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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적당히 둘러댄' 사과가 화 키운다

  • 2015.05.20(수) 10:05

비즈니스워치 창간 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달라지자!]
'오너 리스크'에 무방비..위기 관리해야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기업들은 시민들로부터 더욱 성숙한 자세를 요구받는다. 지난해 말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땅콩회항' 사태가 대표적이다. 잘못을 쉬쉬하며 덮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진정성 있는 자아성찰과 소외 계층에 먼저 손을 내미는 헌신성이 있을 때 기업은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본다. [편집자]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작년 말 '땅콩 회항' 사건을 조사 받기 위해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 출석하고 있다.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현아 부사장이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을 하기 조치했다.”

작년 말 ‘땅콩 회항’ 사건 직후 대한항공이 내놓은 입장문이다. “승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 이 입장문은 오히려 화를 키웠다. 곧바로 조 전 부사장의 거짓말이 탄로났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댄’ 대한항공의 입장문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

 

◇ 속수무책 오너 리스크

기업의 안일한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가 오히려 화를 키우고 있다. 허술한 리스크 관리 탓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있다. 특히 ‘땅콩 회항’과 같이 오너가 연관된 경우 기업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마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명하복 체계가 강한 국내 조직 문화 특성상 오너에게 입바른 말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땅콩 회항' 직후 대한항공도 조직적으로 사실을 은폐했다. 피해자인 사무장 등 승무원에게 거짓말을 강요하기도 했다. 오너 개인을 감싸기 위해 회사가 직접 나선 것이다.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 정용민 대표는 “오너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의 대응방식에 답이 없다”며 “임직원이 오너에게 ‘사과를 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너 리스크는 '땅콩 회항' 뿐 아니다. 탑승 시간에 비행기를 못 타게 되자 항공사 용역직원의 뺨을 신문지로 때린 아웃도어 회사 회장이나 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빼달라는 직원을 장지갑으로 때린 제과업체 회장 등도 대표적인 오너 리스크의 사례다. 오너 개인의 잘못을 회사가 감싸려고 허둥지둥하는 동안, 개인의 잘못은 회사 전체 위기로 번지게 된다.

정 대표는 “오너 리스크와 함께 기업 범죄(탈세, 분식회계 등), 내부고발 등 3가지가 A급 위기”라며 “국내는 이 세 가지 유형의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리스크관리 시스템 부재..골든타임 놓쳐

 

오너 외에 회사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리스크 관리가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내에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자체가 없어 골든타임을 놓쳐, 상황이 악화되기 일쑤다.

최근 터진 가짜 백수오 사태도 미숙한 리스크 관리가 사태를 키웠다. 지난 달 한국소비자원이 ‘백수오 제품의 상당수가 가짜’라고 발표하자 건강기능식품 회사 내츄럴엔도텍은 한국소비자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내츄럴엔도텍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미 골든타임은 지나버렸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들어갔고, 금융당국은 불공정 주식거래 조사에 나섰다. 1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됐다. 무엇보다 여론은 내츄럴엔도텍에 ‘불신의 낙인’을 찍었다.

 

작년 10월 카카오톡의 감청 논란 초기에 다음카카오는 “감청에 응한 적 없다”는 거짓 해명으로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반면 정확한 사태 파악과 신속한 사과로 조기 수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작년 12월 제2 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인부가 추락사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후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롯데그룹 대표이사 4명이 동시에 머리를 숙였다. 작년 초 경주 마리나리조트에서 10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하자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바로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 사죄했다. 신속하고 진심어린 사과가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정 대표는 "회사 측이 재빨리 상황을 통제하고, 언론 등에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사고 과정에 회사 측의 실수나 잘못이 있다면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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