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민간 재건축·재개발의 규제를 완화하고 이를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는 게 시의 주장이지만, 정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이주 수요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수 있고 새로 들어선 단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서울에서의 공급 수단은 재건축·재개발 외에 대안이 많지 않은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목소리도 적잖았다.
"재건축·재개발 공급 제한적, 집값 자극 우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용산공원 활용 방안과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대해 논의한다.
정부는 주택 공급 부지로 용산공원 활용을 검토하고 있으나 오 시장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대신 오 시장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앞서 지난달 27일 국무총리 주관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 상향에 대해 "정비사업 과정에서 기존 주택이 멸실돼 공급 공백과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대통령 주관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재건축의 경우 가구 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가구당) 평수도 커지기 때문에 (가구 수가) 많이 늘어나는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 "재개발은 총 입주 가구(세대) 수가 줄어드는 게 통상인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다세대 주택과 달리 여러 세대가 살더라도 1가구로 집계되는 다가구 주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발언이다.
오 시장이 지난 18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막혀 있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이 대통령은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라고 반응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도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오 시장과 조만간 면담해 주택 문제를 비롯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규모, 교통 분야에 대해서 대화할 예정"이라면서도 용적률 조정과 조합원 지위 양도 등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단기적 가격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규제 많이 풀었다 vs 아직 갈 길 멀어"
특히 김 장관은 서울시가 요구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수용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8·13 공급대책'에는 △재개발 조합 설립 동의율 75%→ 70% 완화 △이주비 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산정 방식 개선 △시공사 선정 시 수의계약 조건 완화 △공원·녹지 의무 확보 기준 완화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라면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용적률, 임대주택 비율 등 반드시 풀어야 할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에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 자격 승계가 제한되는 시점은 조합설립인가 이후다.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이전 고시일까지 조합원 지위양도가 제한된다.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 비율은 용적률 증가분의 50~70% 이내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다. 서울시는 50%다. 재건축은 늘어난 용적률의 30~50%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재개발도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재건축 수준으로 낮춰달라는 게 서울시의 요구다.
서울시는 이 대통령이 지적한 재건축·재개발 공급 효과에 대해서도 "2031년까지 착공을 추진하는 253개 정비사업을 통해 8만7000가구가 늘어나고 임대주택도 4만8000가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멸실로 인한 전월세 시장 자극은 분명"
공급 효과를 놓고는 의견이 갈리지만 재건축·재개발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멸실에 대한 우려는 공통적이다.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기존 거주민의 이주 정책을 동반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정비사업 이주 속도를 높이면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면서 "신축 입주물량이 부족한 시기에 대규모 이주·철거 수요가 겹치고, 여기에 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제한 등에 따른 귀소나 월세화 가속까지 더해지면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이주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지 않도록 사업장별 이주 시기와 주변 전월세 시장을 지켜보면서 비아파트와 인접 생활권의 주택공급 상황까지 함께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되는 택지 개발과 달리 재건축·재개발은 비교적 빠르게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라면서도 "멸실에 따른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이고 이 수요는 최대한 멸실 단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주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할 것"이라고 짚었다. 지금 시장에 있는 아파트로는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이 교수는 "이주 시기를 조정하면서 이주민을 위한 임대주택 등을 통해 전월세 수요를 흡수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성남 구도심재개발 당시 이주민을 위한 주택이었던 '순환주택'과 같은 모델도 참고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에 이 같은 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할 곳이 마땅치 않은 만큼 외곽 지역에라도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