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조 넘어 '파이프라인 생산 엔진' 평가
'고비용·저효율' 신약개발 패러다임 바뀌나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사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과 다중 타깃 신약 발굴을 위한 대규모 기술이전 및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AI 신약 솔루션이 단순한 연구 보조 도구를 넘어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엔진'으로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인실리코 메디슨과 신약 발굴 및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선급금 1억 1500만달러(약 1500억원)를 포함해 향후 마일스톤 달성에 따라 총 27억5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를 지급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이번 계약으로 릴리는 인실리코의 생성형 AI 플랫폼(Pharma.AI)을 활용해 복수의 타깃에 대한 새로운 경구용 치료제를 발굴하고 세계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갖게 된다.
릴리와 인실리코는 앞서 2023년 AI 기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처음 손을 잡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릴리가 지정한 타깃에 대해 인실리코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약 1억 달러 규모의 신약 발굴 연구 협력을 체결한 바 있다.
파이프라인 도출 역량이 이끌어낸 빅딜
이번 계약은 인실리코가 그동안 생성형 AI를 통해 입증해 온 신약 물질 도출 역량이 글로벌 빅파마의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실리코 메디슨의 생성형 AI 플랫폼은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질병 타깃을 찾아내고, 이에 최적화된 신약 후보물질의 분자 구조를 스스로 설계해 낸다.
인실리코는 이 AI 플랫폼을 통해 단기간에 최소 28개의 신약 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으며, 이 중 절반 가까이를 임상 단계에 진입시키는 등 막강한 트랙 레코드를 쌓아왔다.
이는 AI가 단순히 신약 개발을 돕는 보조 도구에 머물지 않고, 다수의 타깃에 대한 방대한 파이프라인을 독자적으로 창출해 낼 수 있는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막대한 자본 대신 AI 효율성에 집중
업계에서는 이번 딜이 AI 신약 개발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는 "이번 인실리코의 계약은 값비싼 자체 실험실 대신 철저히 AI 효율성에 기반해 압도적인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증명한 획기적인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던 '고비용·저효율' 신약 개발의 공식이 깨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AI의 효율성을 무기로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빠르고 저렴하게 구축하는 사업 모델이 글로벌 시장의 인정을 받으면서, 향후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의 투자와 개발 지형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