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국책사업인 부산 가덕도신공항 공사가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시공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부산·경남 지역 건설업체들이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주장하며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나선 건데요. 이대로 공사에 참여할 경우 연쇄 도산까지 우려된다는 입장입니다.
주간사인 대우건설은 부랴부랴 발주처인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에 나섰죠. 관건은 현행 법령상 물가변동 기준일로 삼는 '계약체결일' 이전이라도 물가 변동분을 적용할 수 있느냡니다. 정부가 주택을 비롯해 인프라 등도 공공 중심 확대를 계획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 돈으론 못합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부산·경남 지역 건설업체 13곳은 지난달 2일 주간사인 대우건설에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공사비가 급격하게 오른 상황에서 적정 공사비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입니다.
업체들은 "미국-이란 전쟁을 비롯한 중동 지역 전쟁 상황은 유류비와 주요 건설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했다"며 "이는 어떤 업체도 예측하거나 대비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인 사정 변경으로 현재 조건으로는 적정 원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걸쳐 제기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총 예산액은 10조7175억원입니다. 당초 공사비였던 10조5300억원에서 1875억원 오른 금액입니다. 최초 시공사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이 해제된 뒤 재공고 과정에서 물가 상승을 반영한 거죠. 하지만 업체들은 현재로썬 이 금액조차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급등한 건설공사비지수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재료, 장비 등 투입 자원에 대한 물가 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된 통계입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5월(잠정) 건설공사비지수는 137.67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132.7과 비교하면 4.97%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2월 말 이후에만 3.91%가 상승했습니다.
업체들은 0.5~2.3%까지 평균 1% 지분율을 갖고 참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손실은 물론 회사 존폐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적정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선 정상적인 공사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이처럼 현저한 사정 변경이 발생했음에도 현재 정해진 공사비로 계약을 강행하는 것은 지역 중소건설업체에 심각한 경영 위기와 연쇄 도산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호소했습니다.

물가 변동 반영의 '맹점'
'협의해서 공사비를 올려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서 공공공사 진행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요. 국가가 직접 시행하거나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국가재정법에 근거해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따릅니다. 국가재정법 시행령 제21조 '총사업비관리' 항목에 따르면 물가 변동으로 인해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조달청장 사전 검토를 거쳐 협의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계약 체결' 이후를 전제로 합니다. 즉, 입찰공고일부터 계약체결일 사이에 발생하는 물가 변동 등에 대해서는 반영할 법리적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정확히 이 단계에 해당합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대한 입찰공고가 올라온 건 지난해 12월입니다. 이후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된 게 올해 3월이었습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기본설계를 거쳐 오는 11월 우선시공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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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처럼 대규모 기술입찰형 공공사업의 경우 입찰공고일과 계약체결일 간 간극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돌발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입찰공고 이후 공사원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입니다.
이에 대우건설은 이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계약 체결 이전이라도 총사업비를 조정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컨대 우선시공분 계약체결일 이전이라도 총사업비 자율 조정을 허용하는 국토교통부 훈령을 제정하고, 물가변동 기준일을 입찰공고일로 설정하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내용입니다.

'공공' 구조적 한계?
공공사업이 비용 급등이라는 현실에 부딪혀 표류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지난 2024년 서울시에서 추진했던 위례신사선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GS건설 컨소시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결국 발을 뺐습니다. 이후 위례신사선은 아직까지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재원 투입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민간사업과 달리 정부 예산을 끌어와서 허용된 범위를 미리 정해놓는 공공사업의 경우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업계 시선입니다. 공사원가가 불가피하게 급등하게 되면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사업 포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이로 인한 손실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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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정부 또한 이를 인지하고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국토부를 비롯해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는 사안"이라며 "여러 상황을 감안해서 제도적으로 보완할 방법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국토부도 건설업체들의 현실에 동감하고 관련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입니다. 김태오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은 "조만간 국무조정실 주재 아래 부처 회의가 열릴 것"이라며 "11월 계약이 이뤄지기 전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소급 적용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해도 무의미하다. 실무적으로 매끄럽게 해결할 방안에 대해 부처 간 이견을 잘 조율해서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이미 한 차례 부침을 겪었던 국책사업입니다. 만약 이번 사태가 최악의 경우로 치달아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참여 포기로 이어질 경우 재공고에 따른 비용 증가는 물론 공기까지 늘어나는 등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업체가 공공성과 사업성 사이 적절한 지점을 찾아 원만한 사업 진행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