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정지수 기자]평창 동계올림픽에 쓰인 강릉 올림픽파크 빙상장이 첨단교통기술을 만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변한다. 인공지능(AI) 기술 확대와 자율주행 시대의 변화를 살필 수 있는 '교통 올림픽'이 강릉에서 곧 개막하기 때문이다.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 개최 이후 1년마다 여는 행사다. 강릉시가 유치해 국내에서는 이번이 3번째로 열린다.
교통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서는 건 국토교통부와 강릉시,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TS), 현대자동차그룹, 롯데이노베이트 등 민관 연합팀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이 국내의 지능형교통체계(ITS,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기술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승훈 금메달 딴 그 경기장, 첨단교통 전시장
지난 17일 방문한 강릉 올림픽파크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는 '지역경제 혁신박람회' 관련 부스들이 설치됐다. 부스들이 중앙부에 몰려 있어 경기장 외곽이 널찍했다.
함께 현장을 둘러보던 임신혁 강릉시 ITS 추진과장은 "(오늘과 달리) 한 달 뒤 ITS 세계총회가 열리면 경기장 전체가 부스로 가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규모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연면적이 3만7455㎡에 달하는 강릉 올림픽파크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매스 스타트 종목 금메달을 획득한 장소다. 내달 19일부터 23일까지는 교통 올림픽이라 불리는 'ITS 세계총회' 전시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총회에 90여개국이 참가하고 예상 참관객은 6만명(연인원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목표했던 부스 수는 434개였으나 이미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으로 총 70개국, 3180명이 행사 참가 사전등록을 했다.
총회에서 국토부는 대한민국 ITS의 현재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강릉시는 중소도시 특성을 반영한 ITS 운영 사례를 소개한다. TS는 자율주행차 안전관리, 도로공사는 국내 고속도로 ITS의 운영 역량을 소개하는 데 집중한다.
민간기업은 미래 모빌리티 사업상을 제시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차량·도로 인프라 연계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 서비스를 알린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단차로, 다차로 차량영상촬영장치 등을 활용한 자율주행 지원 서비스를 선보인다.
해외기업으로는 구글과 도요타, 혼다, 퀄컴 등이 참여한다. 구글은 AI·공간정보를 기반으로 도시 교통 최적화 솔루션을 선보인다. 북미 모바일 반도체 전문업체인 퀄컴은 차량용 반도체와 통신기술 기반 자율주행 등을 소개한다. 도요타는 AI와 자율주행 연계 등을 통한 교통사고 없는 미래 교통환경을 제시한다.
올림픽파크에 들어선 강원도 유일 대회의장
조직위는 기존 공간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번 총회를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강릉 올림픽파크의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 외에도 하키센터와 하키센터주차장은 각각 아이스쇼 공연과 기술시연전시장으로 활용한다.
아울러 강릉 올림픽파크 내에서 건물을 지을 만한 공간을 발굴하고 강원도 최초 대회의장(컨벤션센터) 건립도 마쳤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뒤편에 자리한 컨벤션센터는 지하 1층~지상4층, 연면적 1만8000㎡ 규모다. 2024년 11월14일 착공했으며 올해 7월6일에 준공했다. 공사비는 926억원을 들였다.
컨벤션센터가 들어선 위치는 쇼트트랙, 피겨 경기 등이 열린 아이스 아레나와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이 삼각형으로 연결되는 자리다. 권순민 강릉시 ITS 시설팀장은 "지상 4층의 카페테리아 공간이 옥상부 정원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 즉 이번 총회의 전시장으로까지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라고 설명했다.
컨벤션센터는 주로 학술교류의 장으로 활용된다. 중앙에는 2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홀이 있고 중소회의실 19개소도 마련됐다. 이날 컨벤션센터에는 총회를 앞두고 대한교통학회의 제95회 학술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도시 아니라고? 강릉이라 다르다"
국내에서는 앞서 2번의 ITS 세계총회를 서울(1998년)과 부산(2010년)에서 유치했다. 다음 총회 개최 예정지도 영국 버밍엄으로 주로 대도시에서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강릉은 인구 21만명의 중소도시이면서 연간 관광객은 3500만명에 달한다. 관광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와 평시의 교통수요 간극이 크다. 강릉에서 열리는 이번 ITS 세계총회가 그간의 총회와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ITS 조직위의 설명이다.
이날 ITS 세계총회 준비 현황 브리핑에서 이은영 국토부 디지털도로팀 팀장은 "중소 관광도시에서 ITS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강릉"이라면서 "기존의 ITS가 도로 현황 정보를 취합해 제공했다면 이제는 AI와 접목해 스스로 정보를 분석 및 판단하고 제어할 수 있는 단계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종기 ITS 세계총회 조직위 사무국장은 "1994년 파리에서 ITS 세계총회가 처음 열렸을 때만 하더라도 내비게이션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지도를 보고 가야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내비게이션과 같은 개념이 너무 익숙하고 ITS가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AI 자율주행 시대, 즉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변화를 그리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 과장은 "강릉시는 강릉 전역의 3509개의 교차로로부터 모든 신호를 제공받고 있다"면서 "강릉시가 도시 전체 단위로 ITS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평시에도 수요응답형교통(DRT) 등에 ITS를 활용하고 있다는 게 임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강릉의 일부 읍면동에서는 차량이 부족하고 운수 종사자도 구하기 어렵다"며 "벽지노선 마실버스라 불리는 자율주행 차량을 2년간 운행 중으로 처음에는 무료로 시작했으나 유료 전환 이후로도 어르신들의 수요가 꾸준해 다음달부터 도심권에 심야 자율주행도 운행할 예정"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