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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이러다 '빌라 전세' 영영 사라질듯

  • 2023.05.11(목) 16:40

저렴하면 '근생빌라' 비싸면 '최우선변제' 배제
보증보험 가입도 어려워…빌라 전세 사라질까

전세사기 피해가 확대되면서 전셋집을 구하는 임차인들의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시세보다 저렴한 집은 주거용 건축물이 아닌 '근생빌라'일 가능성이 있고, 보증금이 너무 비싼 집은 '최우선변제'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추가 피해를 막겠다며 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높인 점도 고민입니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보증금을 낮춰야 하는데, 그만큼 월세로 내야 해 세입자의 부담이 커집니다. 앞으로 '빌라 전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왜 싼가 했더니…불법 개조한 '근생빌라'?

전세 매물을 찾다 보면 전입신고가 안 되고, 전세대출도 불가능하다는 집이 종종 눈에 띕니다. 대신에 보증금이 시세보다 확연히 저렴해 수요자들을 고민하게 하죠. 이런 집은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불법 개조해 임대하는 '근생빌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택가 인근에 짓는 생활 편의 시설을 '근린생활시설'이라고 하는데 슈퍼나 식당, 사무소 등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거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일단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고 지은 뒤 준공 후에 주택으로 개조한 것입니다. 주로 '근생빌라' 혹은, '상가주택'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서울 은평구에서 신고된 전세사기 주택이 대부분 이 경우입니다.

근생빌라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지자체 등의 눈을 피해 주택으로 임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법에 따른 주차대수 등의 규제에서 자유롭고, 주택 수에 포함이 안 되기 때문에 수백 채를 소유하더라도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집에서 전세사기를 당하면 현재로선 구제받을 길이 요원합니다. 일단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라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보증기관을 통한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하니 경매에서 일부라도 회수해야 하는데, 법을 위반한 건축물이라 낙찰 가능성이 작습니다.

위반 건축물은 주택 개조 이전으로 복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복구 때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이행강제금은 시세의 10% 정도로 1년에 2번까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도, 제3자도 이런 건축물을 굳이 매입하려 하지 않겠죠.

정부는 피해자가 주택을 매입하지 않을 경우 공공이 매입해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위반 건축물은 여기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위반 건축물을 매입임대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우선 변제·보증보험도 고민해야

보증금이 비싼 집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보증금이 너무 비싸면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우선 변제권'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보통 은행 등에 순위가 밀리는데, 이를 방지하고자 소액 임차인에 '우선 변제권'을 줍니다.

서울시는 11일 기준 보증금 1억6500만원 이하일 때 최대 5500만원까지 변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천 등 광역시는 보증금 8500만원 이하 가구에 최대 2800만원까지 변제하고, 이외 지역은 보증금 7500만원, 최우선변제금액 2500만원이 기준입니다.

만약 피해 가구의 보증금이 기준을 초과하면 우선순위에서 배제됩니다. 해당 주택에 근저당이 많이 잡혀있다면 세입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아예 없을 수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더라도 직접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은 불가하다는 방침입니다. 결국 보증금을 조금이라도 돌려받으려면 우선 변제권을 통해 경매에서 우선순위에 드는 게 최선입니다.

이같은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보증보험 가입은 별개입니다. 최근 정부는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높였습니다. 전세가율은 기존 100%에서 90%로, 주택가격 산정기준은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낮췄습니다.

관련 법상 반드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임대사업자들은 보증금을 낮추고 부분 월세로 전환하는 분위기입니다. 임대사업자가 아닌 집주인은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같은 배려를 기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목돈이 필요한 경우 월세 전환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차인은 매월 추가로 월세를 내더라도 보증보험이 되는 집을 찾을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것이라 믿고 월세 없이 계약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셈입니다.

전세사기에서 안전한 빌라 찾기가 이처럼 어려운 탓에 앞으론 빌라 전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빌라는 점차 월세화되고, 가격 변동이 비교적 적고 시세 파악이 쉬운 아파트 위주로 전세 제도가 유지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연립주택은 전세가 비율이 아파트에 비해 높아 매매 가격이 조금이라도 하락하면 깡통전세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다"며 "전세사기 사고가 많았던 빌라 등 비아파트는 전세에 대한 불신으로 월세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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