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이 100억 넘게 있는데도 꼭 청약까지 한 자리 차지해야 하냐?"
최근 걸 그룹 아이브 멤버 안유진 씨의 사회관계망(SNS)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다. 2003년생인 안 씨가 강남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반인,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 비난과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 방배'. 총 3064가구 규모로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2024년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 최고 분양가는 22억4450만원이었다. 지난 4월 입주권이 36억9295억원에 거래됐고 현재 호가는 40억원에 형성됐다. 시세차익은 약 18억원 수준이다.
청약 당시 만 21세였던 안 씨는 일반공급 추첨제로 당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합산해 총 84점 만점으로 당첨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청년층이 불리하다. 이에 정부는 2023년 투기과열지구 내 중소 평형(전용 85㎡ 이하)에 추첨제를 신설했다. 안 씨가 제도 개편의 수혜를 받은 셈이다.
'디에이치 방배'의 일반공급 평균 경쟁률은 90대 1에 달했다. 추첨제 물량 215가구 중 하나를 안 씨가 가져가자 박탈감을 넘어 분노의 화살이 향했다. 청약에 세 번째 낙방 중이라는 한 누리꾼은 "연예인은 대출 없이도 집을 살 재력이 있는데 왜 청약까지 해서 싸게 사려고 하냐. 일반인에게 양보해 주면 안 되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단지는 애초에 고가주택이다. 전용 84㎡에 청약하려면 계약금(20%)만 4억4890만원이 필요했다. 중도금은 6차례에 걸쳐 10%씩 납부하고, 잔금(20%)은 입주 때 내야 한다. 건설사가 알선한 중도금 대출(50%)을 받고 실거주 대신 전세를 놓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총 분양대금의 30%인 6억7335만원을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청약이 가능했다.
'금수저', '현금부자'만 청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의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전국 전체 세대(가구) 평균 순자산은 4억7144만원 수준이다. 39세 이하 청년층의 경우 2억1950만원으로 훨씬 적다. 평균에 속하는 청년이라면 강남 아파트 청약에 운 좋게 당첨됐더라도 계약금도 못 내서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양 대금을 치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청약하는 게 마땅하다. 청약뿐만 아니라 매매시장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청년이 강남 아파트에 입성하지 못하는 건 안 씨가 자리를 빼앗아서가 아니다.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고, 빌리려고 해도 대출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주택 가격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차등화됐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15억~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여기에 최근 KB국민은행이 수도권 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다른 은행들도 빗장을 걸어 잠그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실수요자, 그리고 청년층이 더 조급해진 것은 내 집 마련의 유일한 창구였던 대출 문턱이 높아져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 주재하는 부동산 토론회를 앞두고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정부가 의견 수렴을 위해 열어둔 '부동산토론회.kr' 홈페이지에는 20일 현재 2122건의 정책 제안이 올라왔다. 이 중 610건이 아래와 같이 대출과 관련한 내용이다.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대출을 막아버리면, 무주택자는 평생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라는 거냐",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려는 서민의 사다리를 걷어차지 말아달라", "신용 불량자들은 빚 탕감해 주면서 왜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의 내 집 장만을 어렵게 하냐"
안 씨를 향한 도 넘은 비난은 어쩌면 '내 집이 없다'는 불안감에서 온 것일지 모른다. 성실하게 일해도 근로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서울 집값이기에 '로또 청약'에 기대려는 마음일지 모른다. 안 씨와 일반 청년의 격차를 줄이려면 안 씨를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 일반 청년이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지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