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공시줍줍]나도 롯데마트 건물주?

  • 2020.11.24(화) 10:00

리츠 공시 읽어보기(feat. 롯데리츠)

롯데리츠가 최근 공시 몇 개를 줄줄이 발표했어요. 우선 첫 번째 공시 제목은 '유형자산 양수 결정'

유형자산은 말 그대로 토지나 건물·공장에서 쓰는 장비 등 '눈에 보이는 형태가 있는 자산'을 뜻해요. (무형자산은 특허권·상표권·영업권처럼 형태가 없는 자산)

☞관련 공시: 롯데리츠 11월 12일 주요사항보고서(유형자산 양수 결정)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중동점·안산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롯데마트 계양점·춘천점, 롯데마트몰 김포물류센터 등 6개 건물과 토지를 한꺼번에 사들이기로 했어요. 인수 금액 총액 7782억원을 일시불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7000억원을 훌쩍 넘는 금액의 거래가 왜 화제가 안되었지? 흠흠.

근데 공시를 자세히 보니 롯데리츠와 거래한 상대방이 롯데쇼핑(aka. 롯데백화점·마트·슈퍼 운영하는 곳)과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계열 물류 회사) 두 곳이네요. 모두 롯데 계열사. 

그래도 롯데리츠란 회사가 무슨 돈이 있길래 7782억원을 현금 일시불로 주고서 몽땅 매입하는 걸까요. 공시를 보면 이런 표현이 나와요. 

롯데쇼핑·롯데글로벌로지스로부터 양수한 부동산자산을 롯데쇼핑·롯데글로벌로지스에 임대해 임대 수익을 창출하고, 롯데쇼핑·롯데글로벌로지스는 해당 부동산을 양도 전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산을 취득함

예전에는 롯데쇼핑·롯데글로벌로지스가 자기네 소유의 건물에서 장사했는데 이제부턴 롯데리츠가 건물주가 되고, 롯데쇼핑·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리츠에 임대료를 낸다는 것. 

이쯤 되면 롯데리츠란 회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딱 감이 오죠.

[용어설명]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 부동산투자신탁
신탁(trust, 信託)= 누군가를 믿고 대신 맡긴다

리츠가 하는 사업은 각종 부동산을 사들여서 임대사업을 하거나 다시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것. 이렇게 벌어들인 돈에서 운영비를 빼고 이익배당한도의 90% 이상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일을 해요. 주식회사인 동시에 금융투자상품이기도 하죠. (주의점: 90%는 이익이 아니라 이익배당한도)
 
그동안 언론에서 리츠를 흔해 소개하는 기사들을 보면 흔히 '커피 한 잔 값으로 나도 건물주 될 수 있다'는 표현이 등장해요. 과대포장 느낌이 물씬 풍기는 표현이지만 아예 틀린 얘기도 아니에요. 건물을 임대해서 벌어들인 수입에서 자신이 가진 지분만큼 배당금을 받는 것이니까요.

롯데리츠는 2019년 3월 롯데쇼핑이 만든 부동산위탁관리회사에요. 잠시 발자취를 살펴보면.

2019년 3월 롯데쇼핑이 자본금 50억원으로 롯데리츠 설립(롯데쇼핑 지분율 100%)
2019년 5월 롯데쇼핑으로부터 롯데백화점 강남점(4249억원) 현물로 출자받아 임대
2019년 8월 롯데백화점 구리·광주·창원점, 롯데마트 청주점 등 인수(1조629억원) 후 임대
2019년 10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롯데쇼핑 지분율 50%, 공모투자자 50%)
2020년 11월 롯데백화점 중동·안산점, 롯데아울렛 이천점 등 인수(7782억원) 후 임대

# 롯데쇼핑은 왜 롯데리츠를 만들었을까

그럼 롯데쇼핑은 왜 자기네 건물에서 편하게 장사하지 않고, 현금에 건물까지 내주면서 롯데리츠란 회사를 만들었을까요. 

롯데쇼핑은 전국에 수많은 백화점·마트·아울렛의 토지와 건물을 가지고 있어요. 이 중 일부를 롯데리츠에 돈을 받고(또는 주식을 받고) 판 것이에요. 즉 부동산을 현금화한 것.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롯데쇼핑은 다른 곳에 투자할 자금이 생겨요.  ☞관련기사 돈줄 마르는 롯데쇼핑 "고맙다, 롯데리츠"

물론 자신들이 판 건물에서 계속 사업을 해야 하니까 예전엔 내지 않아도 됐던 임대료를 내야 하지만 대신 자신들이 직접 부동산을 관리할 때 드는 비용(ex 감가상각비 등)이 줄어요. 다만 관리비·보험료·유지비·제세공과금은 임차인 즉 롯데쇼핑이 내는 구조. 이런 계약을 트리플넷리스(Triple Net Lease)라고 해요. 

또한 롯데쇼핑은 롯데리츠 지분 50%를 가진 최대주주로서 나중에 배당을 받아서 부수입을 챙길 수도 있어요. 롯데쇼핑은 롯데리츠로부터 작년 7~12월 83억원, 올해 1~6월 139억원 등 최근 1년간 총액 22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어요.

롯데리츠 입장에선 당장에는 토지·건물을 매입하는데 큰돈이 들지만, 계열사와 장기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거둘 수 있고, 또한 임대료도 매년 최소 1.5%씩 올리기로 계약했어요. 

특히 롯데리츠가 이번에 매입한 롯데백화점 등은 작년 10월 주식시장 상장 이후 기준으로는 처음 매입한 것이고, 특히 백화점·마트·아울렛외에 물류센터도 매입한 점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어요. (요즘 코로나19로 택배사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물류센터가 핫하다는)

롯데리츠가 매입한 7782억원어치 토지·건물은 다시 롯데쇼핑·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에 임대하는데 보증금을 총 337억원 받고 임대료도 연 337억원(월 28억1000만원)을 받는 걸로 계약했어요.(나중에 변동 가능) 계약기간은 최소 7년에서 최장 15년. 이런 내용은 아래와 같은 제목의 공시(총 6개)에 자세히 나와요. 

☞관련 공시: 롯데리츠 11월 12일 부동산투자회사 부동산임대

대신 7782억원이란 큰돈을 조달해야 하는데 4358억원은 은행으로부터 빌리기로 했어요. 이건 개인이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과 비슷해요. 7782억원짜리 건물·토지를 담보로 4358억원을 연2%이자로 빌리는 것이어서 LTV(담보대출비율)은 56% 수준이죠. 그래서 이런 공시도 냈어요.

☞관련 공시: 롯데리츠 11월12일 부동산투자회사 자금차입

롯데리츠는 또 나머지 부족한 돈은 주주배정 유상증자(약 3565억원)로 마련하기로 했는데요. 롯데쇼핑이 지분 50%를 가지고 있어서 유상증자 대금 절반을 내고, 나머진 일반 주주들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해서 팔아요. 

# 리츠공시 유의할 점 몇 가지

모든 리츠가 롯데리츠와 같은 모습은 아니에요. 롯데리츠는 자신들이 직접 건물을 매입해서 임대사업을 하는 형태이죠. 이를 직접리츠라고 불러요. 반면 직접 건물을 매입하지 않고, 건물을 소유한 펀드에 투자하는 리츠도 있어요. 재간접리츠라고 해요

위의 그림은 롯데리츠NH프라임리츠(2019년 12월 상장)가 최근 발표한 반기보고서에 있는 내용인데요. 

롯데리츠는 '보유부동산의 운용(임대·관리·처분)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투자수익을 제공하는 부동산임대업을 한다'고 밝히고 있어요. 직접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죠.

반면 NH프라임리츠의 보고서에서 '당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내역은 아래와 같습니다'란 문구 바로 밑에 나열한 보유자산 이름 끝에 모두 '증권'이란 단어가 있어요. 펀드를 의미해요. 해당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기초자산(건물)이 서울스퀘어, 강남N타워 등이란 뜻. 다시 말해서 NH프라임리츠는 서울스퀘어 빌딩을 가진 펀드에 투자한 리츠란 의미에요.

리츠마다 투자하는 건물의 특징도 달라요. 롯데리츠는 롯데계열 마트·물류센터(리테일)에 집중 투자하는 반면 NH프라임리츠가 투자하는 서울스퀘어, 강남N타워는 사무공간(오피스빌딩)이죠.
 
신한알파리츠(2018년 8월 상장)는 경기도 판교 크래프톤타워, 용산더프라임타워, 남대문 대일빌딩을 매입해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어요. 역시 오피스빌딩이죠. 주택이나 호텔을 매입해서 임대사업을 하는 리츠도 있어요. 

일반적인 회사들의 회계연도는 1년이지만, 리츠의 회계연도는 6개월(따라서 반기는 3개월)이란 점도 알아두면 좋아요. 회계연도가 6개월 단위이므로 사업보고서도 1년에 두 번 내고, 정기주총도 두 번(3월, 9월), 배당도 주총 끝나고 두 번씩 지급해요.

[롯데리츠의 1년]

회계연도 매년 1월1일~6월30일  주주총회 9월 배당금 지급 10월
회계연도 매년 7월1일~12월31일 주주총회 3월 배당금 지급 4월
*회계연도 끝나는 날이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주명부 확정일(배당기준일)

주식시장에 상장한 리츠에 투자하기 위해선 해당 리츠가 어떤 성격(직접리츠 vs 재간접리츠)인지, 또 어느 건물(상업시설, 오피스빌딩 등)에 투자하는지, 무엇보다 다른 리츠에 비해 배당을 많이 주는지 비교하는 게 핵심이에요. 배당수익률은 해당 리츠가 발표한 공시에서 투자설명서, 사업보고서, 또는 [배당]이라고 검색하면 알 수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주제인 롯데리츠의 장단점을 정리해볼게요.

[장점]
롯데쇼핑과 장기 임대차계약을 맺어 경기변동에 따른 공실률 걱정없이 안정적인 임대수입
앞으로 공모리츠 펀드 세제 혜택이 늘어날 수 있어 투자자 관심을 끄는데 유리
나중에 롯데쇼핑의 다른 매장까지 인수해 덩치 키울 수 있음.(롯데쇼핑 건물에 대한 우선매입권리)

[단점]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매장 판매 위축 우려 매출에 따른 변동임대료 구조  수입 줄어들 가능성
경기침체로 부동산매매가격 하락할 가능성 있음 자산가치 하락 우려 


*이 기사는 롯데리츠. NH프라임리츠 공시 외에도 NH투자증권 이민재·홍지환 연구원이 작성한 <대한민국 REITs 이야기>를 참고했어요. 

*[공시줍줍]과 [공시요정]은 뉴스레터 '줍줍'을 통해 이메일로 먼저 찾아갑니다. 뉴스레터에서만 선보이는 특별한 콘텐츠도 있어요. 내용이 좋았다면 구독신청(무료)  부탁드려요.

뉴스레터 (무료)구독하기 ☜클릭


*독자들의 제보와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의견보내기 ☜클릭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