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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유'는 산양에서 짠 것이 아니다?

  • 2025.03.16(일) 13:00

[생활의발견]다양한 유제품 원료
우유와 산양유·물소유 등 
'우유'로 묶이지만 성분과 맛 달라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우유 안 마시는 이유

여러분은 평소에 우유를 많이 드시나요? 아마도 "예전엔 많이 마셨는데, 요즘은 줄었다"고 답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제 지레짐작만은 아닙니다. 통계가 그렇습니다. 2001년 36.6㎏이었던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21년 32㎏로 13% 줄었습니다. 

이유는 많습니다. 일단 우유를 많이 마시는 어린이 인구가 줄었습니다. 학교에서 우유를 강제로 마시게 하던 우유급식도 자율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성인들은 유당불내증 등의 이유로 우유를 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유를 대체할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다. 이전까지 우유를 마시고 싶지만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우유 특유의 향이 싫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두유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몬드, 귀리 등으로 만든 우유 대체음료가 늘고 있습니다.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그래픽=비즈워치

유(乳)업계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다양한 방법으로 우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지 우유'라는 게 나오고 있죠. 일반 우유보다 맛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최근엔 A2단백질을 함유한 A2우유가 인기고요. 우유보다는 영유아용 분유에 많이 쓰이지만 산양유도 프리미엄 우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다 하얀 우유인데 맛도 다르고 영양 성분도 다르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요. 단순히 공급량에 따른 희귀성 때문에 프리미엄 이미지가 붙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프리미엄 산양유는 일반 젖소 우유보다 맛있을까요. A2우유는 A1우유보다 건강에 좋을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우유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봅니다.

소부터 다르다

일단 기본부터 시작해야겠죠. 흰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는 '홀스타인'·'건지'·'저지' 등의 품종이 있습니다. 이 중 홀스타인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얼룩 무늬의 젖소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거의 모두 홀스타인 종의 소가 만드는 우유입니다. 마리당 생산량이 가장 많아 가격 경쟁력이 높죠.

몇 년 전부터는 주요 유제품 기업들이 '영국 왕실 전용 우유'라고 불리는 저지 우유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서울우유의 '골든저지밀크'가 대표적입니다. 저지 우유는 '저지(Jersey)' 품종의 소가 생산하는 우유인데요. 일반 우유 대비 단백질·칼슘 함량이 높아 풍미가 더 깊고 진하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도 그럴까요? 서울우유의 대표적인 흰우유 브랜드 '나 100%'와 '골든저지밀크'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다른 성분은 대동소이하고요. 100㎖당 단백질 함량이 골든저지밀크는 3.8g, 나 100%는 3g입니다. 칼슘은 각각 140㎎과 100㎎, 지방은 4.8g과 4g입니다. 이렇게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단백질은 27%, 칼슘은 40%, 지방은 20% 높으니 꽤 차이가 있는 셈이죠. 

서울우유의 A2우유/사진제공=서울우유

최근 많이 보이는 A2우유는 A2유전자를 가진 젖소가 생산한 우유를 말합니다. 우유 단백질에 포함된 베타 카제인의 유전자 유형을 A1과 A2로 나누는데 이 중 베타카제인 A2만을 함유한 우유를 A2우유라고 부릅니다. 

A2우유는 일반우유와 '우유 단백질 구성'이 다릅니다. 업계와 관련 논문 등에 따르면 우유 단백질은 카제인 80%, 유청 단백질 20%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기서 카제인은 알파(α), 베타(β) 등으로 나뉘는데요. 이 중 베타 카제인의 유전자 유형이 다시 A1과 A2로 나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흰 우유는 A1과 A2단백질이 모두 포함된 반면, A2우유는 A2단백질만 함유하고 있습니다

유업계에선 A2우유가 모유와 단백질 구조가 비슷해 소화 불편감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국내 흰우유 점유율 1위 기업인 서울우유는 오는 2030년까지 모든 흰우유 라인업을 A2우유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소잘우유'와 그냥 흰 우유를 구분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우'유가 아니잖아

아예 다른 동물로부터 얻는 젖도 있습니다. 분유에 주로 사용되는 산양유가 대표적입니다. 산양유라고 하니 돌산을 뛰어다니며 살고 뿔이 멋진 '산양'을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실제로 산양유는 '염소'에게서 얻는 젖입니다. 중국에서 염소를 '산양'이라 불러 산양유라고 부르게 됐죠. 영어로는 'Goat milk'라고 하니 명확히 염소젖인게 느껴지죠?

산양유는 일반 흰우유처럼 마시기보다는 주로 영아용 프리미엄 분유로 많이 소비됩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산양유의 양이 턱없이 적어 대부분을 분말 형태의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산양유가 가장 많이 쓰이는 분유의 성분 표시를 보면 고형분 혹은 전지분유 형태로 산양유가 들어있다는 걸 알 수 있죠. 또 얼핏 보면 마시는 산양유처럼 보이는 제품들도 잘 살펴보면 일반 우유에 산양유 분말을 섞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원F&B의 '산양 프로틴 우유'가 대표적입니다.

산양유 역시 A2우유처럼 소화에 불편함을 주는 단백질 함량이 낮고 지방구 크기가 작아 소화가 잘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죠. 비싸다는 겁니다. 또 산양유엔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냄새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일반 우유와의 차이를 금세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 대형마트의 우유 매대./사진=김지우 기자 zuzu@

산양유는 사실 낙농업의 발전 이전에는 우유보다 많이 마시던 유제품입니다. 염소는 소보다 작고 기르기가 쉽기 때문이죠. 소의 경우 농사에 필수불가결한 동물인 데다 새끼를 많이 낳지도 않습니다. 사람이 마실 우유를 생산하다가 송아지를 잃으면 그만큼 큰 피해가 없죠. 

산양이 아닌 진짜 '양'의 젖도 물론 식용으로 사용됩니다. 다만 양의 젖은 농도가 진해 음료로 마시기보단 치즈로 만드는 게 일반적입니다. 세계 3대 푸른곰팡이 치즈로 불리는 프랑스의 '로크포르'가 양 젖으로 만든 치즈입니다. 

유럽에선 물소 젖도 많이 먹습니다. 이 역시 그냥 마시기보단 치즈로 만들어 먹는 게 대부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치즈 중 하나인 모짜렐라가 물소젖으로 만든 치즈고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유행시킨 튀르키예의 치즈 '카이막'도 물소젖으로 만듭니다. 지방 함량이 7% 이상으로 높아 치즈 만들기 딱 좋죠.

중국에는 '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똑같은 귤이라고 해도 물이나 땅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맛으로 자라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 비슷해 보이는 흰 젖이라 해도 어떤 동물의 젖이냐에 따라 맛이 다른 건 더더욱 당연할 겁니다. 어떤가요. 늘 마시던 '홀스타인 우유' 말고 다른 '유'에도 도전해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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