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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프로선수에게 세금 더 떼는 이유

  • 2018.09.28(금) 17:54

[Tax&]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말 내놓은 세법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내용 중의 하나가 '계약기간 3년 이하인 외국인 직업운동가(프로운동선수)'의 원천징수세율을 지급액의 20%로 올린다는 것이다. 
 
거주자인 외국인 직업운동가의 원천징수세율은 원칙적으로 3%인데, 3년 이하의 직업운동가에게는 20%의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개정이유로 '외국인 직업운동가에 대한 과세관리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일부 외국인 프로운동선수들이 3%의 원천징수세율에 해당하는 세금만 납부하고 출국해 사실상 세금추징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서 처음부터 20%의 세율로 원전징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프로운동선수에 대한 세금 논쟁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첫째, 프로운동선수들이 받는 계약금이 기타소득과 사업소득 중 어느 소득에 속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프로운동선수 입장에서는 최대 80%의 필요경비가 인정되는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2008년 초 소득세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사업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는 연예인이 받는 CF전속계약금이 기타소득과 사업소득 중 어느 소득에 속하는가가 논란이 되다가 사업소득으로 정리된 것과 유사한 사례다. 
 
둘째, 프로운동선수들이 받는 계약금의 과세시점에 대한 논란이다. 과거 소득세법 시행령에서는 인적용역 제공의 수입시기를 '용역대가를 지급받기로 한 날 또는 용역의 제공을 완료한 날 중 빠른 날'로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어느 프로야구선수가 '계약금 3억원, 3년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받으면 계약금 3억원이 모두 받은 연도의 사업소득으로 과세되어 높은 세율이 적용됐다. 이 역시 2008년 초 소득세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계약기간에 따라 균등하게 안분한 금액으로 과세하게 됐다. 위 사례에서는 계약금 중 매년 1억원씩 3년에 걸쳐 사업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이다.
 
셋째, 외국인 프로운동선수의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 논쟁이 있다. 2014년까지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년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을 거주자로 보았으나, 2015년부터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으로 거주자 요건이 강화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 프로운동선수들은 정규 시즌동안에 183일 이상을 국내에 머무르므로 2015년부터는 모두 거주자로 분류될 수 있다. 외국인 프로운동선수들이 비거주자로 분류됐던 과거에는 20% 세율로 원천징수되지만, 거주자로 분류되는 현재는 최대 42%의 소득세율로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외국인 프로운동선수의 세부담이 증가하면 이에 따라 연봉인상 요구가 있을 수 있어, 세부담은 외국인 프로운동선수의 연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외국인 프로운동선수에 따라 거주자 여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서 개인마다 다르지만 외국인 프로운동선수들에게 운동실력 못지않게 세금이 중요한 이슈가 된 것은 분명하다.
 
넷째, 외국인 프로운동선수의 국적에 따라 세금부담이 달라질 수 있는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선수들은 거주자가 되지 않을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 낸 세금을 미국에서 외국납세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세부담이 적을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예: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세금부담이 클 수 있다.
 
이번에 세법개정안이 나온 이유는 외국인 프로운동선수들의 탈세문제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외국인 선수 157명 중 134명이 세금을 체납해 이들에게 부과한 소득세 161억원 중 92억원을 징수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천징수세율을 3%에서 20%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인상하려는 것은 원천징수세율이므로 원천징수된 세액은 나중에 기납부세액으로 공제되므로 소득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고, 납세자 입장에서는 그 기간 동안의 이자만큼만 추가부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 프로운동선수의 세금 논쟁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유명한 축구선수인 호날두는 탈세혐의로 약 248억원의 벌금을 냈고, 메시는 약 27억원의 벌금을 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무리뉴 감독도 26억원의 벌금을 냈다.
 
누구나 세금을 내기 싫어한다. 세금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납세는 국민의 의무이고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것이므로 이왕 세금을 낼 것이면 기분좋게 떳떳하게 세금을 내는 것이다. 
 
추신수 선수가 연봉을 더 주겠다는 뉴욕 양키스 대신에 텍사스 레인저스를 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세금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뉴욕주의 소득세율은 8.82%이고 텍사스주의 소득세율은 0%이기 때문에 세후소득은 텍사스 레인저스가 더 많다는 이유다. 
 
워런 버핏이 투자한 버거킹이 본사를 미국에서 캐나다로 옮긴 것이 세금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세금 때문에 추신수 선수가 뉴욕 양키스 대신에 텍사스 레인저스를 택하고 버거킹이 미국에서 캐나다로 본사를 옮긴 것인지는 추신수 선수와 워런 버핏만이 알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의사결정과정에 세금이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와 같이 세금은 우리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세금 때문에 우리나라를 떠나는 외국인 프로운동선수들이 있을 수 있고 우리나라를 떠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과세당국에서는 그만큼 세금문제를 중요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반면 납세자는 세금납부는 국민의 의무이므로 합법적 절세가 아닌 불법적 탈세는 처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납세자는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고 정부는 세금을 제대로 쓰는 세상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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