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빈발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게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산업재해 발생 비율이 높은 건설사의 경우 앞으로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 개정이란 말도 나온다. 건설사의 실적이 매해 널뛰고 있고, 긴 공사 기간을 고려해야 하는 회계상 특징도 있다.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반영이 잦고 부동산 경기에 따라 실적이 크게 달라져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1년 새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경우가 흔하다. 당장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될 실적 연도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재작년이면 30억, 작년이면 126억?
7일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연간 3명 이상 사고가 발생하는 기업에 앞으로 영업이익의 최대 5%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 영업이익이 없거나 영업이익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3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시행 시기는 공포 후 6개월부터다.
다만 법안에서는 과징금 부과의 기준이 될 영업이익 산정 시점을 밝히지 않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영업이익 산정 시점에 따라 과징금 부과액은 크게 달라진다.
가령 시공능력평가 2위 현대건설은 지난해 중대재해로 4명이 숨졌다. 해당 법안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됐다면 영업이익 기준 연도에 따라 과징금 산정액수가 4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조5125억원, 2512억원이다. 영업이익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면 최대 126억원이다.
반면 그 직전 해 현대건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6조7301억원, -2155억원이다. 현대건설이 빅배스(Big Bath, 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기법)를 단행한 해다. 이 경우 영업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30억원 미만으로 과징금을 부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산업재해로 4명의 사망자가 있었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9257억원이다. 반면 2024년 영업이익은 1097억원이다. 2025년 영업손실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면 30억원 미만으로 부과되지만 2024년 기준으로는 최대 5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익에 맞춘 과징금, 형평성 갖췄나?
법률안 투표 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라는 상한이 있고 위반 정도와 재발방지 노력을 고려해서 적절한 금액을 부과하도록 설계했다"면서 "매출액 기준도 아닌 영업이익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부담할 과징금이 과도하지 않다는 취지다.
기업 입장에서 과징금의 정도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게 짜였다지만 건설사 규모에 따른 형평성 문제는 남는다. 2022년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 물류창고 사고의 시공사인 SGC이테크건설(현 SGC이앤씨)은 그해 영업이익이 332억원이다. 만약 과징금을 이에 맞춰 부과했다면 최대 17억원을 내야 했다. 반면 당시 매출액은 1조5230억원이었다.
SGC이테크건설과 현대건설을 비교하면 매출 차이가 10배 이상 난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적자를 낸 해를 기준으로 과징금이 부과되면 두 회사의 과징금 차이는 2배(최대 부과 기준)도 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다만 개정 법안 내용을 보면 과징금의 구체적 부과 기준은 위반행위의 횟수와 기업의 규모, 사망한 근로자의 수를 모두 고려해 정하기로 돼 있다. 또한 대통령령이 확정되지 않아 실제 과징금 상한은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와 전체 근로자 수 대비 사망한 근로자 수의 비율, 산업재해의 예방 및 재발방지에 필요한 조치 이행을 위한 노력의 정도 등도 과징금 부과 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적시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안법 개정안이 이제 막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진 건 없다"면서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될) 기업의 영업이익도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으며 늦어도 연말까지는 입법예고가 이뤄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