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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의 희한한 변명…'이렇게 된 건 다 네 탓'

  • 2025.03.08(토) 13:00

[주간유통]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실적 부진은 외부 요인 때문
믿을 수 있는 경영 전략 내놔야

그래픽=비즈워치

홈플러스 너마저

지난 4일 오전 9시 7분, 이메일로 홈플러스가 보낸 보도자료 한 통이 들어왔습니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벌어진 사태는 보고 계신 대로입니다. 홈플러스 사태는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증권, 금융, 부동산 등 전방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홈플러스가 '제 2의 티메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일부 보도에 따르면 홈플러스 상품권의 제휴처들이 상품권 이용을 막는가 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오뚜기 등 대기업들까지 홈플러스로의 제품 출하를 중단했다가 하루 후 재개하는 등 티메프 사태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산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겠죠.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홈플러스의 말대로 빠르게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화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티메프 사태 때처럼 납품업체들이 상품을 빼고, 상품이 빠지니 매출이 줄고, 매출이 줄어드니 다시 자금 문제가 커지는 도미노 사태가 나타날 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홈플러스 사태가 하루이틀 사이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상황들을 유심히 지켜봐야겠죠. 지금 섣불리 이렇다저렇다 전망할 일은 아닙니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 관심이 가는 건 다른 부분입니다. 바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홈플러스의 인식입니다. 

이게 다 남 탓이라고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과 함께 "10년 넘게 이어진 대형마트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구매채널의 온라인 이동, 쿠팡 및 C커머스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의 급격한 성장 등 삼각 파고에도 3년 연속 매출 성장을 달성하며 영업 실적 개선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건 규제와 이커머스 탓에 이런 위기를 겪었다는 인식입니다.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타이밍에 밝힌 내용인 만큼, 지금의 위기가 규제와 이커머스 때문이라는 식으로 해석될 만합니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한 4일 오전 홈플러스 본사가 위치한 홈플러스 강서점의 모습. / 사진=정혜인 기자 hij@

대형마트가 출점 제한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에 발이 묶인 건 맞습니다. 의무휴업 규제가 시작된 게 2012년이니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성장을 못 하고 있는 게 맞는지는 조금 미심쩍습니다. 

경쟁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죠. 업계 1위 이마트는 2019년 19조원대에서 지난해 29조원대로 매출이 10조원 이상 성장했습니다. 할인점 부문의 정체를 스타필드, 트레이더스, SSG닷컴, 이마트24 등의 성장으로 상쇄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다양한 포맷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한 겁니다. 

홈플러스 실적/그래픽=비즈워치

반면 홈플러스는 이 기간 본업 성장도, 신사업 개척도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경쟁자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다양한 콘셉트의 전문 매장을 통해 이커머스로 눈을 돌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동안 홈플러스는 정체했습니다. 편의점이 대형마트를 넘어서는 사이, 홈플러스는 오히려 편의점 사업을 접었습니다. 

또, 홈플러스는 "직원 정규직화 및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상승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7683억원이었던 홈플러스의 급여항목 지출(급료+상여+퇴직급여+잡급)은 2023년 7718억원으로 불과 0.46%, 35억원가량 늘었을 뿐입니다.

내일도 태양은 뜬다

홈플러스는 최근까지도 자산 매각을 시도해 왔습니다. 지난해부터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마땅한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쿠팡과 이랜드, 알리바바 등이 매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 기업들 모두 "인수 의향이 없다"고 거리를 뒀죠. 재미있는 건 쿠팡과 알리바바는 홈플러스가 거론한 부진의 주 요인 중 하나였다는 겁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부진 이유를 홈플러스 내부에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많은 빚을 졌고, 이 빚을 갚느라 이커머스로의 전환 타이밍을 놓쳤다는 겁니다. 이커머스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의존도가 높아졌고,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잡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된 겁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의 '오늘의 요리 라이브' 시식코너/ 사진=정혜인 기자 hij@

홈플러스에 따르면 국내 유통시장 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달합니다. 세계 주요 선진국 중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오프라인에만 올인하는 정책이 통할리 만무합니다. 늦었다면 늦은 만큼 더 최신 트렌드에 최적화된 이커머스 해법을 들고 나와 반등을 노려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왜 장사가 안 되냐'가 아닌 '어떻게 하면 장사가 잘 될까'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래서 실패했다, 저래서 부진했다라고 분석하는 건 내부에서 해결할 일이지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이 외부에 내놓을 변명으로는 부적합합니다. 홈플러스가 해야 하는 말은 '앞으로 어떻게 잘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적어도 그 방법이 '또다른 점포 매각' 같은 건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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