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수요가 몰리는 서울에도 1년 이상 비어 있는 매입임대주택이 427가구가 있다. 이 중에 113가구는 3년 넘게 입주자가 없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년이 넘게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하면서 낡아버린 주택에 수요자가 입주하길 꺼리는 게 가장 큰 문제다.▷관련기사: [낭비된 공공임대]①답 없는 지방, 빈집 쌓인다(2026년 9월27일)
"20년 전에는 괜찮았는데"…반지하에 노후
28일 장종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서구갑)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기 공가로 분류되는 6개월 이상 빈집인 매입임대주택은 전국에 8304가구 있었다.
6개월 이상을 기준으로 한 매입임대 공가는 지방이 5277가구, 수도권 3027가구다. 지방의 공가가 더 많다. 그러나 지역별 공가 대비 초장기 공가(3년 이상)의 비율을 보면 서울은 14.8%에 이른다. 서울 전체 공가 763가구 중 113가구가 3년 이상 빈집이다. 반면 지방은 5277가구 중 406가구가 3년 이상 공가로, 이 비율은 7.7%에 불과하다.
매입임대주택은 LH와 같은 공공주택사업자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주택도시기금 등의 지원을 받아 기축·신축 주택을 매입 및 약정으로 확보한 뒤 공급하는 주택을 뜻한다. 청년과 신혼부부, 다자녀, 고령자, 도심 내 저소득계층 등에 공급해 이들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서다.
서울과 지방 매입임대 모두 2년 이상 빈집은 건설임대로 공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악성 공가로 되고 있다. 2년 이상, 3년 미만의 빈집은 115가구지만 3년 이상 빈집은 113가구다. 빈 상태가 길어지면서 3년이상 공가가 거의 줄지 않는다.
서울의 매입임대 공가 중 3년 이상 빈집의 비율이 높은 것은 매입임대 공가가 건설임대와 달리 단지 단위에서 다수로 나오지 않는 것과 관계가 있다.
매입임대는 다세대·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을 개별 동 단위로 매입해 공급하는 게 원칙이었으며 지난 7월부터 부분매입방식이 허용됐다. 건설임대의 공가 주요 원인은 입지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지만 매입임대는 매입한 기축 주택의 노후화와 선호하는 주거 형태의 변화가 크다. 이 탓에 악성 공가가 발생한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2004년부터 매입임대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은 지 20년 이상 된 주택이 늘고 소형 주택에 대한 비선호까지 겹쳐 서울의 장기 공가 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004년에 매입한 주택이 당시에는 지은 지 5년밖에 안 됐더라도 지금은 20년을 훌쩍 넘겨 노후화한 데다 평수가 작은 주택을 공급한 게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LH는 매입임대 사업 초기에 주거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는 반지하 등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건설임대와 달리 매입임대는 흩어져 있다보니 관리가 쉽지 않은 점도 노후화에 한 원인이다.
국토교통부도 서울 매입임대주택의 공가 발생의 원인으로 반지하를 지목했다. 2020년에 입주자 주거 안전 등을 이유로 반지하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지 않고 있어 이를 공가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해법은 창고로?…"리모델링 수준까지"
건설임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매입임대 공가에 따른 관리비와 거두지 못한 임대료도 매년 수십억원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전국 단위의 매입임대주택 공실로 발생한 손실액은 6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임대료 손실과 공가 관리비가 각각 47억원, 16억원이다.
LH는 올해에도 임대료 손실이 55억원, 공가관리비가 15억원으로 총 70억원의 매입임대 공가에 따른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LH 측은 "2020년말부터 임대료나 관리비가 비싼 오피스텔과 아파트도 일부 매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매입임대에서 공가가 발생하면 손실 규모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수요가 적은 반지하 주택은 주민센터나 창고 등의 시설로 변경하고 있다. 필로티(건물 하부를 빈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세운 기둥) 구조의 주택으로도 공급이 가능하게 했다. 임대 재고에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국토부는 아울러 지난 21일 2030년까지 공적주택 199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주거안정플랜'을 발표하면서 공가 해소를 위한 노후 공공임대 전면 재건축 및 리모델링, 시설개선 방안 등도 공개했다.▷관련기사: "장기공공임대, 전체 주택 10% 넘게 확보한다"(2026년 9월21일)
다만 동 단위 매입임대주택은 정비사업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토부에서도 매입임대주택은 내부 환경 개선 수준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준공 15년 이상 매입임대를 대상으로 한 주거 환경 개선은 안전시설 확충과 전등 교체, 재입주 전 내부 재단장을 하는 정도다.
정부 차원에서 노후한 매입임대주택의 공가 해소를 위해 전면적인 리모델링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조정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7월 '매입형 공공임대주택의 운영 실태와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노후화가 진행된 일부 공공임대주택 군집 지역을 대상으로 연접 자원을 활용한 정비형 매입임대주택 사업 모델의 가능성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매입임대주택이 이미 군집화한 지역에서는 인접한 공공 보유 주택들을 하나의 사업단위로 묶고 주변 빈집·유휴지를 추가 확보해 블록 단위 정비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등을 수행할 여지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분산 공급에 따른 관리 비효율을 완화하고 노후화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면 공공이 도심 내 토지·주택을 집단적으로 비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LH는 노후주택을 매입한 후 개량해 공급하는 공공리모델링형을 운영한 바 있으나, 정비 단계별 관리와 사업장 운영에 따른 업무 부담을 이유로 현재는 사실상 운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후 매입임대주택의 장기적 공가 해소 방안으로 결국 들어가 살기 원하는 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리모델링(대수선) 수준까지 할 수 있게 살피고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