 빗썸홀딩스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비덴트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지금도 비덴트는 빗썸홀딩스의 지분 30%를 보유 중이다.

거래소 대주주의 이해상충을 막고 시장 신뢰를 구축하려다, 전문성도 없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다른 소수 주주들에게 회사가 휘둘리고 의사결정 지연으로 경영 차질까지 빚을 수 있다.

거래소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게 사적 자치와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사 대주주에 대한 지분 규제는 대주주의 불법행위, 부실 경영 등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만들어졌지만, 위법 사유가 없는데도 업계 특성을 이유로 의결권을 강제로 제한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업계는 지분 제한이 위헌적이고 강압적이었다면, 의결권 제한은 거래소들의 높은 대주주 지분율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으로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분 매각이나 유상증자 등으로 우량 파트너사 확보가 선행되지 않는 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효과가 없고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 거래소 대주주들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리거나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며 "소유·지배구조를 강제적으로 개편하려 하지 말고 제도화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분 분산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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