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여러분은 우리나라에 치킨집이 몇 개나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저는 길을 걸으면서 주변의 상가나 간판을 유심히 챙겨보는 습관이 있는데요. 오피스 상권에는 치킨집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생활 상권으로 가면 몇 블럭에 하나쯤은 꼭 있는 게 치킨집입니다. 편의점이나 카페만큼 많을 것 같진 않지만, 중국집이나 베이커리보다는 많아 보입니다.
물론 통계가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가맹사업 관련 통계를 공개하는데요. 202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프랜차이즈형 치킨집은 2만9423개로, 편의점(5만5043개)보다는 당연히 적지만 커피전문점(2만6217개)보다는 조금 많습니다. 카페보다 치킨집이 많다니 조금 놀랍네요.
이렇게 많은 치킨집 중에도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브랜드가 하나 있습니다. 남들이 다 후라이드 치킨을 튀기고, 매콤달콤한 양념치킨을 버무릴 때 나홀로 '간장 바른 치킨'을 팔았던 브랜드. 바로 '교촌치킨'입니다. 최근에는 업계 1위 자리를 '뿌링클'의 bhc에 내주긴 했지만 교촌치킨은 지난 10여 년간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을 이끈 리딩 기업입니다.
그런 교촌치킨에 늘 따라다니는 오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다른 브랜드들보다 작은 닭을 쓴다'는 의혹입니다. 저도 교촌치킨을 자주 먹어 봐서 아는데, 확실히 교촌치킨은 bhc나 BBQ보다 배가 덜 부르더군요. 다른 치킨은 1인 1닭이 힘든데, 교촌치킨은 가뿐하게 1인 1닭을 해냅니다.
지난 2022년엔 소비자원이 주요 치킨 브랜드 제품의 중량을 조사했는데, 여기서도 교촌은 '꼴찌'를 했습니다. 교촌치킨의 '교촌오리지날'은 10개 브랜드 24개 제품 중 가장 적은 624g에 불과했죠. 1위인 네네치킨의 '쇼킹핫치킨'은 2배 가까운 1.23㎏였습니다.
이게 진짜 교촌이 쓰는 닭이 작아서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교촌치킨부터 KFC까지,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닭 크기'에 대해 한 번 알아보기로 합니다.
교촌은 억울하다?
질질 끌지 않고, 우선 교촌치킨 이야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교촌치킨은 튀김용 닭의 크기를 2가지로 나누고 있는데요. 한마리용 치킨에는 10호닭을, 윙 등 부분육은 14~15호닭을 사용합니다. 10호닭은 생닭 기준 1㎏에서 ±50g인 닭을 의미합니다. 뼈를 제외한 살코기 중량은 600g정도죠. 14~15호닭은 1.35~1.55㎏의 대형닭입니다. 뼈 비율이 높은 부분육인 만큼 더 큰 닭을 써서 살코기 양을 맞추는 겁니다.
이거로는 작다는 건지 크다는 건지 감이 잘 안 오신다구요. bhc, BBQ, 푸라닭 등 일반적으로 이름을 알 만한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대부분 10호닭을 사용합니다. 즉, 교촌오리지날에 사용되는 생닭은 뿌링클에 사용되는 생닭과 동일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교촌치킨은 늘 작은 닭을 쓴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걸까요. 교촌이 여러 차례 밝혔듯, 여기엔 간단한 이유가 몇 개 있습니다. 우선 교촌은 닭 한 마리를 21등분해 튀기는데요. 다른 브랜드들이 보통 12~16조각을 내는 것에 비해 커팅 횟수가 많습니다. 그만큼 한 조각의 크기가 작죠.
두 번 튀기는 교촌의 방식도 작은 크기에 한 몫 합니다. 두 번 튀겨내는 동안 닭고기의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교촌치킨이 다른 치킨보다 상대적으로 '바삭'한 이유입니다. 정반대로 BBQ '황금올리브치킨'은 큼지막한 8조각으로 한 마리를 튀겨내 살코기의 촉촉함을 강조합니다. 옳고 그름보다는 취향의 차이입니다.
튀김옷이 없다는 것도 '1인1닭'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9호닭에 튀김옷을 듬뿍 묻혀 튀기면 10호닭보다 커 보이죠. 튀김옷이 두꺼울수록 양은 더 많아집니다. 똑같이 한 마리를 먹어도 교촌치킨이 배가 덜 부른 건 맞지만 그건 튀김옷을 덜 먹어서이지 닭이 작아서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때문에 교촌의 '교촌오리지날'이나 '레드콤보' 등을 드시면서 '교촌 닭은 작아서 배가 부르지 않다'라고 생각하시다가, 튀김옷을 넉넉히 입힌 같은 교촌 브랜드의 '리얼후라이드'를 주문하곤 예상보다 많은 양에 놀라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더 크거나, 더 작거나
10호닭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긴 했지만, 모든 치킨 브랜드가 10호닭을 고수하는 건 아닙니다. 교촌치킨에게는 억울한 누명이었겠지만, 실제로 더 작은 닭을 사용하는 브랜드들도 많습니다. '두마리 치킨'을 내건 중소 브랜드들이 대부분 9호닭을 쓰는데요. 일부 브랜드는 8호닭을 쓰기도 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고 해서 '혜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더 작은 닭을 쓰는 건 당연히 원가 때문이겠죠. 상대적으로 양이 많은 두마리 치킨인 만큼 작은 닭을 써도 양이 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저렴한 8~9호닭을 쓰는 겁니다. 같은 이유로 대형마트의 델리 코너에서 판매하는 치킨들도 대부분 9호닭을 사용합니다.
반대로 더 큰 사이즈의 대형 닭을 쓰는 브랜드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미국식 치킨'의 대명사 KFC입니다. KFC는 현재 12~13호닭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10호닭과 비교하면 생닭 기준 200~300g의 차이가 있습니다. 꽤 큰 차이죠?
마찬가지로 물 건너 온 브랜드인 코스트코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로티셰리 치킨'의 경우 10호닭보다 2배 큰 2㎏짜리 닭을 사용합니다. 국내 브랜드 중에는 '노랑통닭'이 12호닭을 사용하는데요. 노랑통닭은 여기에 상대적으로 튀김옷도 많이 입히는 편이죠. 노랑통닭으로 '2인 1닭'까지도 가능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요.
사실 기호식품인 치킨을 논하면서 '중량 대비 가격'을 이야기하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9호닭을 쓰든 5호닭을 쓰든 가격에 상응하는 맛을 제공하면 됩니다. 최근 들어 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은 끝없이 오르는 가격에 비해 맛은 제자리걸음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가격에 상응하는 맛이라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