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아시스가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커머스 기업 '티몬' 인수전에 뛰어든 데 이어 닭가슴살 브랜드 '아임닭'을 운영하는 와이즈유엑스글로벌의 조건부 인수에도 나섰다. 그간 보수적으로 조심스럽게 사업을 키워온 오아시스가 올해 잇단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육가공업 시너지
오아시스는 지난 1월 이사회에서 와이즈유엑스글로벌의 신주 20만800주를 50억2000만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신주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발행된다. 와이즈유엑스글로벌이 올해와 내년 평균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할 경우 RCPS 1주당 보통주 10주로 전환할 수 있는 조항이 붙어있다. RCPS가 전량 전환된다면 오아시스의 지분율은 50%가 넘는다. 오아시스가 50억원을 들여 와이즈유엑스글로벌의 경영권을 조건부 인수하는 셈이다.
와이즈유엑스글로벌은 2003년 UX 컨설팅업체로 출발했다. 2011년 아임닭을 론칭하며 사업 영역을 육가공식품 제조·판매업으로 변경했다. 이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아임웰'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7년 한국투자파트너스·크레디언파트너스·그래비티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후 공격적인 마케팅, 채널 확장을 통해 닭가슴살 시장 선두업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크레디언파트너스·그래비티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은 2021년 와이즈유엑스글로벌을 매물로 내놨다. 당시 롯데푸드(현 롯데웰푸드), 교촌에프앤비 등이 적격 예비 인수 후보(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매각 측과 원매자 눈높이에 차이가 커 매각 절차가 중단됐다. 와이즈유엑스글로벌은 그 후로도 꾸준히 매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23년 매출액은 41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2022년 적자로 돌아서면서 2023년까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오아시스가 와이즈유엑스글로벌을 인수하면 유통업의 한계를 벗어나 육가공업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아임닭처럼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통해 매출을 확보하는 한편 오아시스마켓 단독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시너지도 가능할 전망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사업 시너지를 고려해 와이즈유엑스글로벌에 대한 조건부 투자를 결정했다"며 "협업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대규모 손실 떠안아도
오아시스는 앞서 티몬 인수전에도 단독으로 뛰어들었다. 오아시스는 지난 6일 이사회를 가진 후 티몬 매각 주간사인 EY한영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티몬은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9월부터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티몬 매각은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공개입찰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공개입찰에 응찰자가 아예 없거나 우선협상대상자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된다.
티몬 인수의향서 제출은 지난 21일 마감됐다. 공식 인수 제안서 제출은 다음달 9일이 마감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추가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입찰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원매자가 있다 하더라도 오아시스가 해당 조건에 맞추고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티몬 인수 이유에 대해 "실리적인 부분을 고려한 결정"이라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미국, 중국 등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우리 이커머스 생태계를 위해 투자하기로 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가 단순히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위해 대승적으로 내린 결단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한 후에도 영업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티몬의 영업손실은 2021년 660억원에서 2023년 2488억원까지 치솟았다. 결손금 규모도 2023년 말 기준 1조5221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대규모 미정산 사태에 따른 자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탄탄하게 유지해온 오아시스의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빠르게 인지도를 제고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티몬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몬의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 3조8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티몬은 현재 활성화 회원수가 약 400만~500만명으로 오아시스 회원 수의 두 배가 넘는다.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하면 단숨에 덩치를 불릴 수 있다.
몸집 키워라
오아시스는 다른 이커머스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이 물류센터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빠르게 덩치를 키워온 반면, 오아시스는 수익성에 치중하며 점진적으로 사업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아시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5171억원에 불과하다.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새벽배송 경쟁사인 컬리의 연간 매출액은 2조원이 넘는다. 대신 오아시스는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플랫폼 중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에도 2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72.4% 늘어난 수치다.
그랬던 오아시스가 올해 들어서만 잇따라 기업 인수에 나선 것은 IPO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아시스는 이미 지난 2023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오아시스의 3대 주주인 UCK파트너스(지분율 11.78%)가 오아시스의 상장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UCK파트너스는 2021년 프리IPO 성격으로 오아시스에 500억원을 투자했는데 당시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를 75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UCK는 상장 시 기업가치가 이 수준을 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아시스 역시 2022년 이랜드리테일(지분율 3%)로부터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기 때문에 이 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수요예측 과정에서 시장은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를 약 6000억~7000억원으로 판단했다. 다른 이커머스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었다.
결국 오아시스는 상장 절차를 중단했고 2년 가까이 지나도록 재추진 하지 못하고 있다. 오아시스의 상장이 지연되면서 오아시스의 2대 주주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최근 지분 매각을 통해 엑시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아시스가 IPO를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불려야 한다. 지난해 11번가 인수에 도전했던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오아시스는 올해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몸집을 불린 후 IPO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IPO는 늘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다만 티몬 등의 인수합병은 IPO와는 별개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