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로봇'은 '공간혁신'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건설업·산업계가 주차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법 개정을 통해 기계식 주차 유형의 한 종류로 인정도 받았다. 신사업에 목마른 산업계는 물론, 건설업계도 공사 및 설계 과정에서 공간 효율 극대화 가능성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다만 아직 도입 초기 기술인 만큼 주차로봇을 실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접하기까지는 안전 확보 및 운용 안정성과 관련해서도 더 검증이 필요하다. 일단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실증사업 등이 진행되는 만큼 이 결과가 향후 상용화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거북섬 단지서 '첫 실증'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달 7일부터 경기 시흥시 정왕동 소재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 현장에서 현대자동차·현대위아와 함께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실증은 내달 말까지 진행된다.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는 시흥시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내 수상·레저스포츠 특구로 지정된 거북섬 인근에 들어서는 단지다. 내년 6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현대차·현대위아·현대건설로 구성된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은 이곳 지하 1층 주차장 내 총 53면 규모 별도 구역에서 현대위아가 개발한 주차로봇 2세트를 활용해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운전자가 지정된 구역에 차를 세워놓고 호출하면 주차로봇이 차량 하부로 진입해 타이어를 감지하고 들어 올려 빈 주차면에 차량을 옮기는 식이다.
주차로봇은 두께 110㎜의 직사각형 형태다.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라이다(LiDAR)' 센서가 탑재돼 최고 초속 1.2m 속도로 최대 3.4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들 수 있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 이동이 가능하다는 게 개발사 현대위아 측 설명이다.
주차로봇을 통해 동일 면적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주차 수용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보고 있다. 차량 100대가 들어갈 공간에 적게는 120대에서 많게는 150대까지 들여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건설은 이 실증사업을 토대로 향후 압구정 재건축 등 주요 정비사업지에 주차로봇을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건설사는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 중 2·3·5구역 등 절반을 확보했다. 이들 구역을 주차로봇을 포함한 '로봇 특화 단지'로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주차로봇, 공간 넓혀드려요"
산업계에서는 주차로봇을 새 먹거리로 보고 건설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앞서 현대위아는 지난달 19일 경기 의왕시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건설사·시공사 등 약 800명을 대상으로 주차로봇 쇼케이스를 열었다.
HL그룹 산하 로봇 솔루션 전문기업인 HL로보틱스도 주차로봇 개발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 실내 자율주행 주차로봇인 '파키(PARKIE)'를 보유하고 있다. 파키는 현재 충북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서 주차장 7면을 대상으로 지난 2024년 5월부터 운용되고 있다.
HL로보틱스는 당초 지난해 IPARK현대산업개발과 협약을 통해 서울 송파구 '송파한양2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아파트 단지 최초로 주차로봇을 상용화하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수주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쉽게 협업은 무산됐다.
주차로봇은 최근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신사업으로 더욱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 '주차장법 시행규칙' 및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개정돼 주차로봇 등 자동이송주차장치가 기계식 주차의 일환으로 공동주택 단지 내 설치될 수 있도록 허용됐다.
건설업계도 주차로봇 기술 발전 속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같은 면적이라도 더 많은 주차면을 확보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커뮤니티 등 다른 공간으로도 활용할 여지가 생겨서다.
HL로보틱스에 따르면 일반 자주식 주차장에 주차로봇 도입 시 주차면이 30% 증가한다. 또 주차장 높이 기준 또한 자주식 주차장이 2.3m인 반면 주차로봇이 적용되는 기계식 주차장은 1.9m로 낮아 추가 층을 확보할 수도 있다. 자주식 주차장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도 필요하지 않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 먼 미래"…상용화 언제쯤
다만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수준인 만큼 상용화까지는 긴 세월이 걸릴 것으로도 본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공간 효율화를 통해 커뮤니티 시설을 늘리는 등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일반 주차장에 비해 (주차로봇과 관련한) 설비가 더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시공 측면에서 효율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B사 관계자 또한 "사실 주차로봇에 대한 개념이 등장한 지는 꽤 오래됐다"며 "10년이 넘은 얘기인데 이제야 실증을 시작하는 수준인 만큼 실제 상용화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 개정뿐 아니라 인허가 과정 등에 있어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C사 관계자는 "실제 아파트 준공 시 지하주차장 동선 등에 대해서도 교통영향평가가 이뤄진다"며 "주차로봇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려면 주차로봇 보관을 비롯해 동선 등 전반적인 운용 방식에 대한 검토가 진행돼야 인허가 과정에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로봇 활용도를 높이는 추세인 만큼 머지않아 주차로봇을 실제 아파트에서 보게 될 가능성도 물론 있다. D사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도 주차뿐만 아니라 배송, 배달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로봇 도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주차로봇 또한 실증 및 표준화 등이 빠르게 이뤄진다면 상용화 속도도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