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정지수 기자]지난 7월15일 강원 강릉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안목이'가 구조됐다. 지난해 8월부터 강릉항에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돌고래다. 지역민은 사람을 따르는 이 물돼지에 안목항이라는 옛 지명을 딴 이름을 주었다. 인간의 다정과 별개로 안목이는 선박을 쫓다 스크루에 크게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에 야생 복귀를 목표로 구조 작업이 이뤄진 것이다.
강릉항에서 울산까지 안목이를 옮기는 과정은 신속함이 생명이었다. 야생 복귀를 도울 장소인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까지는 차로 330㎞에 이른다. 출발지였던 강릉시에서는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 등을 활용해 안목이의 수송을 지원했다. 교차로 신호를 수집하고 제어할 수 있는 강릉의 지능형교통체계(ITS)가 작동해 '골든타임' 확보를 도운 사례다.
자율주행·긴급이송 가능하게 한 실시간 신호정보
이 같은 신호제어는 긴급이송 차량의 원활한 주행 보조는 물론 물론 횡단보도 보행자의 안전성을 키우는 데도 활용된다. 지난 18일 방문한 강릉도시정보센터에는 다수의 관제요원이 지역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강릉 전역에 설치된 3000여대의 CCTV를 통합 운영하는 장소다.
조경학 강릉시 ITS추진과 주무관은 "도시정보센터는 CCTV 통합 운영을 통해 방범, 주정차, 재난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16명의 관제요원이 4조 3교대로 CCTV를 통해 24시간 도로 상황 등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교통도시'를 표방한 강릉은 2021년부터 ITS구축사업에 나섰다. 국비와 도비 지원과 함께 시의 예산을 활용해 2024년까지 ITS 기반 인프라와 도시정보센터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실시간 신호정보 내비게이션 제공, 스마트횡단보도, 스마트 버스 승강장, 음향식 노면 검지시스템 등을 갖춰 나가고 있다. 앞으로는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과 인공지능(AI) 상황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ITS 사업에는 825억원이 투입됐고 150억원을 더 투자한다.
2023년 말부터 도입에 나선 실시간 신호정보 내비게이션은 화면에서 교차로 신호 지연시간을 제공해 정속 주행을 유도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한다. 날씨 환경이나 장애물, 비정형 교차로 등에서 신호등 시인성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도시 전역의 실시간 신호정보를 제공해 자율주행버스도 더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고 차량도 최적의 동선을 확보할 수 있다.
화물운송에도 자율주행을 적용했다. '처음처럼'과 '새로' 등의 주류 완제품과 공병을 운반하는 일로, 롯데칠성음료 강릉공장과 강릉RDC(지역물류거점) 총 10.5㎞를 자율주행 트럭이 오간다. 이 노선에는 도시 주요 간선도로 전역에 구축한 정밀지도가 쓰였다.
소방과 구급 차량 등이 출동했을 때는 사고 현장까지 우선신호 제공으로 출동시간을 단축한다. 긴급차량이 통과할 때까지는 녹색신호를 유지하고 통과 이후로 적색 신호로 바꾸는 등 신호를 제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응급 환자 등의 골든 타임을 확보한다. 시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긴급차량 우선신호 사용건수는 7235건이었으며 평균 도착 시간이 도입 전 13분에서 5분까지 줄었다.
해외로 나가는 한국의 ITS
한국의 이 같은 ITS는 해외에도 이미 다수 수출됐다. 지난 2008년 카스피해 연안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도 도시교통관리시스템 및 버스정보시스템(BIS) 구축 프로젝트를 SK C&C(현 SK AX)가 수주한 바 있다. 한국형 ITS를 콜롬비아와 페루 등에도 선보이기 위해 중남미 국가와 협력 관계도 키우고 있다.
강릉시에서도 이번 ITS 세계 총회를 통해 국내 관련 기술 수출이 더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주무관은 "도시정보센터가 단순한 관제 시설이 아니라 이미 시민과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스마트 도시 서비스를 소개하는 체험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세계 총회 기간에는 해외 관계자 대상으로 강릉 ITS를 직접 체험하고 시찰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도시정보센터 내에는 ITS 체험관도 따로 마련돼 있다. 특히 체험관 내 가상 환경에서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긴급차량으로 운전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도시정보센터에서는 시간대별 교통 수요 정보를 AI가 분석하고 예측한 뒤 실제 교통량을 비교하기도 했다. 예측 정확도는 98%를 목표로 한다는 게 조 주무관의 설명이다.
강릉시는 관광 도시인 만큼 주차장 관리에도 ITS를 활용한다. 주차장의 빈 공간은 파란 곳으로, 차량이 들어선 공간은 빨간 곳으로 표시한다. 이 같은 정보를 인접한 전광판이나 내비게이션에 제공하는 걸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ITS 활용에도 관광객이 몰렸을 때의 주차 수요를 모두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게 조 주무관의 설명이다. 조 주무관은 "카페거리나 중앙시장 쪽으로는 몰리는 주차 수요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주차장 확충이 필요한 상황인데 당장은 최대한 다른 곳에 주차할 수 있는 우회 정보를 정확하게 안내하면서 조금이라도 주차 문제를 완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무단횡단 확 준 이유는 똑똑한 횡단보도 덕
강릉 시내에는 스마트 버스 승강장과 보행자 인식 스마트 횡단보도가 곳곳에 설치됐다. 강릉시는 스마트 버스 승강장에 온열 벤치와 냉방 기구를 설치해 시민의 쉼터로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해당 승강장에는 관광 정보와 같은 것들을 제공하는 영상모니터(DID) 등도 함께 두었다.
이날 현장에도 다수의 시민이 스마트 버스 승강장 내에서 따가운 햇살을 피해 모여 앉았다. 냉방 시스템과 조명 시스템을 관제센터에서 모니터링하고 직접 제어하는 만큼 우발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스마트 횡단보도 시스템도 이미 일상에 자리했다. 초록불이 꺼지기 전까지 미처 건너지 못한 보행자가 있다면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지 않는 것이다. 이날도 교통량이 많은 강릉역 앞 횡단보도에서는 1초를 남기고 초록불이 유지되는 경우를 수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조 주무관은 "당연히 무기한으로 신호가 안 바뀌는 것은 아니고 약 5초 정도 신호 바뀜을 지연하는 것"이라면서 "차량이 혹시 곧장 신호가 바뀔 것으로 판단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신호등에 예측출발금지 문구도 띄운다. 이를 통해 무단횡단 건수가 도입 전보다 90.6%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